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항공사 얕잡아보던 대한항공의 조종사 ‘엑소더스’
A항공사 얕잡아보던 대한항공의 조종사 ‘엑소더스’
  • By 정연진 기자(info@koreaittimes.com)
  • 승인 2015.09.14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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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의 B747-8i 차세대 항공기

지난달 군(軍) 조종사들에게 ‘저가 항공사를 갈 바에 차라리 A항공사를 가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 물의를 빚은 대한항공에서 조종사들이 급속도로 이탈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조종사 퇴사자는 2013년 26명에서 2014년 27명으로 점증하다가 올해 들어 지난 7월 현재 42명으로 급증했다.
대한항공은 조종사 105명을 채용하는 등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이런 추세대로 가면 퇴사자 급증으로 인한 조종사 공백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 조종사의 ‘엑소더스’ 이유는 여러 가지. 퇴사한 조종사들은 대부분 보수가 좋은 중국행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알져지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력 15년 기장의 평균 연봉 실수령액은 1억5000만원 안팎. 이에 비해 중국 항공사들은 2억∼3억원이상을 기본으로, 최근에는 4억원대까지 제시하는 항공사들이 나타나고 있다. 

노동강도가 센 것도 이탈의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대한항공 조종사들의 월평균 비행시간은 63시간 54분으로, 7개 국적항공사 가운데 저가항공사인 제주항공(72시간 2분) 다음으로 길다. 
조종사 이탈은 안전사고와 직결되는 심각한 문제다. 조종사가 부족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면 그만큼 비행시간이 길어져 위기상황 발생 시 피로누적으로 상황 대처가 어렵다.  

실제로 피로누적으로 인해 비행장 유도로에 잘못 들어서거나 예정 비행고도와 다른 고도에서 비행하다가 사고가 발생한 사례들이 전 세계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 최대 조종사 노조인 민항기조종사협회(ALPA)는 조종사 피로누적으로 인한 사고 사례와 우려를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에 보고, 관련규정 개정을 요구할 정도로 심각하다. 

이런 가운데 대한항공의 한 직원은 ‘한가하게’ 다른 항공사들을 비하하는 듯한 이메일로 구설에 올랐다.
지난달 대한항공 인사팀 직원은 현역 군 조종사 60여명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중국항공사에 취직하고자 또는 기장이 일찍 되고자 전역 후 저가항공사 입사를 생각하는 분이 소수지만 있다고 들었다. 저가항공사는 절대 답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직원은 대한항공 B737 조종사들이 월평균 55시간 비행을 하지만 저가항공사에서는 비수기 70시간, 성수기 80시간 이상 비행하고, 대한항공 B737부기장의 연봉이 1억700만원인데 비해 저비용항공사 부기장 연봉은 6000만원에서 7000만원이라고 밝혔다.  

‘그럴 바에 차라리 A항공사를 가라’고 마무리한 글에서 A항공사는 아시아나항공으로 추정된다.

조종사들의 비행 교육비 또한 논란이 되고 있다. 이른바 ‘노예계약’으로 대한항공에서 6년여간 근무한 조종사 3명은 지난 4월 대한항공을 상대로 총 1억9000여만원의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을 서울 남부지법에 제기했다. 
대한항공은 신입 조종사를 채용할 때는 비행교육훈련 계약을 체결해 초중등 훈련비용 약 1억원과 고등교육 훈련비용 1억7000여만원을 조종사들에게 부담하게 한 것.

고등교육 훈련비 1억7000여만원은 대한항공이 대납해주는 대신 10년간 근속하면 상환의무를 면제해주는 방식의 계약이다.

대한항공은 이들에게 10년 근속을 못 채운 데 따른 미상환 고등교육비로 각각 8500여만~9300여만원을 청구했다.
조종사들은 “대기업인 대한항공이 충분히 교육비를 제공할 여력이 있음에도 근로자에게 부담토록 하고, 10년간 근속하지 않으면 교육비를 일시에 토해 내도록 하는 것은 노예계약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들의 이탈은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지적이다. 무리한 운항스케줄과 관련 지난달 퇴사를 앞둔 한 부기장은 사내 게시판 글에서 조양호 회장과 회사 임원들을 원색적으로 강하게 비판 했다.  

그는 “2년 전쯤 빼테르부르크는 주 2편이었습니다. 그러면 운항승무원 및 객실승무원들은 5박 이상의 패턴이 생긴다. 하지만 회장님께서 우리 승무원들을 호텔에서 5박 이상을 시키지 말라고 얘기해 빼테르부르크에서 모스크바까지 다른 항공사 비행기를 타고, 모스크바에서 엑스트라로 인천에 들어왔다”고 고충을 털어 놨다.

그러면서 “지금 회장님께 보고하고 있는 사장님, 여러 본부장님, 상무님, 전무님들이 회장님의 귀를 막고 있다”며 “요새 많은 운항승무원들이 대한항공을 떠나고 있다. 회사에 충신들이 없다. 이것은 회장님의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낮은 보수 대비 빡빡한 운항스케줄에 이른바 ‘땅콩회항’으로 회사 이미지마저 실추되면서 조종사들의 불만이 최고조에 이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당분간 대한항공의 조종사 이탈은 계속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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