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그룹, 116.5억 짜리 대구 태양열발전소 운명은
대성그룹, 116.5억 짜리 대구 태양열발전소 운명은
  • By 정연진 기자(info@koreaittimes.com)
  • 승인 2015.06.19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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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연말까지 활용계획 못내놓으면 철거” 대성에너지에 통보

대성그룹(회장 김영훈)의 계열사인 대성에너지가 2011년 대구에 준공한 태양열발전소가 철거 위기에 처했다.

이 발전소를 통해 개발된 국산 태양열기술도 상업화 성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예산낭비’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대구세계에너지총회 때에는 화재가 발생해 국산 신재생에너지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는 지적이다.

2008년 ‘신재생에너지 전략기술’ 과제 따내

대성에너지(구 대구도시가스)는 2008년 당시 지식경제부(현 산업부)가 성장가능성이 높은 신재생에너지 부문의 기술력 확보를 목표로 진행한 ‘2008년 전략기술 개발 과제’의 주관기업으로 선정됐다.

대성에너지는 “태양열발전 핵심기술력 확보로 해외 플랜트 수출기반을 마련하고, 나아가 고온의 태양열을 이용한 수소생산 프로젝트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성에너지는 2011년 6월 대구시 북구 서변동 일대 2만3000㎡ 부지에 60m 높이의 타워형 태양열 발전소를 건립했다. 시간당 200k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정부 출연금(71억5000만원)과 민간부담금(45억원)을 합쳐 116억5000만원이 투입됐다. 대구시는 솔라시티 건설조례에 따라 연간 1억2000만원의 발전소 부지 임대료를 지급했다. 6년간 지급액은 7억2000만원. 따라서 총 사업비용은 123억7000만원에 달한다. 중앙정부와 대기업, 지자체까지 나섰지만 사업성과는 초라하다. 2008년 12월부터 2011년 9월까지 진행된 사업에서 대성에너지 컨소시엄은 공기식 흡수기, 고효율 저가형 태양추적 Heliostat 등 3개의 기술을 개발했다.

이사업은 ‘불성실 수행’, ‘성실수행’, ‘보통’, ‘혁신성과’ 등급으로 나뉘는 에너지기술평가원(이하 에기평)의 평가에서 ‘보통’을 받았다. 에기평 관계자는 “‘보통’ 등급은 프로젝트를 무난히 수행했다는 것을 의미 한다”고 말했다.

핵심과제 헬리오스텟 오작동으로 화재 발생

하지만 화재 발생으로 에기평의 평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고, 국산 태양열기술을 세계에 과시하겠다던 대성그룹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2013년 10월 16일, 대구 세계에너지총회(WEC)가 열리던 중 태양열발전소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

소방서 관계자는 “반사판이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조정돼야 하는데 기계의 오작동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대성에너지 관계자도 본지와의 통화해서 “태양을 추적하는 헬리오스텟이 오작동해 과열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다”고 인정했다.

헬리오스텟( Heliostat)은 태양 추적장치로 태양열발전소의 핵심기술. 에기평이 ‘합격점’을 준 헬리오스텟 고장으로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헬리오스텟에 대한 별도의 평가결과를 묻는 질문에 에기평 관계자는 “전체 프로젝트가 ‘보통’으로 나왔다”고만 밝혔다.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세계에너지총회는 120개국에서 총회 역대최대 인원인 7500여명의 에너지전문가들이 참가해 흥행에 성공했다.

대성그룹 김영훈 회장은 발전소 준공 당시 지역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철물점에서 시작해 핸드폰으로 핀란드를 먹여 살리는 노키아처럼 (대성그룹은) 태양열로 대구를 대표하는 기업이 되겠다. 지역민의 성원으로 성장해온 대성그룹은 항상 대구의 발전에 기여하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한바 있다.

태양열로 대구를 세계에 알리겠다던 포부는 고사하고, 국산 신재생에너지의 신뢰성에 타격만 준 꼴이 되고 말았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에너지전문가들에게 태양열발전소를 소개하고 수출을 적극 추진키로 했는데, 오히려 국제적인 망신으로 지역주민에게는 민폐를 끼치고 말았다”고 말했다.

김영훈 회장 “해외플랜트 건설 참여” 장담했지만…

사업이 종료된 지 4년 가까이 지났지만 수출실적도 없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컨소시엄에 참여한 일부 중소기업이 사우디, 알제리 등과 상담을 벌이고 있는 정도.

주관사업자인 대성에너지는 태양열발전사업에서 사실상 손을 뗐다. 회사 관계자는 “해외 태양열발전사업이 수십에서 수백 MW규모로 진행되고 있는데, 200kW 연구개발실적으로 참여하기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회사(대성그룹)가 독자적으로 추진하기에는 자금, 기술력 등 여러 면에서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이는 처음부터 해외진출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관련업계와 전문가들도 200kW 연구실적으로 해외진출은 불투명하다고 입을 모은다. 일부는 “처음부터 현실성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현재 상업용 태양열발전소 규모는 작게는 수십, 크게는 수백 MW에 이른다. 스페인 태양열발전소는 50MW, UAE 아부다비 발전소는 100MW, 최근 가동을 시작한 미국 이반파 태양열발전소는 392MW이다.

이처럼 200kW급 기술은 세계적인 추세와 거리가 먼데다가, 대성에너지는 수출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실증실적(track record)도 확보하지 못해 향후 수출도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김영훈 회장은 그러나 같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조량이 높은 지역인 동남아시아, 남태평양, 라틴아메리카 등지를 수출 대상으로 보고 있다”고 말한바 있다.

이에 대해 태양열전문가들은 김 회장이 언급한 곳 모두 가난한 국가들이 집중해 있는 지역으로, 최소 수천에서 조단위 이상이 소요되는 태양열발전소를 건립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솔라시티 대구’에는 ‘계륵’… 철거계획 통보

사정이 이렇자 대구시는 최근 대성에너지에 ‘최후통첩’을 보냈다. 연말까지 구체적인 태양열발전소 활용계획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내년 2월 발전소를 철거한다는 계획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솔라시티 대구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발전소가 유지, 활용되기를 바라고 있지만 부지 임대료 등 부담 또한 적지 않다”며 “2011년 본 사업이 끝나고 지금까지 유예기간을 주고 있지만 더 이상을 어렵다”고 말했다.

다급해진 대성에너지는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에기평 기술개발과제로 ‘태양열·화력 하이브리드형 1MW급 실증사업’을 제안했으나, 신재생에너지사업 취지에 어긋나고 예산부족을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편 대성에너지는 현재 몽골 등 저개발국가에 태양광·풍력 하이브리드형 발전기를 보급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국제협력단(KOICA)과 에너지관리공단이 진행중인 개도국지원사업 일환으로 ‘사업성’과는 거리가 멀다.

이에 따라 대성그룹이 성장에 한계를 보이고 있는 도시가스사업에서 탈피해 그린에너지기업 토털컴퍼니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으나, 철저한 사전계획과 준비 없이 이명박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에 편승한 측면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에너지업계에서는 김 회장이 대구세계에너지총회 개최를 의식해 태양열발전을 비롯해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사업을 추진했다는 말이 돌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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