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IT강국되려면 국내 자체 개발 소프트웨어 있어야
진정한 IT강국되려면 국내 자체 개발 소프트웨어 있어야
  • Korea IT Times (info@koreaittimes.com)
  • 승인 2014.06.27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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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세계가 공인하는 IT 강국의 명예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일반에겐 상식이다. 하지만 세상의 외부자들에게는 상식처럼 퍼져있는 것들이, 정작 직접적 관련을 맺고 있는 내부 종사자들의 인식과는 커다란 격차가 있어 벽처럼 다가오는 일들이 있다.

올해 정보문화의 달 기념식을 즈음해 국민훈장목련장을 수훈한 조성갑 ()한국정보처리학회의 회장의 인터뷰가 그러했다. 조성갑 회장은 인천정보산업진흥원 원장도 겸하고 있는 우리나라 ICT(정보통신기술. 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의 초창기를 닦아놓은 세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가 평가하는 우리나라 ICT 환경은, 자기 개인의 공적 평가에 대한 기쁨을 넘어서는 보다 근본적인 애석함을 담고 있었다. 그는 국내의 정보통신정책이 편협해 있다고 일갈했다.

(사)한국정보처리학회, 조성갑 회장


IBM에서 20여 년간 펼친 정보화 보급활동

()한국정보처리학회의 조성갑 회장은 우리나라에서 90년대 중반부터 사회적 의미와 관심을 갖기 시작한 정보화 시대라는 말이 풍미하기 훨씬 전인 80년대 초반부터 IBM에서 20여 년을 일해 왔다. 정보통신분야가 최신 학문으로서 신기한 시선을 받던 때이기도 하다. 컴퓨터의 수동적 운용 프로그램인 도스(DOS)라는 것이 사용되던 시기였고 ‘WWW’(World-Wide-Web)이나 인터넷이란 용어가 아직 보편적으로 도입되기도 전이었다.

조성갑 회장이 올해 정보문화의 달 기념식에서 국민훈장목련장 수훈한 계기가 된 공적들인, 컴퓨터 교육과 정보 취약계층을 위한 콘텐츠 개발 등 정보격차 해소에 기울인 그의 노력은 이때부터 축적된 것이다.

IBM이란 기업을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글로벌 기업인 IBM에서는 당시 진출해 있는 국가와의 교류확대를 위해 일반에게 컴퓨터 이론이나 실습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휴무일을 이용해 초등학교, 양로원, 교도소 등을 방문하는 컴퓨터 교육에 그룹을 지어 참여했다. ()한국정보처리학회의 조성갑 회장의 정보통신문화 보급과 확산 활동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익산 시청에는 전국에서 최초로 컴퓨터를 도입하고 시 홈페이지를 만들고 전산업무로 처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전자정부 개념이 싹트기도 전이었다. 시의 역사, 시정방침 등이 포탈에 등장했고 주민세 수도요금 처리 등 시정의 전산화와 함께 포탈을 개발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사례는 정부에 전자정부시스템이 확산될 당시 대표적인 혁신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이후 전라남북도, 충청남도 등에서는 농지세, 수리조합 농협의 고지서 발급 업무를 전산화해 행정의 투명성을 유도해 주기도 했다. 당시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던 동사무소의 주민등록 등의 민원업무처리 프로그램을 개발해 실용화시키기도 했다. 업무 전산화 보급 활동은 중소기업과 학교로도 이어졌다. 우리나라 IT의 보급과 확산에 대한 전방위적인 기여였다고 할 수 있다.

 

세계 수위의 IT 강국에 없는 자체개발 소프트웨어

하지만 자신의 오랜 기간에 걸친 정보통신 공헌에도 불구하고, 조성갑 회장의 가슴 속에는 근본적인 답답한 속내가 있는 듯했다. 원인은 간단하면서도 묵직했다.

우리나라가 정보통신분야의 세계 강국이라는 건 맞습니다. 전자정부도 외국의 모범사례가 되고 있고 해외 현지에 가서 교육시키고 있기도 하지요. 2, 3조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어요. IT 프로그램에 사용하는 소프트웨어가 모두 외국산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자체적으로 개발한 운영 소프트웨어가 없습니다. 고유 소프트웨어가 없는 IT 수출에서 진정한 이익발생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빌게이츠같이 자기 제품만 가지고 하는 것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IT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다는 것은 프로그램을 이용한 활동도 부분으로 국한시키는 것이 훨씬 정확한 판단입니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정보통신분야에 진출한 대기업들의 이윤구조도 매출의 80% 이상이 외국으로 이윤이 넘어간다는 것이다. 간단하다. 소프트웨어가 없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는 정보통신의 핵심이기 때문에 그래서 빌려 쓸 수밖에 없고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정보통신을 단순히 핸드폰 같은 통신망의 발달을 IT의 전부인 것으로 착각하고 소프트웨어 개발의 중요성에 대해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성갑 회장은 주요 원인으로 정부기관 내에서 정보통신 전문가가 없음을 꼽았다.

정보통신 정책이 관리들의 구상 속에서 나와야 하는데, 정부 내에 소프트웨어와 관련한 전문가들이 한 명도 없습니다. 청와대 수석, 장차관, 국장들 중에 소프트웨어를 전공한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전부 통신분야 전공자들입니다. 우리나라가 IT 강국으로 인정받는 정도가 된 것은 전공 1세대들이 정부 요직에서 일을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유학 갔다 온 그들이 정부에서 중요한 일을 하고 창업도 지원받고 하면서 우리나라 'K-DOS' 같은 자체개발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던 결과입니다. 물론 도전은 실패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지 않았던 거지요.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고 강조는 하면서 실제적으로 정부기관에서 발탁하는 예도 없습니다. 과학기술정책자문회의 22명 중 소프트웨어 전공자는 한 명도 없습니다. 정보통신의 날이나 과학의 날에 훈포장 수여자들 중에도 소프트웨어 전공자는 없습니다. 한마디로 소프트웨어의 실상에 대해 발언해 줄 사람이 없는 겁니다.”

조성갑 회장은 한국의 전자정부 시스템을 수출할 경우에 생기는 현실적인 벽을 한 예로 제시했다.

가령 선거, 주민등록 관리, 세금 등 우수한 전산화 시스템을 설명하면서 전자정부를 베트남에 수출하려고 장관이 세일즈를 한다고 칩시다. 시스템을 구축합니다. 서버, 네트워크 장비, OS, MS, 오라클랭귀지, 자바 그리고 보안 소프트웨어 등 구색을 맞추어야 하는 세부 프로그램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중 국산프로그램은 하나도 없습니다. 베트남 담당자가 그중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프로그램을 자국것으로 이용해달라고 요구라도 한다면 내 것을 고유하게 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겁니다.“

 

대학에서도 인기 없는 과목, 하지만 소트프웨어는 예술

세간의 인식처럼 IT분야의 모든 것이 대우받고 주목받는 것은 아니었던가 보다. 현재 대학에서 소프트웨어 전공은 인기가 없다고 한다. 보통 사람들이 어느 분야에 직업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자연스럽게 성취할 수 있는 정당한 경제적 이득과 권위에 대한 유혹도 큰 법인데 현재의 IT는 그렇지 않는다는 것이 조성갑 회장의 진단이다.

지금 종사자들 절벽에 서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곳에서도 소프트웨어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정보통신분야가 장비만 발달하거나 통신망이 잘 깔리는 것에 국한돼 있습니다. 골조는 외국 것 쓰면서 지엽적 분야만 우리 것을 쓰는 형국이지요. 소프트웨어 분야는 오히려 4D 직업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다른 산업분야를 거론해 안 된 이야기지만 비근한 비유로, 조성갑 회장은 우주선을 쏘아 올릴 때 5천 억원을 투입했는데 남은 것이 무엇이 있느냐, 소프트웨어는 인건비이기 때문에 50억 원만 투자해 주어도 충분히 개발할 수 있다고 했다.

“30년 동안 자바나 오라클만 가르쳐야 소프트웨어를 보유한 외국만 배 불리는 일이 됩니다. 우리나라는 소프트웨어를 전공하고 가르칠 사람이 없어 학교에서도 학문 이론만 가르칩니다. 학교에서도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만들어볼 수가 없는 거죠. 요즘 대학의 전산학과에서는 프로그램에 할당된 수업 시간이 3,4시간 밖에 안됩니다. 외국에 유학을 갔다와서도 그곳에서 배운 것을 그냥 따라합니다. 개발에는 아예 관심을 두지 않는 겁니다. 기업에 가서도 필요한 프로그래밍만하고 있는 겁니다. 남의 것을 갖다가 짜맞추기 하는 것은 절대 명예도 돈도 아무것도 가져다주지 못합니다. 더부살이 하는 거나 마찬가지죠.”

조성갑 회장은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은 예술의 창작행위와도 같은 창조성과 희열을 가지는 분야라고 확신한다. 프로그램마다 모두 고유의 개성을 발휘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중앙정부의 시스템은 같지만 각 지자체마다 형편에 따라 프로그램이 다릅니다. 사안에 따라 변용이 가능해야 합니다. 도시와 농촌처럼 생활 양상에 따라 행정의 패턴도 다르니까요. 그래서 창의성을 발휘해야 하는 것이지요. 더 쉽게 백화점을 예로 들면 물건을 사는데 어느 백화점에는 특히 외국 어떤 나라의 고객들이 많이 온다 하면 그 나라의 화폐를 받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겁니다. 주차장 시스템도 수정이 가능한 것이어야 하지 않겠어요. 특수한 경우들이 있을 수 있는데 한번 전산작업이 됐다고 융통성을 발휘하지 않으면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지요. 그러려면 수정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어야 합니다. 소프트웨어는 개발자의 재능과 능력에 퀄리티가 달라집니다.”

 

멈추지 않는 정보통신의 전령사

조성갑 회장의 정보통신 행보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열정적이다. 2006년에는 하얼빈에 있는 안중근 의사 기념관에 SK텔레콤의 지원을 받아 조선족을 위한 PC 30대를 설치했다. 지난 2009년에는 당시 대통령을 수행해 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정보접근센터에서 한국의 전자정부와 TEIN망의 글로벌화를 위한 특강을 실시하는 등 해외 홍보 및 민간교류를 통하여 대한민국전자정부시스템 우수성을 알렸다.

2011~현재 인천정보산업진흥원 원장으로 재직하며, 지역국가 간 교류활동 활성화, 지역ICT기업 해외진출 활성화, 어린이, 다문화가정을 위한 다아름IT방송, 로봇 뮤지컬공연, 청소년 취약계층, 도서지역 정보화교육 제공 등 지역민을 위한 다양한 정보격차 해소 활동 및 지역소외계층을 위한 봉사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올해부터는 한국정보처리학회 회장으로 취임하여 인터넷윤리, 정보보안 등 각종 학술활동 개최 및 학술적 조사연구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프로그램 개발자로서의 능력도 뛰어나다. 조성갑 회장은 지난 2011년 스마트미디어를 활용한 프로슈머형 양방향 방송인 인천N방송을 개설했다. 간단한 교육으로 시민이 만들어가는 소상공인, 시민중심의 콘텐츠 제작 및 공유 활성화로 월 20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할 정도로 지역 정보 격차해소에 도움을 주고 있다.

제철이나 전기를 만들듯이 소프트웨어도 우리것을 만들어야 합니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사정이지요. 단기간에 이룩할 수 있는 성과들이 아니기 때문에 전문가들이 서로 잘 소통해야 합니다. 행정에서도 긴밀한 뒷받침이 필요하구요.”

()한국정보처리학회의 조성갑 회장의 표정에 일순간 그림자가 생기는 듯도 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역량을 쏟아내는 사람이었다. 조성갑 회장 같은 사람이 문제의식을 가지고 정보통신분야에 있는 한 희망이 없지는 않아 보였다.

 

Source : 시사뉴스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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