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국감 최대의 관전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가 다소 싱겁게 끝이 났다. 17일 오후 열린 ‘신동빈 국감’에서, 대부분의 의원들은 애초에 내년 총선을 겨냥해 신 회장과 롯데에 잔뜩 으름장을 놓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주연을 노렸지만 조연역도 제대로 못했다는 관전평이 나온다.
신 회장이 진땀을 빼게 될 것이라는 여론과 언론의 예상은 빗나갔다. 다행히 우려되던 망신주기나 호통은 없었지만 대신 날카로운 예봉도 없어 말 그대로 5시간 내내 맥 빠진 국감이었다는 평가다.
처음 잠깐 긴장한 모습을 보였던 신 회장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국감에 적응해 갔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여유로운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광윤사 지분 신동주 전 부회장이 더 많이 보유
국감에서 새로 밝혀진 사실이라고는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꼭대기에 있는 일본 광윤사 지분을 신 회장이 신 회장이 38.8%, 형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50%, 신 회장 어머니인 시게미쓰 하쓰코 여사 10%, 신격호 약 1% 정도를 갖고 있다는 게 전부다.
김기식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요주주인 광윤사 지분을 신동주 전 부회장이 더 갖고 있다“며 ” 때문에 경영역량을 발휘해 나머지 직원 지주, 임원 지주 그룹의 지지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하자 신 회장은 "그럴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호텔롯데를 상장할 때 30∼40% 지분을 신주로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구주 매출 방식으로 상장하면 현재 98%의 지분을 갖고 있는 일본계열사들이 즉각 막대한 이익을 얻게 된다는 지적에 대한 답변이다.
<>호텔롯데 상장차액 수익 모두 국내에 납부
김기식 의원이 "국내에는 한 푼도 세금을 내지 않고 모두 일본에 낸다"는 지적에 신 회장은 "신주를 발행해서 자금을 조달하면 새로운 사업에 투자할 수 있다. (한국에) 투자하면 고용도 이뤄지고 결과적으로 세금도 낼 수 있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공식 자료를 내고 "신주를 발행하건 구주 매출을 하건 상장 차액 수익을 모두 국내에 세금으로 내게 된다"고 강조했다.
호텔롯데 상장에 대해 내년 상반기(1∼6월)에 완료하고 한국 지분을 장기적으로 50% 이상으로 높이게다고 밝혔다.
호텔롯데 상장을 신격호 총괄회장이 반대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2, 3주전에 총괄회장에게 보고했고, 100% 승인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이날 한 의원이 분쟁 재발 가능성을 언급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경영권 분쟁이 끝났고 재발 가능성도 없다”고 못박았다.
<>L투자회사 자료 공정위에 미제출
롯데그룹을 두 개로 분할해 각각 자신과 형이 분리경영할 것이라는 가능성도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국적 논란에 대해선 “한국 롯데그룹은 대한민국 기업이다. 세금도 한국에서 내고 있고 근무하고 있는 사람도 대부분 한국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L투자회사 등의 지분 구조는 드러나지 않았다. 자료 왜 공개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신 회장은 “누가 몇 %를 갖고 있는지 공개하면 변호사로부터 추후 법률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권고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국감에서 “롯데그룹에 요청한 자료 중 일부가 들어오지 않았다”며 “누락된 부분을 보완해서 달라고 여러 차례 공문을 보냈지만 아직 제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향후 한 달 내에 보완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롯데그룹이 끝까지 버티면 부과금 1억원 처분이 내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