SEOUL, KOREA — 1963년 세계적인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몸속의 운동신경이 차례로 파괴되어 전신이 뒤틀리는 루게릭병에 걸렸다는 진단과 함께 1~2년밖에 살지 못한다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았다.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준비하고 있던 때였다.
그러나 그의 학문 인생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우주물리학에 몰두해 1973년 ‘블랙홀은 검은 것이 아니라 빛보다 빠른 속도의 입자를 방출하며 뜨거운 물체처럼 빛을 발한다’는 학설을 내놓아 종래의 학설을 뒤집었다. 그는 1974년 영국왕립학회 회원이 됐고 1979년에는 켐브리지대학 루카시언 석좌교수(碩座敎授)가 됐다.

호킹 박사가 우리에게 세계적인 석학으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은 과학 기술의 덕이었다. 휠체어 없이는 거동이 불가능했다. 1985년 폐렴으로 기관지 절개수술을 받은 후에는 자가호흡이 불가능했다. 가슴에 꽂은 파이프를 통해서만 호흡이 가능했다. 대화는 휠체어에 부착된 고성능 음성합성기를 통해야만 했다.
장애인의 사회적 접근성(Social accessibility)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장애인의 차별 등의 인권문제만을 강조하던 것에서 벗어나 교통, 건축, 공학, 재난재해 등 포괄적으로 장애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장애인을 사회가 책임져야 하는 대상으로 보는 것에서 벗어나 우리 삶의 동반자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장애인의 사회 접근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매개로서 IT의 역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장애계 빅4 대회 아우르는 ‘세계장애인대회’
세계 장애인들의 권리향상과 재활능력 증진을 위한 대회가 오는 10월 28일부터 11월 2일까지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다. 이 기간 동안 ‘아태경제사회이사회(UNESCAP) 고위 정부간 회의’, ‘세계재활협회(RI)세계대회’, ‘아시아태평양장애포럼(APDF)세계대회’ , ‘아시아태평양장애인연맹(AP DPI)세계대회’ 등 세계 장애계의 빅4 대회를 아우르는 '세계장애대회'가 개최되는 것. UNESCAP 회의는 한국장애인개발원이, RI와 APDF 대회는 (사)한국장애인재활협회가, AP DPI 대회는 (사)한국장애인연맹이 각각 맡아 치른다. 올해 대회 슬로건은 “Changing the World through ICT Partnerships”이다. 호킹 박사의 삶이 그랬듯 IT로 장애인들의 삶을 변화시키겠다는 뜻이다. 이번 행사는 장애인 권리향상을 위한 협약 10년 평가와 2012년 새 협약 발효 선언, 학술대회 등으로 이뤄진다. 총 사업비 20억원이 투입되는 이 대회에는 2000여명의 국내 장애인을 포함해 세계 100개국 장애인 3000여명이 참가할 전망이다.
유명화 (사)한국장애인재활협회 사무총장은 “'세계장애대회' 개최로 장애인에 대한 범국민적인 인지도에 변화가 생기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88년도 장애인올림픽이 서울에서 치러진 이후 장애인들 스스로 장애인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면서 “세계장애인대회 개최로 한국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한층 성숙하게 되기를 바란다”는 설명이다.
올해 세계장애인대회는 ‘제 2차 아태장애인 10년(2003-2012)’을 평가하고 ‘제 3차 아태장애인 10년’을 선포하는 자리라서 더욱 뜻 깊다. UN이 지난 1981년 세계장애인의 날을 지정하고 ‘제 1차 아태장애인 10년(1993-2002)’이 선포됐다. 첫 10년은 중국의 주도로 진행됐다. 덩사오핑(Deng Xiaoping)의 장남 덩푸팡(Deng Pufang)이 천안문사태로 중증장애를 갖게 되면서 중국이 아태지역의 다른 국가보다 먼저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중국이 아태지역에 장애문제를 환기시켜, 한중일 삼국이 아태지역 장애인 10년을 처음으로 선포하게 됐다. 첫 10년은 장애문제를 환기시키고 이슈화하는 데 그쳤다. 1차 10년 평가에서 2차를 선포한 이후는 일본이 ‘제 2차 아태장애인 10년’을 주도했고 그 평가가 오는 10월 인천에서 이뤄지고 ‘제 3차 아태장애인 10년’이 선포될 예정이다. 3차 10년은 한국이 주도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