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저자(빅터 프랭클)가 나치에 의해 아우슈비츠의 강제수용소에서 겪은 체험을 통해 극한의 상황에서도 사는 것의 의미를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타이른다. ‘성공을 목표로 살지말자. 성공을 목표로 삼고, 그것을 표적으로 하면 할수록 그것으로부터 더욱 더 멀어질 뿐이다. 성공은 행복과 마찬가지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찾아오는 것이다.’
1. 수용소의 경험들
수용소에 있는 사람들은 보통 ‘집행유예 망상’을 지닌다. 이는 사형선고를 받은 죄수가 처형 직전에 집행유예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망상이다. 물론 현실에선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꿈일 뿐이다. 환상이 깨어지고 냉엄한 현실을 맞딱뜨리면 자살을 생각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희망을 가질 수 없는 상황과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 등이 자살을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수감자들은 처음 수용되는 시점에서 자기 몸뚱이 빼고는 아무것도 자기에게 남겨진 것이 없다는 충격을 받은 나머지 더 이상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절망이 오히려 자살을 보류하게 만드는 것이다.
정신적 충격을 받고 난 후는 상대적으로 무감각의 단계로 이동하는데 이것은 정신적으로 죽은 것과 다름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이런 감정과는 별개로 자신의 고통을 약하게 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무엇보다 먼저 찾아오는 것은 집과 가족에 대한 끝없는 그리움이다. 이 그리움은 너무나 간절해서 그리워하는데 자기 자신을 완전히 소진시키고 말 정도가 된다.
수감자는 감정이 무뎌졌지만 분노를 느끼는 순간이 있는데 그 분노는 육체적인 학대와 고통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학대를 받으면서 느끼는 모멸감에서 나오는 것이다.
수감자들이 모든 일에 무감각하게 된 것은 자기를 방어하기 위한 도구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생명과 친구의 생명을 보존하겠다는 한 가지 과제인 모든 노력과 감정을 모으기 위한 것이다. 이런 정신상태에서 수감자들이 가장 자주 꾸는 꿈은 빵과 케이크와 담배, 그리고 따뜻한 물로 목욕하는 것이다.
수용소에서는 신체적으로나 지적으로는 원시적인 생활을 할 수 밖에 없지만 영적인 생활을 더욱 심오하게 하는 것은 가능했다. 그들은 정신적으로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가혹한 현실로부터 빠져나와 내적인 풍요로움과 영적인 자유가 넘치는 세계로 도피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저자 자신은 자신의 부인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그녀가 대답하는 소리를 들었고, 그녀가 웃는 것을 보았다. 실제든 아니든 그때 그녀의 모습은 이제 막 떠오르기 시작한 태양보다도 더 밝게 빛났다. 그때 한가지 생각이 관통했다. 생애 처음으로 그렇게 많은 시민들이 시를 통해서 노래하고 그렇게 많은 사상가들이 최고의 지혜라고 외쳤던 하나의 진리를 깨닫게 된다. 그 진리란 바로 사랑이야말로 인간이 추구해야할 궁극적이고 가장 숭고한 목표라는 것이었다.
‘인간에 대한 구원은 사랑을 통해서, 그리고 사랑 안에서 실현된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 남길 것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며 여전히 더 말할 나위없는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의 육신을 초월해서 더 먼 곳까지 간다는 것이다. 사랑은 영적인 존재, 내적인 자아 안에서 더욱 깊은 의미를 갖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실제로 존재하든 존재하지 않았든, 아직 살았든 죽었든 그런 것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내면세계를 극대화시킴으로써 수감자들은 멀리 과거로 도피해 자기존재의 공허함과 고독함 그리고 영적인 빈곤으로부터의 피난처를 찾을 수 있었다. 이렇게 내적인 삶이 심화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 전에는 예술과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해 전혀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체험하는 경우도 있었다.
수용소에서는 인간의 생명과 인간의 존엄성이 지닌 가치가 더 이상 인정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개인의 자아는 그 가치를 상실할 수밖에 없다. 만약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노력으로 이에 대항해서 싸우지 않으면 그는 자기가 하나의 인간이라는 생각, 마음을 지니고 내적인 자유와 인격적 가치를 지닌 인간이라는 생각을 잊어버리게 된다. 존재가 짐승과 같은 수준으로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수감자들은 어떤 결정을 내리는 일과 어떤 일이든지 앞장서서 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이것은 운명이 자기를 지배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운명에 영향을 주는 일을 피했고 대신 운명이 자기에게 정해진 길을 가도록 했다. 때로는 확실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도 있었다. 예를 들어 수용소에서 탈출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과 같다. 이 같은 생과 사의 갈림길의 결정은 지옥의 고문과 같은 고통이 뒤따른다. 저자는 동료죄수와 탈출하려고 마음먹었다가 그 후 자기는 그냥 남는 것으로 결정한 후 불편했던 감정이 사라지고 내적인 평화를 느낄 수 있었던 경험을 이야기 한다.
2. 인간의 의미
수용소의 체험을 통해 인간은 가혹한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에서도 정신적 독립과 영적인 자유의 자취를 간직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인간에게 마지막 남은 인간의 자유, 자기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만은 빼앗아 갈 수 없다는 진리를 체험했다.
강제수용소에서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다. 도스토에프스키의 말이다. ‘내가 세상에서 한 가지 두려워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내 고통이 가치 없는 것이 되는 것이다.’
적극적인 삶은 인간에게 창조적인 일을 통해 가치를 실현할 기회를 주는데 그 목적이 있다. 반면에 즐거움을 추구하는 소극적인 삶은 인간에게 아름다운 예술, 혹은 자연을 체험함으로써 충족감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창조와 즐거움 두 가지가 메말라 있는 삶에도 존재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선택할 수 있는 지고의 도덕성을 요구한다.
시련과 죽음없이 인간의 삶은 완성될 수 없다. 자기 십자가를 짊어지고 나가는 과정은 그 사람으로 하여금 자기 삶에 보다 깊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폭넓은 기회를 제공한다. 수감자 중 아주 적은 사람만이 충만한 내면의 자유를 지키고 시련을 견딤으로써 얻을 수 있는 가치를 얻었다. 인간이 지닌 내면의 힘이 외형적인 운명을 초월해 그 자신의 존재를 높인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강제수용소에서 자기가 며칠 안에 죽을 것을 알고 있던 젊은 여자는 창을 통해 보이는 나무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무가 그녀에게 무어라고 이야기 했을까. 그녀가 말했다. ‘나무가 이렇게 대답해요. 내가 여기 있단다. 내가 여기 있단다. 나는 생명이야. 영원한 생명이야.’
반면 자신이 기대했던 해방의 날이 실제 일어나지 않자 희망과 용기를 잃게 되고 이는 육체의 면역력을 떨어뜨려 생명을 잃는 수가 많았다. 1944년 성탄절부터 1945년 새해에 이르기까지 일주일간 사망률이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추세로 급격히 증가했다. 대부분이 수감자들이 성탄절에는 집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을 품고 있다가 뉴스가 없자 용기를 잃고 절망감이 그들을 덮친 것이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삶으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는가가 아니라 삶이 우리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는가이다. 삶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이에 대한 대답은 말이나 명상이 아니라 올바른 행동과 올바른 태도에서 찾아야 한다. 인생이란 이런 질문에 올바른 해답을 찾고 개개인 앞에 놓여진 과제를 수행해나가기 위한 책임을 떠맡는 것을 의미한다.
‘삶’이란 막연한 것이 아니라 현실적이고 구체적이기 때문에 추상적인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 맞는 상황에 따라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여야 하는 것이다. 때로는 주어진 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가야 할 때도 있다. 만약 시련을 겪는 것이 자기 운명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그 시련을 자신의 과제로 받아들여 자신의 짐을 짊어지는 방식을 자기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사람은 어느 정도 긴장상태에 있을 때 정신적으로 건강하다. 이미 성취해 놓은 것과 앞으로 성취해야 할 것 사이의 긴장, 현재의 나와 앞으로 되어야 할 나 사이에 놓여있는 간극 사이의 긴장이다. 이런 긴장은 인간에게 본래부터 있는 것이고, 정신적으로 잘 존재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사랑은 다른 사람의 인간성 가장 깊은 곳까지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사랑하지 않고서는 어느 누구도 그 사람의 본질을 완전히 파악할 수 없다. 사랑으로 인해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자신이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를 깨닫도록 함으로써 잠재능력을 실현시킬 수 있도록 한다.
인간의 존재가 본질적으로 일차적이라는 사실은 우리가 살아온 그간의 내용으로 자부심을 갖고 즐겁게 반추하는 삶의 자제를 요구한다. 늙은 사람은 자신이 했던 일, 사랑 뿐 아니라 용감하게 견뎌냈던 시련이라는 실체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인간이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는 가르침, 즉 인간은 생물적, 심리적, 사회적 조건의 결과물이거나 유전과 환경의 산물에 불과하다는 이론은 태생적으로 위험을 안고 있다. 인간은 상상을 초월하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용감하게 저항하고 맞서 싸울 수 있는 자유의지를 지닌 조재인 것이다. 인간은 일이나 행동을 통하거나, 어떤 것을 경험하거나 어떤 사람을 만나는 것, 사랑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