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필문화연구소장 남상준 화백 인터뷰
혁필문화연구소장 남상준 화백 인터뷰
  • koreaittimes
  • 승인 2013.09.28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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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UL, KOREA- 혁필(革筆)은 우리 민화의 한 장르로서 문자도(文字圖)가 발전한 그림글씨이다. 가죽 끝을 잘게 잘라 먹과 무지개 색깔의 물감을 묻혀 글자를 쓰거나 형상을 그리는 방식으로서, 자획의 유연하고 멋드러진 필세와 색감 등 탁월한 디자인 감각이 돋보이는 한국 타이포그래피의 중요유산이다. 정확한 역사적 유래는 알 수 없으나 조선후기 실학자 유득공이 지은 ‘ 경도잡지 ’ 에 소개된 비백서- (버드나무 가지를 깎아 그 끝을 갈라지게 한 다음 먹을 찍어 글자를 쓴 것) 가 혁필의 근원이라 추측되며 18세기경 가난한 무명 서민화가들이 생계유지를 위하여 그려오던 것이 오늘날까지 전해 내려온 것으로 추정된다.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 꽃, 새, 물고기, 바다, 배, 무지개 등의 자연풍경을 문자와 조합시켜 예술로 승화시킨 독특한 성명민화(姓名民畵)로서 이름, 덕담, 가훈, 좌우명등을 종이나 비단에 써서 가정과 사업장에 비치하면, 액운을 물리치고, 건강을 지켜주며 행운과 복을 받게 된다고 전래되어 왔다.

이와같이 혁필은 동양에서는 꽃글씨(花文字)로, 서양에서는 무지개글씨(RAINBOW CALLIGRAPHY)라고 불리울 정도로 아름다운 글씨체로서 독특한 조형미가 일품이지만, 대중들의 무관심속에 아직도 우리 고유의 전통유산으로서 체계화 되지 못하고 간신히 그 명맥만을 이어오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혁필가는 거의 극소수에 불과하며, 간혹 용인 한국민속촌, 성남 남한산성, 서울 인사동, 이태원 등 몇몇 관광지와 안동 탈축제를 비롯한 유명 지방축제에서나 겨우 구경할 수 있을 정도이다. 남상준 혁필문화연구소장은 그나마 지금 활동중인 혁필가들 마저도 전업을 하거나, 연로하여 활동을 중단하게 될 경우 우리의 혁필화는 머지않아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깊은 우려를 표했다.

 

혁필문화연구소장이 Korea IT Times 사무실에서 직접 혁필화 시연을 선보이고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후학양성과 ▲무형문화재 지정이 가장 시급한 과제인데 1차적으로는 혁필의 상업성, 수익성을 대중들에게 강하게 어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일단 대중들의 혁필에 대한 인지도가 매우 저조한데다, 소위 혁필로는 돈벌이도 안되고 비전도 없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배움의 의지가 약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남소장은 이러한 사회적 인식이 크게 잘못됬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남소장이 전통예능인 자격으로 초빙된 2005년도 일본 나고야 엑스포에서, 그가 하루에 그린 혁필화는 평균적으로 150~200 장으로, 이에따른 수익액은 한화로 약 850만원 상당의 가치를 육박한다. 자국민들은 혁필가를 ‘ 길거리 장터의 그림쟁이 ’ 정도로 홀대하지만, 아이러닉하게도 일본과 중국, 유럽과 미국등 세계무대에서는 대접이 남다른 것이다.

남소장은 혁필이 해외시장에서 통하는 비결로서 근래의 혁필문화가 한자뿐 아니라 한글, 히라가나, 나아가 영어까지 다국어로 쓰여지기 때문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샌프란시스코와 마이애미, 뉴올리언즈등 미국에서 주로 활동할 시절에는, 다수의 서양인들로부터 자신의 이름을 영어가 아닌 한글로 적어달라는 요구가 압도적으로 많았다며 높아진 한국문화의 위상을 몸소 실감했다고 말했다.

 

" PEACE " -  남상준 作

 

이처럼 국제행사장을 비롯, 세계 각국 각지에서 혁필은 단순히 동양에서 온 이방인 예술가의 그림이 아닌, 문화한류 선도의 컨텐츠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내고 있지만, 여전히 자국내에서의 낮은 위상이 크나큰 걸림돌이다.

이에대해 남소장은 정부의 일회성 지원정책을 비판하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일례로 서울시는 매년 보존, 계승할 가치를 지녔으나 명맥 유지가 어려운 전통문화예술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사라져가는 전통문화 지원사업’을 공모, 선정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해당 전시회를 개최해주고 있다. 남소장 역시 지난해 해당사업에 공모, 선정되어 4월, 남산 한옥마을에서 자신의 혁필화를 전시 했지만 대중들의 관심은 일시적이었을 뿐, 열악한 실정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는 혁필처럼 사라져가는 전통문화의 재건을 위해서 정부의 일회성 경제적 지원 보다는, 대대적인 홍보를 포함한 지속적인 후속조치가 절실하다고 재차 강조한다.

최근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점차 강해지면서 우리 전통문화 컨텐츠 개발에 전에비해 많은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의 관광문화 컨텐츠는 다양화, 체계화 되지 못한 단계이다.

단순히 행사장에서의 기념품이나, 선물 장식용 액자 그림으로서 혁필화를 활용할것이 아니라, ‘ 한글 ’ 이라는 우리 고유의 컨텐츠에 해외에서 통하는 감각을 입혀 상품화를 진행 한다면- 예를들어 이름이나 태어난 해, 자신의 염원이 담긴 글자를 티셔츠나 전화카드, 열쇠고리, 그릇등 각종 소지품 및 생활용품에 찍어서 외국인들을 주 타겟층으로 겨냥해 판매한다면 혁필이 현재 접해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 저조한 대중성과 수익성, 인력난등을 넘어서 문화 한류에 크게 기여하는 하나의 컨텐츠로 당당히 자리매김 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점쳐본다.

 

 

* 남상준 혁필문화연구소 (☎018- 307-3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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