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융합연구를 위한 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지난 6월5일 국가재정운용계획 공개토론회 때 관심을 모은 이래로, 이 분야 투자 확대를 검토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새로운 시도인 만큼 충분한 준비로 성공가능성을 높여야 겠다.

융합연구는 지금까지 해온 연구의 형태나 방식으로는 성과를 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반성에서 출발한다. 정부출연연구원의 중복되는 연구를 정리하는 수단으로도 융합연구를 더 강력히 추진하려하고 있다. 곧 출범하는 국가과학연구회에서 연합융합연구단을 만들고, 개별연구기관이 인력을 그쪽으로 보내 연구를 하는 방식이다.
융합이라고 하니 많은 분야에서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려한다. 문화·예술·사회과학의 모든 것을 합쳐 보자고 목소리 높인다. 그런데 주의해야 한다. 이것저것 무작정 더해보는 것은 흙탕물을 만드는 것과 같다. 물감을 자꾸 섞으면 색이 더 더러워지는 부작용에 유의해야 한다.
융합에 참여하는 연구진은 아주 우수한 그룹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분야를 이해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 과학적인 사고와 방식에 익숙하지 않을 경우는 참여시키지 말아야한다. 연구비의 낭비가 우려되기 되기 때문이다.
어떤 연구 과제를 해야 하는가 융합연구는 새롭고 완전히 다른 방식의 연구를 지향한다. 미국 MIT대학 미디어랩의 경우가 좋은 예이다. 특정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연구자의 흥미와 변화되는 미래여건을 고려하여, 기존의 학문구조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분야에서 창의적인 연구에 몰입한다.
융합은 자동차처럼 부품을 조립하여 완성품을 만들어내는 것과 같은 방식은 아니다. 두가지 이상의 기술이 합쳐져 완전히 새로운 것이 탄생하면 바람직하다. 바이오연구와 Chip은 각각 있었다. 그렇지만 두가지를 합쳐 바이오칩이라는 기존에는 없던 분야가 탄생한 것이다. 융합연구의 대상과 주제를 정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창의성을 기반으로 기술혁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키는(Break-through) 경우이거나, 둘 이상 학문의 결합(Inter-disciplinary)이거나, 상품화 이전단계(Pre-market)의 연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융합연구는 새로운 분야를 창조해야 하므로 시간이 상당히 걸릴 수 있다. 빨리빨리 결과를 내놓으라고 채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출연연구원 뿐만 아니라 대학교에도 확대하는 것이 좋겠다. 성과를 압박하는 연구소보다 대학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융합연구에 거는 기대는 크다. 지금까지 우리는 선진국을 따라 잡기 바빴지, 우리가 새로운 기술을 창조하여 이끌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숙성된 기획을 바탕으로 연구가 진행되어야 실패를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