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혁교수 독후감]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
[김혁교수 독후감]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
  • By Kim Hyeok, Professor Emeritus at Sungkyunkwan U
  • 승인 2014.08.05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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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음양오행에 기초한 사주명리를 자신의 삶에 어떻게 활용하는가를 설명하는 책이다. 음양오행이란 음과 양이 밤과 낮처럼 교차하고 이에 따라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라는 다섯 기운이 천지와 내 몸속을 돌아다닌다는 동양적 사고방식이다.

천지간의 기운과 내 몸속의 기운이 서로 영향을 주면서 건강과 하는 일, 마음상태 등이 변화하기 때문에 이를 잘 알아 대처하면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있다는 주장이다.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 (고미숙 지음)

1. 사주명리

인간은 태어날 때 우주적 기운인 기(氣)를 받는데 이 기는 음양으로 나누어진 후 목화토금수의 오행으로 다시 나뉘어진다. 우리가 팔자라고 하는 것은 년, 월, 일, 시에 각각 두 개의 글자가 할당되어 8개의 글자라는 뜻이다. 년, 월, 일, 시라는 4개의 기둥(4주) 각각에 오행의 기운들이 자리하고 있어 이 오행들의 상생과 상극의 운동을 통해 우리의 인생행로를 그려간다는 것이 사주명리다.

이러한 사주명리의 생각은 추상적이고 모호하며 미신적인 것으로 간주되고 있는 것이 현 실정이다. 그러나 지금 디지털 문화도 0과 1이라는 2진법으로 천태만상을 조작하고 있음을 볼 때 자신의 운명을 헤쳐가려는 입장에서는 음양오행론을 터무니 없는 것으로만 내쳐둘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우리 삶에 음양오행을 배정하는 방식을 간단히 본다. 먼저 하늘의 움직임을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라는 10개의 천간으로 구분한다. 그리고 갑을(목), 병정(화), 무기(토), 경신(금), 임계(수)라는 기운을 할당한다. 땅의 기운은 12종의 동물기운,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의 지지로 나눈다. 그리고 인묘진(봄), 사오미(여름), 신유술(가을), 해자축(겨울)이 할당된다. 천간과 지지를 조합하면 ‘갑자, 을축, 병인…’으로 이어지고 갑자에서 다시 갑자가 되려면 60년이 소요되어 60세를 ‘환갑’이라고 한다. ‘환갑’은 60갑자를 한번 돌았다는 의미다.

자신의 연월일시라는 4주에 해당되는 천간과지지(이를 간지라 함) 두글자를 할당하면 8글자가 되니 이를 ‘팔자’라고 하는 것이며, 이 팔자에 들어 있는 음양오행의 기운에 따라 각자의 특성이 들어난다는 것이다. 한 사람은 화(火)기운이 강해 열이 많고 활동적이며 다른 사람은 수(水)기운이 강해 차고 지혜롭다던가 하는 식이다. 명리란 운명의 이치라는 뜻이다. 재미있게도 저자는 김연아 선수와 아사다 마오를 평가했다. 김연아는 눈매가 강하고 야무지면서 배짱이 두둑한 인상으로 수기운이 강하고 아사다마오는 귀엽고 외향적인데 덤벙거리는 인상으로 화기운이 강하다는 것이다.

사주명리에서 인간은 오행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예를 들어 손이 없더라도 발을 손처럼 사용하는 식이다. 또한 음양오행에 있어 ‘관계가 존재에 선행한다’는 사상이 중요하다. 오행자체의 본성이 아니라 각각의 항목들이 어떻게 조합하고 배치되느냐 하는 점이 중요하다. 여덟 개의 글자 중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명주(命主), 즉 운명의 리듬을 주관하는 키워드인데 이는 태어난 날의 천간 즉 일간을 말한다. 이 날의 음양기운과 오행의 속성이 자신이 나면서 부여받은 기질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기질은 고정된 것이 아니고 흐름에 따라 변화할 수 있기 때문에 운을 연다는 설정이 가능하다.

 

2. 사주명리의 활용

자신의 사주팔자가 어떤 기운을 품고 있는지를 알게 되면 이 기운이 자연의 속성이나 자신이 만나는 다른 사람들의 기운과 어떻게 서로 반응하는 지를 알고 조절해가는 것이 제대로 된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하다.

먼저 팔자의 배치는 자기 몸 안의 오장육부의 흐름을 반영한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목은 간과 담, 화는 심과 소장, 토는 비와 위, 금은 폐와 대장, 수는 신과 방광 등으로 연동되어 있다. 그리고 목은 분노, 화는 기쁨, 토는 생각, 금은 슬픔, 수는 두려움의 정서와 연결된다. 그래서 해당 장기에 문제가 있으면 감정의 균형이 깨어진다. 예를 들어 폐와 대장의 금기운에 균열이 있으면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는 식이다. 동의보감이 이런 오행의 기운과 우리 몸의 관계를 잘 해석하고 있다.

사주명리 활용방안의 하나로 ‘용신’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자신 속에 있는 기운 중 어떤 것은 넘치고 어떤 것은 부족함을 깨달은 뒤 이를 조화시키는 방식이다. 자신의 원래 기운에는 없지만 보조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운이 있다면 이를 활용한다. 만일 보조기운도 없다면 용신의 기운을 가진 친구들과 연대하는 식이다. 운명의 ‘브리콜라주’를 만드는 것이다. 브리콜라주란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가 사용한 언어로 지금 현재의 재료를 가지고 최고의 예술품을 만드는 활동을 말한다.

용신을 선택하거나 활용할 때는 반복의 늪에서 벗어나야 한다. 반복은 순환의 죽음이다. 암과 자폐증, 치매같은 현대인들이 두려워하는 이런 병들의 공통점은 이웃과의 단절이 원인이다. 세포단위든 개체단위든 소통이 단절되면 자기동일성이 증식되고 순환이 멈추어 우울증 같은 병에 걸리는 것이다.

용신에서 익힐 사항은 세가지다. 첫째, 몸을 사용한다. 둘째, 재물과 능력을 다른 사람을 위해 쓴다. 셋째, 감정, 자의식, 신념 등의 마음을 비운다. 이렇게 몸, 재물, 능력을 사용할 때 순환이 잘 이루어지고 건강과 함께 마음의 평안, 친구들과의 원활한 교제를 이룰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운명의 길흉이란 좋고 나쁨을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주명리에서는 매끄럽게 순환하면 길이요, 막히고 정체되면 흉으로 본다. 예를 들어 봄날의 꽃이 아무리 좋아도 떨어져야 할 때 떨어지지 않는다면 흉한 것이요, 깊은 산속 계곡물이 아무리 맑고 그윽하다 해도 흐르지 않으면 흉한 것이다. 맑고 아름다운 순간을 지속하고자 흐름을 거부하면 무겁고 탁해지는 것이다. 어린아이의 천사같은 미소가 아무리 현재 이쁘더라도 그 아이가 크지 않고 그대로 머무는 것을 상상하면 이 의미를 알 수 있다.

사주명리의 또다른 활용으로 식상, 재성, 관성, 인성 등이 있다. 식상은 의식주, 재성은 재물, 관성은 사회적 관계, 인성은 공부나 명예와 연결된다. 부모, 특히 엄마가 자식을 위해 거의 모든 것을 챙겨주면 자식은 인성과다에 빠져 공부는 억수로 하고서도 실제 삶에 써먹지 못하는 바보가 된다. 공부로 인한 지식이 순환되어야 재물과 관운이 될 터인데 현장에서 활용하는 힘이 없으니 직장 상사나 선배한테 조금만 시달려도 삐치거나 패닉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사회부적응자가 될 수 있다. 엄마의 과잉보호, 사주명리상 큰 흉이다.

재물을 낳는 재성은 식상이라는 상생의 운동을 거쳐야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과 생산활동 없이 돈을 벌게 되면 재다신약의 함정에 빠져 제대로 먹지도 못하여 육체가 시들고 재물에만 집착하느라 다른 사람과의 관계 등 인복도 없는 처지에 빠진다. 또 관성이 막히면 인성, 즉 공부와 명예로 가는 길도 막혀 지혜와 유머, 우애 등의 기운이 없어 삶의 기쁨을 누리지 못한다. 부자들이 행복할 수 없는 이치다. 넘치는 재물을 다른 사람을 위해 사용해야 관성이 열리며 기쁨을 누릴 수 있다.

관성은 혈연을 넘어 다른 사람들의 삶에 깊이 개입하려는 속성이다. 명리학상 관성은 인성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현대는 관성에서 재성(재물)으로 거꾸로 후퇴하기 때문에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재성을 관성으로 터주기 위한 방책으로 첫째, 회사를 공동체적 관계로 바꾸는 것이 있다. 둘째, 여성들은 결혼기준에서 남성의 경제력을 첫 번째로 놓는 습속에서 벗어나야 한다. 셋째,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보기 보다 사회에 흐를 수 있도록 다양한 채널을 만들어야 한다.

인성은 인복이기도 하다. 인복이야 말로 배움의 진정한 배경이자 토대인 까닭이다. 인복은 타고나는 것이기도 하지만 따지고 보면 결국 자기하기 나름이다. 타인을 자신의 성공도구로 여기는 사람에게는 부모건 연인이건 스승이건 돕고 싶어도 도울 방법이 없다.

 

3. 좋은 글귀들

· 진보단체들이 부딪히는 가장 큰 장벽은 공동체원들 사이에 벌어지는 ‘감정의 틈’이다. 감정을 주관하는 뇌는 변연계(Limbic system)다. 변연계는 생명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다. 이 감정의 회로가 운명 혹은 팔자의 키를 잡고 있다.

· 사회과학적 담론에는 기본적으로 자연 혹은 우주가 결락되어 있다. 하지만 운명이란 인생의 우주적 변곡선에 다름아니다. 운명을 사유한다는 건 인생과 자연사이의 상응과 교감을 전제한다.

· 시간적 순서(次)는 반드시 공간적 질서(序)와 함께 한다. 시간은 공간의 다른 표현이다. 시간은 공간의 ‘휘어짐’이고 공간은 시간의 ‘주름’이다. 시공간의 리듬, 그것이 곧 ‘차서’다. 우리가 살아가는 우주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차서가 있다. 이 리듬을 밟기 때문에 우주는 만물을 쉬지 않고 창조해낸다.

· 우주적 차원에선 선악시비가 별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선이건 악이건 옳건 그르건 사회적 표상은 모두 습속과 통념의 산물일 뿐이다.

· 오행의 걸음을 계절로 보면 봄(목), 여름(화), 가을(금), 겨울(수), 그리고 각 계절 사이에 있는 환절기(토)로 되어 있다. 우리가 사는 태양계는 이 다섯 걸음을 쉬지 않고 반복해왔다. 우리네 인생도 청춘(목)은 봄이고 중년(화)은 여름, 폐경 이후(금)은 가을, 육십대 이후(수)는 겨울이다. 각각의 마디를 넘는 시기에 토의 기운이 작용한다. 잘 산다는 건 이 과정을 다 제대로 밟는다는 뜻이다.

· 자연의 지혜는 재물운, 관운, 명예와 공부운이 순환하는 길을 찾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이런 지혜를 어그러뜨리는 체제다. 순환과 비움이 아니라 소유와 증식만을 목적하기 때문이다.

· 동양의 사상은 하나같이 마음의 혁명, 곧 구도(求道)를 설파한다. 도란 마음과 우주가 하나임을 깨달아 존재를 완벽하게 탈바꿈하는 것이다.

· 구원이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말하면, 운명에 대한 사랑이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온전히 받아들이는 자세다.

· 팔자는 용법이다. 여덟 개의 카드를 어떻게 쓸 것인가 운명의 키는 여기에 달려있다. 이미 주어진 것은 과거의 산물로서 미래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여덟 개의 카드를 어떻게 접합하고 변용할 것인가는 철저히 ‘지금, 여기’에 달려있다.

· 유전생물학에서도 이제 과학자들은 유전자를 개별 명령의 집합이 아니라 변화에 반응할 수 있는 총체적 조절구조를 갖춘 복잡한 정보망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더욱이 유전자 자체도 고정된 것이 아니라 특정화합물이 특정 유전자에 달라붙어 그 유전자가 표현되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스위치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후천적 형질이 선천에 깊이 개입할 수 있는 것인데 이것을 ‘DNA 메틸화’라고 한다.

· 과거의 나쁜 기억 때문에 현재도 괴로워한다는 것은 내 마음 속에서 그 기억을 떠나 보내지 않으려는 의식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는 타자와 세상을 향해 흘러가야할 기운이 출구가 막혀 자신을 물어뜯고 괴롭히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 여성의 사회성은 관료가 되는 식보다는 수평적이고 횡적인 네트워크에 대한 열망이 더 지배적이다.

· 인류의 역사는 자유인과 브라만, 귀족과 선비 등이 독점했던 지성과 사유의 주권을 되찾기 위한 그리하여 누구나 노동자이면서 작가이며 예술가이며 철악을 하는 그런 시대를 열기 위해 분투해왔다. 그러나 지금 사람들이 추구하는 건 돈과 정규직이다. 생각할 권리가 아니라 평생 하나의 직업에 묶여 있고자 하는 노예의 권리와 상품을 마음껏 탐하는 중독자의 삶을 추구한다.

· 운명은 외부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외부와 내부가 마주치는 지점에서 만들어진다.

· 산다는 건 절대 공짜가 아니다.

· 우리가 사는 세계는 어차피 좌충우돌, 파란만장의 리듬을 타야한다. 번뇌가 없으면 행복해지기보다 대개 멍청해진다. 질병과 번뇌를 겪을 때라야 비로소 존재감을 확인하고 이를 극복하는 기쁨을 드린다.

· 지혜가 생기면 호흡을 조절할 수 있다. 호흡이 평온해지면 면역계가 활발해질뿐더러 용기와 부지런함, 관용 등의 덕목을 발휘할 수 있다.

· 지혜는 깨달음의 영역이다. 깨닫다는 ‘깨다’와 ‘도달하다’의 합성어로 낡은 사유의 지평을 깨고 새로운 경계를 열어젖히는 것이 깨달음이다.

· 누구나 취할 수 있는 보편적 용신으로 약속과 청소가 있다. 약속을 지킨다는 건 시공간과 몸이 일치한다는 뜻이다. 약속을 지킨다는 건 내가 살아가는 시공간을 청정하게 만드는 일에 해당한다. 청소가 중요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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