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삶을 치유하는 소프라노 남정희
음악으로 삶을 치유하는 소프라노 남정희
  • Korea IT Times (info@koreaittimes.com)
  • 승인 2012.12.18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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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함께 할 때 가장 행복하다”. 나이 칠순을 넘어서도 여느 젊은이 못지 않게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소프라노 남정희 씨. 소프라노로서, 합창단의 지휘자로서 살아온 그의 음악인생은 행복 자체다. 음악과 함께 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꼽는다면 그의 인생은 평생 행복했다. 소프라노로, 루르드 합창단의 지휘자로 지금도 바쁘게 생활하고 있다.

그녀의 삶은 온통 소프라노로서, 지휘자로서, 음악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서 충만했다.

남정희 씨는 Labo(Languages Laboratory)에서 학생들에게 지금까지 20년 넘게 영어, 일본어, 스페인어를 가르치고 있는데, 학생들이 꼽은 가장 존경하는 사람으로 꼽히기도 했다. 이곳에서 십여년 넘게 “Good will Corporation Service Club”의 합창단을 지휘하면서 무리 없이 이끌어온 것은 그의 자랑이다. 지금껏 그녀가 만났던 전세계에서 온 천여명의 학생들과 부모님들에게 그녀의 음악은 단지 즐거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치료하고 안정을 찾게 해주는 큰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

루르드 합창단을 이끌고 많은 나라를 여행하는 그녀는 한국 음악을 세계에 알리는 선구자로서의 역할도 해왔다. “요즈음 전세계에서 한국 대중음악이 큰 인기몰이를 하는 것과 달리 1980년대에는 해외에서 한국음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었다. 저는 해외 여러 곳에서 공연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한국음악에 대해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소프라노이자 합창단의 지휘자로 활동중인 남정희씨

그 중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옛 소비에트 사회주의 연방공화국(USSR, 구 소련)에서 했던 공연. 당시 남한과 북한의 문화교류 차원에서 남한과 북한의 교수들이 모여 합동공연을 하기로 하고 소련 방문하게 됐다.

“모스크바 공항에 도착했을 땐 한겨울이었다. 날씨가 얼마나 추웠는지 말하기도 힘들었고 몸의 컨디션도 최악이었다. 또 냉전시대였던 만큼 분위기 또한 매우 경직돼 있었다. 과연 무사히 공연을 마칠 수 있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내 걱정은 기우였다. 공연이 시작되면서 관중들은 우리를 힘찬 박수로 열렬하게 맞아주었고 우리의 합동공연에 크게 감동받은 모습이었다”.

분위기는 기대했던 것보다 상당히 우호적이었고 공연 후 열린 리셉션에서 많은 러시아인들과 북한에서 온 관계자들로부터 댄스 신청을 여러 번 받을 만큼 화기애애했다. 음악이 서로 다른 문화의 사람들을 끈끈하게 묶어주면서 건강에도 좋은 효과가 있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남정희 씨는 “해외 공연에 갈때마다 꼭 한국의 노래를 들려주려 애쓰고 있다. 영국의 작은 교회, 일본의 시골마을, 스페인의 대도시 등 어디에서 공연을 하든지, 나는 한국의 가수로서 한국의 아름다운 노래들을 관중들이 같이 즐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음악을 공연 레퍼토리에 반드시 넣어 간단하게 현지어로 소개하고 그들에게 들려주면 한국에 대해 잘 몰랐던 사람들도 감동받고 있는 모습을 느낄 수 있단다. 

세종센터에서 열린 ‘한국 가곡의 밤’ 행사에서 노래하고 있다

음악의 치료 효과

다친 마음을 푸는데 음악만큼 좋은 치료약이 없다고 믿는 그녀는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교도소, 병원, 학교, 요양원 등에 그녀의 합창단원들과 함께 공연하고 있다.

언젠가 소년원에서 공연할 기회가 있었다. 공연 전에는 그런 아이들에 대한 일종의 편견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공연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들의 처지가 무척 안타까웠다. 그곳에 모인 40여명 중 대부분의 아이들이 부모가 제대로 돌보지 못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었다. 어린 나이에 생활면에서나 정서적으로나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 그곳까지 오게된 것이었다.

“나는 그 아이들에게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인 비틀즈의 ‘Let It Be’를 들려주었다. 가사의 뜻을 풀이해주고 함께 노래를 부르게 했다. 노래하는 그들에게서는 전혀 어떤 범죄자의 흔적도 발견할 수 없었고 그들의 마음이 정화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 한번은 미국에서 합창단 공연이 열렸다. 그날의 관객은 한국인 입양아들. 그들은 한국에 대한 반감, 분노, 적개심을 갖고 있었다. 슬프게도 그 아이들에게 한국은 어머니의 나라가 아니라 그들을 버린 나라였다. 한국말을 할 수 있는 아이는 거의 없었고 한국에 대해 전혀 알고 싶어하지도 않았다. 공연을 대하는 태도도 불량스러웠다. 그러나 아리랑’과 함께 공연이 시작되면서 많은 아이들이 진지해졌고 공연이 이어지면서 감동하는 모습이 느껴졌다. 아리랑은 비공식적은 한국의 대표곡이지 않은가. 아리랑은 그들의 한을 충분히 공감하면서 그들의 영혼을 어루만져주었고 어머니의 나라를 느끼게 해준 것이다. 이외에도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항상 느끼는 것은 ‘음악이 만병통치약’이라는 것이다.

남편 김세영씨와 함께

민간 외교사절단

그녀는 한국문화를 알리고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인상을 갖게 할 수 있는 홈스테이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1988년 올림픽 때 우리 정부에서는 한국의 일반가정에서 외국손님이 묵을 수 있도록 하는 홈스테이를 적극 장려했다. 우리는 시청에 지원서를 제출했고 첫번째 손님으로 미스터 홀덴씨(MR. Holden)를 맞이했다”.

Mr Holden 씨는 ‘global Peace Conference’의 대표였다. 그는 한국문화를 더 깊게 이해하고 싶어서 홈스테이를 선택한 것이었다. 그가 머문 2주일간 남정희씨 가족들은 그와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친해졌고, 매일 아침 올림픽 경기장에 그를 태워다주었다. 주말에는 관광지 몇 곳을 선정해 함께 다녔다. 또 집에 머무르는 동안 그의 생일을 맞았기에 많은 손님들을 초대해 그의 생일을 함께 축하해주었다. 그는 정말로 감동받은 모습이었고 몇 년 후 아내와 함께 다시 찾아와 감사를 표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따뜻한 환대에 감동한 그가 미국에 돌아간 후 워싱턴포스트에 남정희씨 가족을 소개한 기사를 쓰기도 했다. 이를 시작으로 남정희 씨 집에는 많은 외국 손님들이 방문하기 시작했고 20여년 넘게 외국손님들의 보금자리가 되고 있다. 외국 손님들을 진심으로 맞이하고 배려하는 그녀의 마음을 느꼈기 때문이리라. 그녀는 진정한 민간 외교관이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린 이영회 합창단 공연에서 지휘하고 있다
남정희씨 부부와 서울올림픽 기간에 그녀의 집에 머물렀던 Mr. Holden 씨(왼쪽 사진의 오른쪽)

또 하나의 특별한 일화는 TV 출연이다. 유명해진 사람이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을 의뢰하면 찾아주는 프로그램 ‘Tv는 사랑을 싣고’의 담당 PD가 어느날 연락을 해왔다. 오래전 중학교에서 음악선생님으로 근무할 때 제자 중 한명이 찾고 있다고 했다. 수업시간에 맨 앞에 앉아 반짝이는 눈빛으로 진지하게 수업을 듣던 그 아이는 유명한 배우가 되어 있었다. 그 제자는 이후 다른 제자들과 함께 다시 나를 찾아와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몇 십년 만에 만난, 이제는 성인이 되어 사회인으로 각자 제몫을 하고 있는 제자들과 함께 밤 늦게까지 이야기 꽃을 피우면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오랜 음악생활이 바탕이 된 따뜻한 배려는 그녀의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에너지의 바탕이 되고 있다. 음악을 통해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고 희망을 주고 있고, 그녀의 친절함과 정성어린 환대는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게 하고 있다.

꿈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주저없이 “한국에서는 매우 드문 일이지만 영어로 된 한국노래 앨범을 내고 싶다. 멋진 한국 노래들을 가능한 많은 사람들과 나누어야 한다. 또 10년 넘게 해왔던 지휘와 노래, 자원봉사, 홈스테이 등 그간의 활동들 역시 꾸준히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장 공관을 방문했던 남정희 씨(앞줄, 오른쪽에서 다섯번째) 씨와 루르드 합창단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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