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년 전 제주 해상에서 추락한 아시아나 화물기에 일본 산요(Sanyo)전기의 리튬이온전지가 탑재돼 있었던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드러났다.
국토부 사고조사위원회의 발표로 화물기에 리튬이온전지가 실려 있었던 것은 언론에 알려져 있었으나 산요전기 제품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은 본지가 처음이다.
지난 2011년 7월 28일, 인천공항을 출발해 중국 상하이로 향하던 아시아나항공 991편 화물기는 화물실에 화재가 났다고 관제소에 보고하고 제주공항으로 향하던 오전 4시 11분께 제주시 서쪽 130㎞ 해상에 추락했다. 이 사고로 조종사 2명이 사망했다.
국토부 사고조사위원회는 지난 2일 “위험물이 실린 팔레트 또는 그 근처에서 화재가 시작돼 빠르게 확산, 억제할 수 없었고 기체 일부가 공중에서 분해돼 추락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리튬이온 전지의 자체 발화 가능성 등을 조사했지만 물리적 증거는 발견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4년간의 조사 끝에 내린 결론이 ‘원인불명’이라는 것. 그러나 주목해야 할 부분은 당시 사고기에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리튬이온전지가 실려 있었다는 점이다. 바로 산요전기가 생산한 제품이다.
일부에서는 리튬이온전지는 리튬전지에 비해 폭발할 가능성이 낮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리튬이온전지는 다름 아닌 휴대폰에 사용되는 배터리다. 최근까지도 휴대폰 배터리 폭발 사고가 종종 발생하고 있는데다가 전문가들도 그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에 따르면 리튬이온전지는 액체 전해질이 분리막에 의해 음극과 양극으로 나뉘는 구조이기 때문에 변형이나 외부 충격으로 분리막이 훼손되면 액체 전해질이 흐르면서 과열 또는 폭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국토부 사고조사위원회에 따르면 2006년 2월 7일 UPS 1307 항공기 화재 발생한 이후 36건의 전지 및 전지 장착기기 관련 비행기 준사고가 보고됐다.
이중 약 24건이 리튬이온전지와 연관이 있었으며, 15건에서는 실제로 화재가 발생했다.
연방항공청(FAA)는 2010년 9월 두바이에서 추락해 조종사 2명이 사망한 747-400 항공기에도 다량의 리튬 전지가 탑재돼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세계 최대의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사도 지난 7월 리튬이온전지의 포장기술과 운송기준 확립돼야 한다고 항공사들에게 경고했다.
보잉사가 항공사들에게 리튬이온전지 운송과 관련, 권고 성명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 우수하고 안전한 포장기술이 개발되고 운송기준이 향상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
월스트리트 보도에 따르면 ‘2차전지협회(RBA)'도 최근 비슷한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협회는 “보잉을 비롯한 항공기 제작사, 항공업계, 규제당국과 협의해 배터리 운송 문제, 특히 전례가 없는 리튬이온전지 표준과 고장기준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파나소닉이 사고 직전에 산요전기 인수
한편 아시아나 사고 화물기는 인천공항을 출발하기 전에 일본 오사카에서 온 산요전기의 리튬이온전지를 실었다. 오사카는 산요전기의 리튬이온전지 공장이 있는 곳이다. 화물기의 최종 목적지는 중국 상하이 푸동 공항.
공항 인근의 쑤저우시에는 파나소닉의 리튬이온전지 공장이 있는데, 이곳으로 제품을 운송하려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직전에 산요전기가 일본 파나소닉사에 흡수됐기 때문이다.
일본 파나소닉은 지난 2011년 4월 1일, 2009년부터 시작된 산요전기의 인수작업을 마무리 짓고 통합법인으로 출범한다고 밝혔다.
당시 파나소닉은 산요와 겹치는 백색가전사업을 정리하고 리튬이온전지 등 2차 전지사업과 태양광 및 주택설비사업으로 조직을 재편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 화물기 사고 직후인 2011년 9월 29일자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파나소닉은 오사카 리튬이온전지 공장을 비롯 8개의 일본 내 공장을 폐쇄했다. 대신 상하이 쑤저우에 건설중인 제3공장은 내년 4월에 완공, 중국에서의 생산량을 현재 10~20%에서 3~4년 후 전체의 절반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파나소닉은 본지에 “파나소닉이 산요를 인수했지만 기존에 발생한 사건까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알려왔다.
파나소닉은 세계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40%의 점유율로 독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