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시장의 예상치보다 훨씬 밑도는 실적을 내놓자 일각에서는 의도한 어닝쇼크가 아니냐는 의심도 있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영업이익이 전 분기보다 15%가량 감소하는데도 컨트롤타워 시스템이 잘 갖춰진 관리의 삼성이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이 의아하다는 분위기다.

급성 심근경색으로 삼성서울병원에 입원 중인 이건희 회장은 현재 외국의 실력 있는 전문의로부터 조언도 받고 있으나 여전히 의사소통은 할 수 없고 사람도 알아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식 회복은 더디나 자극에 대한 반응이 강해지는 등 미세한 차도를 보이고 있다는데 삼성은 희망을 갖고 있다.
이번 어닝쇼크는 이건희 회장의 부재가 장기화로 ‘오너리스크’가 점점 커지자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비상경영에 돌입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또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승계를 받기 전에 삼성전자의 부실을 확실히 털어내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는 분석도 있다.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은 7조 2천억 원으로 1분기(8조 4,900억원)보다 약 15%,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는 24%가량 준 것으로 2년 만에 분기 영업이익 8조원대가 붕괴되며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이번 어닝쇼크는 주력 사업인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T·모바일(IM) 부문의 부진이 결정타였다. 올해 초 출시한 스마트폰 갤럭시 S5의 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했고 중국과 유럽 시장에서의 경쟁도 치열했던 것이 IM부문 부진의 원인이다. 삼성전자도 이례적으로 내놓은 잠정실적 설명자료에서 △2분기 지속된 원화 강세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판매감소 및 재고 감축을 위한 마케팅 비용 증가 △무선(모바일)제품에 직접 영향을 받는 시스템 LSI △디스플레이 사업 약세 등을 낮은 영업이익의 원인으로 꼽았다.
또 다른 실적 악화의 주요 요인은 환율의 급격한 하락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제품을 해외에서 만드는 상황에서 실적 악화의 원인을 환율 탓으로 돌리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증권가, 목표주가 줄지어 하향
삼성전자의 2분기 어닝쇼크로 증권사들도 3분기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조정하고 목표주가도 낮추고 있다.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증권사들마다 많게는 9조원, 적게는 7조 중후반대로 큰 격차를 보이고 있으며 그만큼 삼성전자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것을 방증하기도 한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최근 시행하고 있는 전략적 변화의 결실이 확인되거나 주주 친화 정책이 크게 강화하면 주가가 급반등하겠으나 그 전까지는 횡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 어닝쇼크, 경기악화 신호탄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라 일시적인 부진이라고는 하지만 그동안 삼성전자가 우리 경제를 견인해 왔다는 점에서 전체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에 대한 우려를 감출 수 없다. 특히 세월호 참사와 가파른 원화 강세 등의 여파로 소비심리와 투자심리가 가뜩이나 위축된 마당에 이러한 삼성전자의 실적 하락이 내수와 수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전방위적으로 경기 악화를 나타내는 신호탄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많다.
실제로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과 같은 국내 3대 조선업체의 경우 상반기 실적은 약 141억 달러 정도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반 토막이 났다. 하반기에 이르러 조선 경기가 호전되는 조짐이 보인다고는 하나 연간 목표액인 545억 달러를 달성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며 다른 시장의 사정도 마찬가지이다.
삼성전자 어닝쇼크에 협력사들 울상
이러한 삼성전자의 어닝쇼크 수준의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삼성전자계열사 뿐 아니라 협력사들 사이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 부진으로 삼성전기·삼성디스플레이·삼성 SDI 등 삼성전자계열사들도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으며 삼성전자에 휴대폰 부품을 공급하는 부품 협력사들은 최근 수요 감소와 단가인하 압력이라는 이중고를 함께 겪어 생존까지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삼성전자와는 매 분기 단가인하 협상을 하지만 스마트폰 판매가 부진한 지금, 단가인하에 대한 압력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관리의 삼성’이 왜
‘관리의 삼성’이라고 불릴만큼 상황을 미리 예측하고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경영 시스템을 가진 삼성전자의 어닝쇼크 현실화는 삼성전자의 경영 실패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지난 4월 이명진 삼성전자 전무는 기업설명회에서 삼성전자의 2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이 8,800만에서 9,000만대 수준의 성과를 낼 것으로 전망했으나 실제 판매량은 약 7,700만대 정도로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시장악화를 예상하고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의견도 다분하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휴대폰 시장의 비수기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으며 신모델 확산으로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태블릿 PC는 성장세 둔화 속에도 업체별 라인업의 다변화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러한 예측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대응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이번 삼성전자 어닝쇼크 중심에는 중국이.
외신들은 삼성전자의 어닝쇼크 내막에 중국의 저가 스마트폰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폰 부문에서는 애플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신흥시장인 저가 폰 부문에서는 중국업체와 경쟁했다. 특히 중국 기업들은 저렴한 가격에 고화질 스크린을 장착하면서 중국 시장에서 크게 앞섰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타임스 역시 샤오미와 레노버 등 중국 토종 기업들이 내놓은 저가 스마트폰의 강세로 날로 심화하고 있는 중국 시장이 삼성의 최대 골칫거리 중 하나라고 지목했다.
또한 스마트폰의 매출 부진으로 프로세서와 디스플레이 패널 부문까지 타격을 입고 있다면서 삼성전자의 성공을 가능하게 한 그룹의 ‘수직통합’이 이제는 삼성전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꼬집었다.
호재냐 악재냐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7조원대 초반으로 가라앉은 가운데 향후 실적에 대한 전망도 분분하다. 부진 원인 중 하나인 스마트폰 마케팅 비용 때문이다. 중저가폰 재고를 털어내는데 들어간 2분기의 대규모 마케팅비를 일시적 현상으로 보는 시각과 곧 나올 애플의 신형 아이폰에 대항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부담하게 될 3분이 이후의 마케팅비용도 상당할 것이라는 지적이 맞서고 있다.
삼성전자 3분기 실적을 가를 호재로 △갤럭시노트4 출시 △중저가 신제품 라인업 강화 △중저가폰 재고 소진 △메모리반도체 성수기 진입 △TV·생활가전 등의 판매 호조 등이 있지만 △애플 아이폰6 출시 △샤오미 등 중국업체 부상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사업 부진 △미국·유럽 등 프리미엄 폰 시장 부진이 여전히 악재로 꼽히고 있어 이전처럼 놀랄 만한 실적을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특히 애플이 3분기에 내놓는 신형 아이폰6는 기존 4인치가 아닌 4.7인치, 5.5인치 등 큰 화면을 갖추고 있어 그동안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로 독주하던 대화면 스마트폰 시장을 잠식할 수도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전략폰 ‘갤럭시 노트4’를 내세워 대응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아이폰6에 대한 대기수요자가 전 세계적으로 적지 않아 어려운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허나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는 이건희 회장의 건강 악화 이후 이뤄지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오너가의 경영 승계 작업에 더욱 속도를 붙일 것으로 보인다. 이건희 회장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등 계열사에 나눠 보유하고 있는 약 12조원의 지분과 현금을 삼성가 3세들이 그대로 물려받을 경우 상속세로 약 6조원의 현금을 분할 납부해야 하는데 주식가치가 떨어지면 이재용 부회장이 계열사 지분 매각 등을 통해 확보한 현금으로 상속세를 어느 정도 충당할 수 있다.
한계 드러낸 스마트폰, 다음 성장 동력은 무엇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노터블(NOTABLE)로 반전을 노린다. 노터블은 노트(Note)와 태블릿(Tablet), 웨어러블(Wearable)의 합성어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마트폰 시장의 침체기를 벗어날 수 있는 대안은 태블릿과 웨어러블 시장에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 ’노터블‘은 스마트폰에 비하면 성장 여력이 제한적이다. 2012년 이건희 회장이 이미 태양광, 자동차부품, 발광다이오드(LED), 바이오, 의료기기의 5대 신수종사업을 발표하고 투자를 늘렸으나 필립스, 지멘스 등 선발주자들이 쳐놓은 진입장벽을 넘지 못하고 여전히 가능성으로만 남아있다.

삼성전자 성장엔진, 재가동할 것인가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은 60조원 이상이다. 활발한 기업인수합병을 진행할 수 있는 실탄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올 상반기 글로벌 IT기업들의 잇단 대규모 M&A에도 삼성전자는 단 한건의 M&A도 없었다. 보다 적극적은 M&A에 나서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또한 집중적인 선행투자, R&D, 일사불란한 삼성의 경영시스템 역시 유효하다. 나라 경제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과감한 의사 결정과 치밀한 전략으로 돌파구를 찾았던 삼성전자의 성장엔진 재가동이 언제 시작될 것인가
By 김유나 기자(yuna@koreait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