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업체들의 한국 기업 추격이 가히 무서울 정도다. 중국 기업은 특히 정보기술(IT)와 가전 부문에서 눈에 띄게 한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고 있으며 1년이면 한국기업의 TV·스마트폰 등의 제품을 따라잡을 정도라고 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온 중국 기업들이 기술력을 확보하면서 정보기술(IT) 분야에서 트렌드를 이끌어가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실제로 전자업계 관계자들은 “중국 업체들은 선발 기업의 시행착오를 겪지 않아도 되는 후발 업체의 장점을 매우 잘 활용해 무섭게 따라붙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미 중국은 ‘롤모델’로 삼았던 한국 기업들의 사업전략을 모방하며 한국의 전자, 디스플레이, IT업종 기업들의 성공 사례만 뽑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TV 시장에서는 더욱 두각을 나타냈다. 불과 1년 전인 CES 2013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세계 최초로 공개한 곡면 TV를 이번 CES 2014에서 중국 가전 업체들이 일제히 선보여 국내 가전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중국의 대표적인 가전 기업인 하이얼은 65인치 곡면 LED TV와 55인치 곡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제품을 전시관 전면에 내세웠다. 하이센스와 TCL도 65인치 LCD 곡면 TV를 선보였으며 창홍 역시 곡면 TV를 들고 나왔다. 불과 1년 만에 중국은 삼성, LG와 비슷하게 제품을 구현해낸 것이다. 실적 또한 올 1분기 기준으로 중국의 하이센스와 스카이워스는 각각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16.0%와 13.5%를 달성하면서 삼성전자에 이어 2, 3위를 기록했다.

중국이 곡면 UHD TV를 공개했지만 곡률과 화질 면에서의 기술 수준은 아직 한국기업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 다만 중국 제품은 한국 제품의 30~50%의 싼 우수한 가격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OLED 패널을 사용하는 OLED TV 시장에서는 아직 중국 업체가 OLED 패널을 자체 생산할 수준이 되지 않기 때문에 한동안 이 시장은 한국이 주도할 분위기다. 하지만 TV시장뿐만 아닌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중국의 컴퓨터 제조업체인 레노버가 모토로라를 인수하며 일약 스마트폰 업계 3위에 올라서는 등 중국발 IT가전 업체들의 공세가 뜨겁기 때문에 시장점유율을 지키기 위한 한국 기업의 더욱 견고한 전략이 필요하다.
한국 디스플레이산업은 1990년대 정부의 전략적 육성 의지와 민간의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성장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미국, 일본과 유럽을 제치고 세계 일등 자리에 등극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중국 업체가 한국 기업을 바짝 추격하면서 디스플레이 선두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과 능동형 유기 발광 다이오드(AM OLED) 기술 격차가 3~4년 전만해도 5년 정도 벌어졌다. 그런데 지금은 중국이 한국 턱 밑까지 기술 격차가 1년으로 좁혀졌다. 1위 자리에 안주하고 있다가 큰코다칠 수도 있다.
최근 중국 지도자들이 과학기술 강국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바텔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R&D 투자 비용이 2840억 달러(약 301조466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최근 내놨다. 2012년보다 22%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미국의 R&D 투자 비용 증가율은 4%에 불과했다.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이신두 교수는 “한국은 디스플레이 전문가가 거의 국내에 다 모여 있지만 중국은 유럽, 미국, 일본 등 세계 각국에 있는 디스플레이 관련 중국 출신 전문가들을 스카우트해서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며 “이들이 한국 기업이 상상하지 못한 혁신적인 새로운 기술을 내놓으면 기술 격차는 중국이 한국을 앞서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미래를 내다보고 연구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데 비해 한국은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1년 이내의 기술 격차를 따라잡기 보다는 한국이 대비하지 못한 미래 기술을 세계 각국에 진출해있는 자국 출신 전문가들을 통해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이 디스플레이 선두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소재 부품 산업에서 희망을 걸 수 있다. 소재산업은 완제품의 디스플레이 제품 가격 경쟁력을 갖고 올뿐 아니라 소재 부품 중견, 중소기업들의 성장을 촉진시키고 중국시장에 수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중국은 유기반도체, 액정도 제조하고 벤처기업들이 있어 앞으로 산업화가 커질 수 있다”며 “한국은 상대적으로 동진쎄미켐 등 토종기업이 있고, 글로벌 기업이 한국에 진출해 있기에 소재 분야는 아직도 유망하다”고 설명했다.
중앙대 화학신소재공학부 유재수 교수는 “소재산업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소재분야는 대한민국 정부가 가장 잘해온 지원정책이라고 본다. 그 결과 소재산업 분야가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유일한 희망이 되고 있다”며 “조금씩 효과가 나타나고 있으므로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장비 분야도 유망한데 문제는 일본과 격차가 있다. 중국이 한국의 장비를 구매 하지 않고 한국도 자국 장비 보다는 일본이나 독일 장비를 선호한다”며 “그러다보니 소재 부품과 장비 이 영역은 삼성, LG 등 대기업이 기존의 갑을 관계에서 벗어나 동반자 관계를 통해 경쟁력을 높여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