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칭타칭 ‘핀테크 선도 은행’인 우리은행에서 초대형 금융사고가 터졌다. 은행측은 ‘헤프닝’으로 넘어 가길 원하지만 정부가 핀테크를 ‘금융개혁’의 일환으로 밀어 붙이고, 은행권이 앞다퉈 핀테크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가십’으로 치부하기에 사안이 매우 심각하다.
우리은행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10일 일부 직원들 계좌에 600억원씩 통신보조비 명목으로 입금했다. 원래 6만원씩 지급해야 하는데, 600억원을 입금해 수십조가 직원들 계좌로 빠져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오전 현재, 정확한 원인이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은행측은 IT자회사인 ‘우리FIS’의 전산시스템 오류를 지목하고 있다. 또한 우리FIS가 입금 후 곧바로 오류를 인지하고 돈을 회수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에 따르면 돈을 회수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 우리은행 직원이 아닌 제3의 계좌로 이체되는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의 일반은행 검사국 관계자는 1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우리은행으로부터) 사고 발생 3시간 만에 회수조치를 완료했다고 보고 받았다”고 말했다.
수십조원이 잘못 입금된 것으로 알져진 가운데 정확한 액수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우리은행 홍보실 관계자는 “정확한 금액은 우리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일반은행 검사국 관계자도 “이번 주나 다음 주에 추가 보고가 들어와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우리은행의 직원 수를 감안하면 수십조원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은 물론 금액 파악도 못하고 있는 셈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우리은행이 지난해 말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을 설치, 가동하고 있음에도 돈이 잘 못 빠져 나가는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 FDS는 은행 고객이 평소와 다른 패턴의 입출금 거래를 하면 이를 잡아내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를 사전에 예방하는 전산시스템이다.
우리은행측이 ‘내부전산 거래여서’ FDS가 탐지하지 못했다고 밝히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우리은행 직원들은 일반인이 안쓰는 특별한 계좌’를 사용하느냐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감독원 관계자의 말도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금융감독원 IT검사실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FDS는 어느 한 계좌에서 다른 계좌로 돈이 입금됐다가 제3의 계좌로 빠져 나갈 때 감지하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가 “수십명의 우리은행 직원에 600억원씩 입금될 리가 있느냐, 우리은행이 아닌 다른 계좌로 빠졌나갔을 경우에는 어떻게 되느냐. FDS 도입을 의무화한 취지에 안맞다”는 질문에 한 발 물러섰다.
실제로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각 금융사들의 FDS가 탐지한 이상 거래 중 실제로 이상거래로 판명난 비중은 1%에 못 미쳤다.
100건 중 1건도 잡아내지 못했다는 뜻으로 우리은행은 0.1%에 그쳐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한편 이광구 행장은 지난해 12월 취임사에서 반걸음 앞서 나아가야 한다는 사자성어인 ‘영선반보(領先半步)’를 인용하며 “핀테크 경쟁력을 키워 미래 금융을 선도해 나가자”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은행권 최초로 핀테크 전담부서를 설치한 우리은행은 지난달 20일 핀테크 분야에서 은행 중 유일하게 삼성전자와 ‘우리삼성페이’ 서비스를 출시하고, 지난 5월에는 모바일 전문은행 ‘위비뱅크(WiBee Bank)’를 출범하는 등 핀테크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에는 자사의 모바일 보안서비스 ‘원터치 리모콘’과 관련, “우리은행이 우리기술을 도용했다”다고 주장한 영세보안업체 비이소프트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