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KOREA — '2012 동의보감 국제학술 심포지엄’이 ‘동의보감과 전통지식의 가치(The Value of DongUiBoGam and Traditional Knowledge)’를 주제로 지난 14일 보건복지부 주최, 한국한의학연구원과 동의보감기념사업단 주관으로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제 16회 국제동양의학학술대회(The 16th International Congress of Oriental Medicine, ICOM)’ 개최기간 중 함께 개최돼 더욱 성황을 이뤘다. 이날 행사에는 곽숙영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관, 최승훈 한국한의학연구원 원장, 김정곤 대한한의사협회 회장, 이명식 2013 산청 세계전통의약엑스포 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 김남일 한의과대학교 교육협의회 회장-경희대학교 한의대학 학장 등이 참가했다.
동의보감과 세계전통의학: 공통분모는 약초연구

이날 행사에는 해외연사들도 참가했다. Dr. Rujaya ABHAKON, Chair Register Sub-committee of the UNESCO Memory of the World Programme Committee for Asia/Pacific가 기조연설을 맞았다. Dr. ABHAKON은 “세계사적으로 볼 때 동의보감이 당대 동아시아의 의학을 집대성했다는 점과 16세기에 이미 국가차원으로 공중보건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대단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유네스코는 동의보감이 의사의 경험을 통해 환자의 병을 치료했고, 동아시아의 약재발달을 가져온데 국한되지 않고 의학의 총체적인 진보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높게 사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질환과 질병에 맞서는 과정에서 인간의 지식과 진료행위를 ‘전통’과 ‘현대’로 이분해 편을 나누고 우월성을 따지는 사고방식은 사라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인간은 전체론적 지식과 함께 자연환경과 자연으로부터 얻어지는 자원들과 밀접한 삶을 바탕으로 한 ‘전통적’치료제와 치료요법으로 수십만년동안 생존해 왔다”고 부연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현대화 또는 과학적 진보라는 이름으로 이를 폐기한다면 우둔한 짓”이며 “비용은 물론 장기적인 유효성으로 의료행위를 판단할 때, 아시아의 전통의학적 지식과 서구 과학적 방법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하나로 묶여 보건의료 시스템으로서 지속적으로 세계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네스코에서 다양한 전통의학서를 발견,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했다”면서 “이를 통해 해부학이 등장하기 전까지 유럽과 중국, 중동, 인도 등 지역에서도 전통의학이 발달해왔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 기록유산들도 동의보감과 마찬가지로 약초연구를 중시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고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라이즈앤 폴’이란 책에서 서양과학에 근거한 치료가 비용이 많이 들어 부자들만 받을 수 있는 치료라고 비판하고 있다”면서 “지속적인 동의보감의 연구로 많은 환자들이 치료 받게 되기 바란다”고 연설을 마무리했다.
동의보감 아시아의 기본정신과 가치 담아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은 1부 학술발표에서 “동의보감은 일본이 조선을 침략한 전쟁기간에 내의원 의관들이 16세기 동아시아 의학의 정수를 모아 편찬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동의보감은 당대 최고 수준의 지식체계를 갖춘 의학백과전서로 치료보다는 예방을 우선하여 건강의약지식을 일반대중에게 확산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안 단장은 “특히 이 책은 자연과의 조화를 통해서 인간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과 사회적으로 건전한 삶을 추구하는 아시아의학의 기본정신과 가치가 담겨 있어 오늘날 만성난치병으로 신음하는 현대인들에게 기계문명의 폐해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지혜를 알려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의보감에는 유×불×선을 비롯한 아시아 전통사상에 입각한 자연관과 이에 따른 생명에 대한 인식방법, 진단과 처치법, 자연에서 얻어지는 본초와 향약정신, 인체를 순환하는 기혈의 경로와 침구치료법 등 자연친화적이고 비침습적인 치료방법이 수록돼 있다”면서 “개인의 형상과 유형에 따른 개별적인 맞춤의료를 지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최근 WTO나 WIPO 등 국제기구에서 전통지식에 대한 지적재산권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고 이를 보호하려는 여러가지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동의보감에 담겨진 전통의약지식의 가치를 조명하고자 고전원문의 내용을 중심으로 지식체계를 분석하고 그 특징적 요소를 파악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의보감과 히포크라테스의 유사점
이 행사를 위해 프랑스에서 한국을 찾은 닐 피에르 박사(Dr. Nile Pierre, President of History of Medicine Center)는 ‘동의보감의 신형장부도와 중세서양의 인체해부도 고찰(Comparative study ShinHyungJangBuDo of Donguibogam(XVI-XVII century))’에 대해 발표했다.

피에르 박사는 “동의보감의 신형장부도는 기능적인 부분을 중심으로 그린 해부도로 같은 시기 서양의 인체도와 유사하다”고 발표했다. 그는 “대영박물관에서 발견한 13세기 서양의 인체도가 동의보감의 신형장부도와 유사함을 보이고 있다”면서 “현대 서양의학자들은 현대적 의학관점만이 모두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들의 뿌리는 그렇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동의보감 신형장부도는 인간의 정이 어떻게 몸에서 순환하는지를 보여준다. 오장육부를 그렸으나 실제모양보다는 기능에 중심을 두어 그림을 그렸다는 특징이 있다”면서 “같은 시기 앙드레 드 로렌(Andre Du Larurens)이 그린 찰스 어스틴(De Charles Estienne)의 17세기 해부도를 비교했다. 17세기 해부도는 단순한 인체 구조의 관점에서 그려졌다”고 말했다.
그는 “13세기 해부도는 선으로 표시된 혈관이 머리에서 발로 확산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경락의 흐름과 유사하다”면서 “희포크라테스의 의학적 관점은 인체는 하나의 순환구조이며 시작과 끝이 정해지지 않은 전체적인 구조라고 보고 있는데 로렌의 해부도는 이를 담은 점이 동의보감과 유사성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양의학은 히포크라테스적인 인식이 기반돼 있지만 지금 서양인들은 이런 전체주의적관점을 망각하고 있다”면서 “모든 전통의학은 유사성이 있으며 이런 관점은 현대 서양의학이 가지고 있는 인식론적 관점이 모든 것인 양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큰 시사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의보감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만남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Dr. Emanuel Yi Pastreich, Associate Professor of Humanitas College of Kyung-hee University)는 2부 학술발표에서 “조선시대 선비들의 학문의 유가 경전에 기반을 두어 의학을 비롯한 기술학분야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음에도 세종시대 집현전 학자들을 대거 동원하여 365권에 달하는 의방유취(Eui-bang Yu-chi)라는 전대미문의 방대한 의학백과전서를 편찬하면서도 유교적인 대의명분을 부여해 양반자제들이 실용학에 투신하도록 권장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조선왕조의 정책이 16세기 일본의 침략을 겪으면서도 유의(儒醫)를 표방하는 무사들과 문자지식으로 무장한 내의원 의관들이 당대 최고 수준의 의학적 지식을 분류 취합해 아시아의학의 정부만을 모아 동의보감 편찬해내는 쾌거를 일으킬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
이 교수는 “동의보감 편찬이라는 역사적 사실은 한국 전통의학이 인문학을 토대로 의학과 과학기수이라는 실용지식이 융합돼 빚어낸 총체적 노력의 산물이라는 점을 보여준다”면서 “실제로 1600년대 이후 조선의 지식인 사회에서 점차 실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의 흐름을 형성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오늘날 이 중세 아시아 의학의 결정체인 동의보감을 통해 동양의 정신문화와 서양의 과학문명이 서로 아우러지는 새로운 융합이 이루어져 건강복지와 의학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행사는 Ms. 곽숙영 정책관의 개회사로 시작됐다. 곽 정책관은 “동의보감이 인류사회의 건강과 복지를 책임질 수 있는 열쇠가 되기를 바란다”며 행사의 포문을 열었다.

최승훈 원장은 환영사에서 “2009년 7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면서 동의보감은 한국의 귀중한 지적자산일 뿐 아니라 세계인의 문화유산이 됐다”고 말했다.

김정곤 회장은 축사에서 “의성 허준이 당대 동아시아 의학을 집대성해 편찬한 동의보감은 현재까지도 널리 유효하게 활용되고 있다. 앞으로 세계전통의학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한의학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세계화의 기틀을 마련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김남일 회장 역시 “의학지식은 그 효용성으로 민족과 국가를 초월하여 쉽게 전파된다”면서 “한의학사 연구를 통해 중국, 일본 등 해외의 학자들이 동의보감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많이 발견하게 됐다. 동의보감이 세계의학계에 기여한 공로는 민족과 국가를 초월해 소중하게 기억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축사는 이명식 위원장이 맡았다. 이 위원장은 “동의보감 발간 400주년이 되는 2013년이 유네스코 기념의 해로 선정된 것과 뜻을 같이 해 보건복지부와 경상남도, 산청군이 힘을 모아 “’2013 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를 개최하게 되었다”고 알렸다. 이어 “2013 산청엑스포는 ‘미래의 더 큰 가치, 전통의약’을 주제로 내년 9월 6일부터 10월 20일까지 45일간 열릴 예정”며 행사 참가자들을 산청으로 초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