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올 때 우산 뺏지 말라할 때는 언제고….” 금융당국의 이른바 ‘좀비기업’ 정리 압박에 은행권에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8월 금융당국이 대우조선해양의 채권은행들에게 여신회수 자제를 요청하고, 진웅섭 금감원장까지 나서 ‘비 올 때 우산을 뺏지 말라’고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연일 한계기업 정리를 압박하고 나섰기 때문.
정부의 손바닥 뒤집듯하는 정책기조도 문제지만 정작 은행권은 고민은 한계기업 정리에 서두르면 대손준비금이 크게 늘어나 은행실적이 악화될 수 있어서다.
조기에 좀비기업을 정리함에 따라 자산 건전성 확보 및 금융시장 불안감 해소, 그리고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저력을 갖춰야 한다는 정부입장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금융당국의 대손 충당금 적립 권고가 큰 부담이다.
여기에 일시에 많은 기업을 퇴출시킬 경우 충당금이 많아져 부담이 늘어 날 수밖에 없다는 것.
은행들 자율에 맡겨야지 인위적이고 일시적인 좀비기업 퇴출로 되려 은행부실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 옥석 가리기는 은행이 전문”이라며 “지원할 기업은 지원하면서 리스크 관리를 해 나가고 있는 마당에 정부가 퇴출을 압박하고 있어 매우 난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고삐를 더 바짝 죄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진웅섭 금감원장은 27일 신한, KB국민, KEB하나, 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 은행장을 불러 한계기업 구조조정을 독려할 것으로 알려졌다.
진 원장은 이 자리에서 은행장들에게 예년보다 더 보수적으로 기업 건전성 평가를 실시하도록 주문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