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기업’ 포스코의 자회사인 대우인터내셔널(대표 김영상)이 최근 태국 인도라마벤쳐스와 연간 2억불 규모의 PTA(테레프탈산) 공급사업 MOU를 체결했다고 밝힌 보도자료는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지난달 2일 보도자료에서 “대우인터내셔널은 1일 태국 방콕에서 인도라마벤쳐스와 연간 2억불 규모의 PTA 공급사업 MOU를 체결했다”며 “인도라마벤쳐스는 전세계 17개의 공장을 보유한 PET CHIP(생수병 원료) 세계 부동의 1위 제조업체”라고 소개했다.
또 “이번 MOU 체결로 2016년부터 총 2억불 규모의 PTA 제품을 인도라마벤쳐스에 공급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를 계기로 동 제품의 대규모 판매 물량을 확보함으로써 현재 전 세계 공급과잉인 PTA시장 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추후 PTA 공급뿐만 아니라 동 제품의 원료로 생산된 PET CHIP 구매를 병행해 양사가 상호 Win-Win할 수 있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겠다”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국내 언론들은 이 내용을 받아 가감없이 보도했다.
<>인도라마 공식항의... 대우인터 관계자 사과위해 태국 방문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대우인터내셔널은 인도라마벤쳐스와 MOU를 체결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기극’의 전말은 영자매체인 ‘비지니스코리아’의 보도과정에서 밝혀졌다. 지난달 이 매체는 대우인터내셔널의 보도자료를 받아 구글을 통해 기사를 송고했는데, 며칠 뒤 인도라마벤쳐스는 이 보도내용을 전면부인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이 매체에 보낸다.
이메일과 전화 통화를 통해 작성된 이 매체의 기사에 따르면, 어느날 대우인터내셔널 김영상 사장과 본부장급 인사가 인도라마벤쳐스를 방문한다고 했고, 회의를 가진 직후 대우인터측에서 사진을 찍자고 해서 찍었을 뿐인데, 나중에 MOU를 체결했다는 내용이 보도돼 인도라마벤처스 관계자들이 매우 황당해하고 불쾌해 했다는 것.
인도라마벤쳐스 관계자는 “인도라마벤쳐스는 대우인터내셔널과 2016년에 PTA 구입 혹은 판매 날짜에 관한 어떠한 약속, 의무, 이해를 나눈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우리는 대우인터내셔널과 나눈 대화를 문서화했고, 주된 내용은 기본적으로 양사가 향후 협력증진에 임할 의향이 있다는 것일 뿐, 당시 어떤 약속이나 의무도 합의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인도라마벤쳐스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대우인터내셔널에 공식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는 사실로 확인됐다.
대우인터내셔널 관계자는 “(항의를 받은 건) 사실이다. 회사 관계자가 (인도라마벤쳐스에) 사과하기 위해 최근 태국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MOU 체결이라고 보도자료에 표현한 것은 기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라고 황당한 해명을 늘어놓기도 했다.
<>김영상 사장이 'MOU 체결식‘에서 웃지 못한 이유
대우인터내셔널이 배포한 보도사진을 살펴보면 인도라마벤쳐스와 대우인터내셔널 관계자들의 극명한 표정 차이가 드러난다.
왼쪽의 달립 쿠마르 아가르왈 인도라마벤쳐스 사장 등은 활짝 웃거나 미소를 짓는 반면, 오른쪽의 김영상 대우인터내셔널 사장 등은 잔뜩 긴장한 표정이다.
김영상 사장은 미얀마 가스전 매각 논란으로 대우인터내셔널이 포스코와 내홍을 겪은 직후인 지난 7월 선임됐다.
포스코그룹이 미얀마 가스전 매각에 공개적으로 반대의견을 밝혀 논란을 일으킨 전병일 전 사장을 물러나게 한 직후다.
매우 이례적으로 이사회 선임절차 전에 취임식을 개최해 어수선한 회사 안팎의 분위기를 추스르기 위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의중이 반영될 결과라는 말들이 돌았다.
취임식에서 그는 "대내외 신뢰 회복이 최우선이다. 올해 남은 기간 영업력을 극대화 해 경영목표를 필히 달성할 것"이라고 말한바 있다. 허위 보도자료 배포로 ‘신뢰 회복’은 헛말이 됐고 ‘경영목표를 필히 달성하겠다’는 각오는 결과적으로 ‘대국민 사기극’의 불씨가 됐다.
김 사장이 직접 태국을 방문해 ‘허위 MOU'를 체결함에 따라 이번 사안을 두고 ‘낙마감’이라는 말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