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혁교수 독후감] 상상망치
[김혁교수 독후감] 상상망치
  • Korea IT Times (info@koreaittimes.com)
  • 승인 2014.10.2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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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다 망해가던 남이섬의 사장을 맡아 유원지에서 관광지로 이미지를 바꾸고 ‘겨울연가’의 촬영지로 이름을 날릴 만큼 전혀 다른 세상을 창조한 강우현사장이 남이섬을 일군 내용으로 되어 있다. 상상의 눈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자는 마음이 한결 같이 배어있어 책 제목도 「상상망치」인 모양이다.

'상상망치', 강우현 지음

1. 강우현의 발자취

사실 강우현은 별로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다. 어느 신문에선가 남이섬을 일군 괴짜 사장이야기를 스쳐가듯 읽은 정도일 정도다. 그의 삶과 남이섬을 어떻게 디자인했는가를 보자.

강우현은 충청도 단양출생으로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할아버지로부터 천자문을 배우고 붓글씨를 익혔다.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으나 중학교 졸업 때까지 정식으로 미술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한다. 고등학교는 서울로 오게 되었는데 취직이 잘 될 거라 생각해서 할아버지가 사다 주신 용산철도고등학교 원서로 시험을 치루었으나 낙방하여 후기로 보인상업고등학교에 진학한다.

고등학교에 입학하자 미술부를 찾았으며, 상업미술, 지금의 그래픽 디자인을 배운다. 이때 1년 정도 동양화가 홍석찬 선생 화실에서 동양화를 배웠다. 어렸을 적의 붓놀림이 많은 도움이 된다.

이후 홍익대 응용미술과에 입학하자마자 화실을 얻어 자취를 한다. 군에 입대해서는 일본어 문장 쪽지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보초를 서면서 한줄씩 외우는 식으로 해서 일본어 책 두 권을 달달 외울 정도가 되었다. 당시 군대에선 북한에서 귀순한 사람들을 수용하고 있었는데 그들의 편지 원고를 대필하는 작업을 하였다. 이 작업을 위해 귀순자들의 고향풍경, 친지의 생일, 식물이나 애완동물을 물어보고 편지를 썼다. 이 경험이 후에 동화책을 내고 동화적 상상력을 발휘하는데 도움을 준 것 같다고 한다.

대학 졸업 후 제일은행에서 디자인 업무를 맡아 엄지손가락 마크를 탄생시킨다. 은행을 그만두고 한 디자인 연구소에서 10년간 CI와 캐릭터 디자인 일을 하다 1989년 독립 사업체인 ‘아시아문화교류연구소’를 만든다. 여기서 일본과 중국을 대상으로 문화교류를 시작했다. ‘엄마가 쓰고 그린 그림책’, ‘아버지가 쓰고 그린 그림책’, ‘재생공책 쓰기 운동’, ‘국제 그림동화 원화전’, ‘중국명인 서화전’ 등의 일을 해낸다. 그러다 2000년 12월 31일 새 밀레니엄을 맞기 하루 전 아들과 남이섬에 가서 아들은 다음날 떠나고 둘째 날부터 닷새 동안 혼자 머무르면서 남이섬의 베어낸 많은 나무를 보고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는 등 남이섬에 필이 꽂힌다. 그 당시 남이섬은 쓰러지는 중이라 월급 100원을 받기로 하고 2001년부터 남이섬 사장으로 일을 시작한다.

 

2. 남이섬 살리기와 나미나라공화국 설립

강우현이 남이섬의 사장을 맡은 때 회사는 계속되는 적자로 침몰 직전이었다. 부족한 자금을 은행대출을 해서 메꾸려 해도 대출을 해주지 않아 맨몸으로 버티며 살길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강우현은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정글을 헤쳐 간다. 그러나 꿈은 크게 잡는다. 100억짜리 남이섬에 100만명이 몰려오는 커다란 미래모습을 상상한 것이다.

남이섬은 40년 전부터 섬을 사서 나무를 심고 가꾸신 수재 민병도 선생의 ‘두 대에 걸쳐 아름다운 자연을 물려 준다’는 귀한 뜻으로 일구어온 섬이었다. 강우현은 그 뜻을 잇기로 하여 그 당시 유원지인 남이섬을 관광지로 바꾸는 개혁을 시도한다. 관광(觀光)이란 빛을 보는 것이니 볼거리가 많고 사진 찍을 곳을 많이 만들면 된다는 소박하고 단순한 개념에서 시작한다. 무슨 거창한 계획이나 마스터플랜없이 눈에 보이는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가는 방식을 썼다. 해보다 안되면 다른 방식을 쓰고 그것도 안되면 또 다른 방식을 쓰는 식이었다. 생태적인 방식이다. 그의 좌우명 ‘이걸 해도 저걸 해도 운명이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해보자’에서 자신감을 확인하면서.

남이섬의 초옥공방에 기거하며 할아버지가 강릉 작업실에 써 준 속선당(俗仙堂)이란 현판을 걸어 택호로 삼는다. 속세에서도 신선처럼 살라는 할아버지의 당부를 생각하고 마음을 비우는 자세를 가다듬는다.

돈이 없으니 자연 그대로를 가지고 상상을 펼쳐 무언가를 해야 하는데 그 중의 하나가 남이섬에 많은 별빛, 강물소리, 바람소리 등에 이름을 붙여주는 작업이었다. 동화나라 볓빛, 달빛, 새소리 식이다. 이리하여 남이섬에 상상공화국을 짓는 것을 추진한다. 이름하여 나미나라공화국.

 

새로운 사업을 하고자 할 때 타당성 검토에 앞서 상상력은 필수적이다. 공장을 짓는다면 완성된 공장의 모습과 어떤 제품이 어떤 수준으로 생산되고 소비자가 그걸 어떻게 쓰고 버리는지를 상상하면 재활용 가능한 제품을 기획할 수 있다. 마치 화가가 백지에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은 상상력이 필요한 것을 말한다.

그가 좋아하는 말, 투석문로(投石問路), 먼저 돌을 던져 놓고 길을 묻는다는 것이다. 고민만 하며 시간을 축내기보다 무언가 일을 먼저 시도해 본다는 자세다. 남이섬을 일구기 시작할 때 빈 소주병이 지천으로 있었다. 이를 어떻게 재활용할 지를 고민하다 멀쩡한 병은 녹이고 비틀고 해서 꽃병 만들고, 깨진건 녹여 타일을 만들어 화장실 벽에 붙이거나 호텔 카운터 장식품으로 사용했다.

술병으로 정원을 만들고 이름을 ‘이슬정원’이라 했다. 사람들은 새벽에 이슬이 많이 내려 그 이름을 붙인 것으로 알지만 참이슬병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이슬정원으로 했다는 설명을 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아모레에서 설화수병을 보내와서 설화수병 나무도 만들었다. 가을 단풍에 은행잎이 수북히 쌓인 길이 좋은데 남이섬은 북쪽이라 은행잎이 빨리 져버려 길에 쌓을 수가 없었다. 마침 송파구청은 은행 잎 쓰레기를 치우느라 돈도 많이 들고 골치 아픈 문제인 것을 알아 단풍잎 쓰레기를 실어와 산책길에 깔아 은행잎 낙엽이 수북히 쌓인 명소를 만들었다.

자연을 활용하여 사진 찍을 곳 만들기에 전념하면서 ‘잡초는 화초로, 쓰레기는 쓸 애기’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누구나 자유롭게 노래하고 그리게 하고 갖고 가게 하는 식으로 체험관광이 되도록 했다. 예술가에게는 숙식도 제공하고 재료도 대주었다. 어느 사진작가는 남이섬 풍경을 남겨 주었다.

기존의 상인들을 섬 밖으로 내보내자 고발 등으로 많은 고통을 당했지만 이를 이겨내고 음악이 흐르는 자연 친화적인 관광지로의 개혁을 실천해간다. 밤 10시면 무조건 불을 끄니 별빛, 달빛이 살고, 농약을 치지 않으니 벌레가 생겼다. 벌레가 생기니 새들이 날아오고 새똥에 묻어온 씨앗에서 야생화가 피어났다. 여기저기 핀 야생화를 한 곳에 모아 야생화 군락지를 만들었다.

 

낡은 건물은 전시관, 빈터는 공연장, 숲속 무대에서 명상 음악회를 열거나 외국 전통무용단을 불러 공연도 했다. 보관 장소가 없어 고민하는 조각가에게 작품을 야외에 무료로 보관해 주겠다고 하니 다들 고마워했다. 섬 한가운데 이름도 없이 서있던 조각상을 강가로 옮겨 ‘고향바다를 그리워하는 남이섬 인어공주’라고 이름 붙이자 많은 사람이 그 앞에서 사진을 찍고 간다.

남이섬의 주인을 돈 내고 들어오는 손님들로 바꾸고 자연과 문화가 주인인 ‘남의 섬’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1년 내내 축제를 벌였다.

섬이 달라졌다는 소식에 손님들이 몰려오면서 가족단위 손님이 몰려오고 예술가들의 발길이 잦아졌다. 가수들과 교향악단이 들어와 야외무대에서 공연을 펼쳤고 조각가, 유리공예가, 흙공예 예술가가 공방을 차려 손님들과 가깝게 호흡하는 장소가 되었다.

부지런히 쓸고 닦고 매만지며 힘들게 일하던 어느 날 방송사 촬영 팀이 ‘겨울연가’촬영지 답사 차 찾아왔다. 겨울연가의 윤석호 감독을 만나 무료로 언제든지 편안히 촬영을 하되 제작발표회를 남이섬에서 할 것을 제안한다. 남이섬이 ‘겨울연가’의 아이콘으로 남게 된 것이다. 또한 한류열풍이 시작되기도 했다.

강우현은 남이섬 열풍이 몇 년 지나면 사그라지리라는 것을 예상하고 2006년 나미나라공화국을 만들기 시작한다. 정관루라는 호텔을 국립호텔 6성호텔이라고 스스로 이름 붙이고 섬에 들어오기 위한 선착장에서는 나미나라여권을 발급하는가 하면 헌법은 법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이들을 위한 무법천지법으로 했다. 서로를 위하고 존중하는 편한 상식이 법보다 아름답다는 것을 표명했다. 또한 배타고 떠나는 해외여행이라는 컨셉으로 남이섬 여행을 해외여행으로 이름 붙였다.

회사가 어려우니까 아이디어만 나왔다. 어느 여름날 북한강 상류에서 떠내려온 물배추 몇 포기가 있었다. 물을 정화시키는 작용을 한다기에 오수 처리장 근처에 던져 두었더니 놀라울 정도로 번식해갔다. 오수처리장 물도 깨끗해 졌다. 가을이 되자 그것을 팔아보자 했다. 분명 서울에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말도 안된다고 웃었지만 도회지 손님들이 한포기에 500원씩 첫날에만 120포기를 사갔다. 우리에겐 흔하지만 남에겐 없는 것, 그게 상품이 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일화다.

그는 경영을 따로 공부해서 이 일을 한 것이 아니라 물이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바람처럼 유연하게, 무언가가 있으리라는 상상을 키우며 많은 실패 속에서 되는 길을 찾아 이룬 결과라고 이야기 한다.

 

3. 좋은 글귀들

· 남이섬이 좋은 것 나무, 별빛, 달빛, 새, 풀, 물고기, 강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남이섬에 많은 것 나무, 별빛, 달빛, 새, 풀, 물고기, 강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아이디어는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가까이서 찾으면 된다.

· 단언컨대, 자신이 다치는 개혁을 지지할 조직 구성원은 없다. 뼈를 깎는 아픔이 수반되지 않고 개혁은 성공할 수 없다. 대다수 사람들은 기존 삶의 패턴이 바뀌는 것에 동의하길 꺼린다.

· 덜렁 문만 있던 호텔 정문에 불에 탄 소나무를 헐값으로 사다 껍질을 벗긴 나무로 예약실을 꾸몄다. 그리고 화가, 공예가 작가들에게 200만원을 주고 40여개의 방을 각자 마음대로 디자인하고 꾸며 보라고 했다. 그 결과 2 천만 원 이상의 갤러리로 탈바꿈했다. 이들 방에는 해당 예술가의 이름을 딴 방 이름을 붙여주었다.

· 되는 것만 생각해보고 안 될 것도 해보자. Impossible이 싫다면 Im을 지워 가능한 것만 생각 하던가 I’m Possible로 생각해보자.

· 버릴 것을 생각하면 버릴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반대로 쓸모를 생각하면 버릴 것이 사라진다. 뭐든지 써보아라. 똥은 거름에 쓰고, 거름 먹고 자란 식물은 먹는 데 쓰고, 먹고 나서 생기는 에너지는 일하는 데 쓰고...

 

By Kim Hyeok, Professor Emeritus at Sungkyunkwan University(info@koreait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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