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혁교수 독후감] 동방순례
[김혁교수 독후감] 동방순례
  • by Korea IT Times(info@koreaittimes.com)
  • 승인 2014.10.06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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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짧은 소설은 주인공이 종교집단의 일원으로 동방을 순례했던 경험을 회상하는 형식으로 풀어낸다. 소설의 주인공은 이름 대신 H. H라는 이니셜을 사용하여 헤르만 헤세 자신이 이야기를 한다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스토리가 매우 단순하지만 소설에 나오는 레오라는 하인의 모습에서 ‘서번트 리더십’이란 개념을 도출하였기 때문에 관심을 갖게 한다.

 

'동방순례' 

헤르만헤세 지음

1. 줄거리

주인공은 종교집단인 결맹의 일원으로 동방순례에 나선다. 이 여행은 현대적인 교통수단인 철도나 기선, 전신이나 자동차 등 삶을 공허하게 만들어버린 문명의 이기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여행자들은 오래된 결맹의 역사와 믿음에 관계된 장소나 기념물들을 모두 찾아보고 경배하는 일정이었다.

여행 중 종종 믿음이 없는 사람들로부터 멸시당하고 방해를 받기도 하였으나 아이들이 감격해서 노래를 배우고 눈물을 글썽이며 배웅해준다던가, 많은 젊은이가 가는 길을 함께 걷고 결맹에 가입하기를 희망하기도 하는 경험을 한다.

언젠가 일행 중 결맹을 떠난 사람이 있어 통솔자에게 앞으로 그가 어떨지를 물었더니 그는 눈이 멀어 은총을 받을 수 없게 되었음을 알려준다. 은총이란 무엇으로 살 수 있는 성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 광명이 비치고 눈을 뜨고 별을 쫓아가지만 곧 이성이 생기고 세상의 비웃음이 찾아오면 겁을 먹고 다시 길을 잃고 눈이 멀어버리는 것이라 한다.

여행 중 짐을 나르고 여러 가지 일을 돕는 하인인 레오가 눈에 띄어 그를 좋아하게 된다. 그는 어딘지 모르게 사람을 끄는 구석이 있었고 부담 없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힘이 있었다. 그는 즐겁게 일했다. 혼자서 노래를 부르거나 휘파람을 불었으며 필요로 할 때가 아니면 눈에 띄지도 않는 이상적인 하인이었다.

이 여행의 목적지인 동방은 그냥 어떤 나라나 지리적인 것이 아니라 영혼의 고향이자 청춘이고, 어디에나 있는 곳이면서도 아무데도 없는 곳이며, 모든 시간이 하나가 되어버린 그런 것이다. 이런 것을 의식하는 것으로 그 당시 큰 행복을 맛보았다. 나중에 이 행복이 사라져버리자 이 소중한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행복은 꿈을 꾸면서 느끼는 행복과 똑같은 비밀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것은 생각해낼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시에 체험하고 외면과 내면의 세계를 유희하듯 교체할 수 있고 시간과 공간을 밀어 버릴 수 있는 자유로움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또한 과거에 존재했던 것, 미래에 닥쳐올 것, 문학적 허구로 꾸며진 것을 창조적으로 현재의 순간으로 불러내었다.

어느 날 하인 레오에게 묻는다. 예술가들이 창조한 형상들은 저토록 생생하게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정작 예술가들은 반쪽짜리 인간처럼 보이는 이유를. 레오의 대답이다. 그것은 어머니도 마찬가지다. 어머니가 아기를 낳고 아기에게 자기 젖과 아름다움과 힘을 모두 주고 나면 자신은 눈에 띄지 않게 된다. 이는 서글프지만 아름다운 봉사의 법칙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오래 살기를 원하는 사람은 남에게 봉사해야지 남을 지배하려 하면 오래 살지 못한다고 일러준다.

순조롭게 진행 중이던 순례는 어느 날 하인 레오가 실종된 뒤로 혼란에 빠진다. 그를 찾는 모든 노력이 헛되이 되던 날 그룹은 서로 갈등하게 되고 무기력해졌으며, 믿음이 사라지고 가치와 의미를 잃게 되었다. 주인공 역시 실망하여 순례대열에서 빠져나와 일상으로 돌아온 후 자신이 겪은 동방순례의 경험에 대해 글쓰기를 시작한다.

글을 쓰는 도중 레오를 찾는 노력을 한 결과 마침내 레오를 만나지만 레오는 주인공을 알아보지 못한다. 레오와 이야기하는 도중 주인공이 바이올린을 팔아버린 이야기를 한다. 주인공은 순례당시 바이올린으로 다른 사람을 즐겁게 했었다. 레오는 다윗 왕 이야기를 한다. 젊은 시절 다윗은 사울 왕에게 하프를 연주해주는 행복하고 아름다운 청년이었지만 나중에 왕위에 오른 후 수 많은 애환과 고통을 겪는 근심에 찬 왕이 된다. 음악가 시절의 다윗이 더 행복하고 아름다웠음을 일깨워 준다.

주인공은 결맹을 배반하고 순례를 포기한 사실에 양심의 가책을 느껴 결맹에 자신의 죄를 자수하여 이에 대한 심판을 받게 된다. 많은 상급자와 최고 상급자가 심판을 하는데 놀랍게도 하인 레오가 결맹의 최고 심판자였다. 레오가 판결한다. 주인공이 절망에 이르고 진지한 시도를 포기한 죄를 꾸짖는다. 절망이란 인간의 삶을 이해하고 그 정당성을 인정하려는 모든 진지한 시도의 결과라 한다. 주인공은 절망을 극복하는 제 2의 수련기를 거쳐야 하며 쓰고 있는 동방순례를 끝까지 완수하라는 판결이 내려진다.

결론적으로 주인공은 레오가 삶의 의미를 깨달은 현자이고 자신의 마음이 서서히 레오의 마음을 닮아가는 것을 느낀다는 해피엔딩이다. 동양적인 내면의 각성을 통해 삶의 궁극적 의미와 영혼의 행복을 찾아낸다는 헤세의 기본 생각이 들어나는 소설이라 할 수 있다.

 

2. 좋은 글귀들

· 인간의 모든 행위는 이기적인 충동에서 비롯된다는 심리학자들의 주장이 옳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것은 평생 어떤 목적을 위해 헌신하고 즐거움이나 행복을 포기한 채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이 노예를 사고팔아 얻은 이익으로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는 인간과 실제로 똑같이 행동한다고 말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 절망은 삶을 미덕과 정의와 이성으로 극복하고 그 요구들을 실현하려는 모든 진지한 시도의 결과이다. 

 

By. 김혁 교수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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