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면세점 유치를 위한 주요그룹 총수들의 정부에 대한 ‘구애’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26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각각 100억원씩 사재를 출연했다.
12월 만료되는 면세점 특허 심의기준에 ‘기업이익의 사회 환원’ 정도가 포함돼 있어 경쟁적으로 사재를 출연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두산구릅은 26일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에서 동대문 미래창조재단을 출범식을 개최하고 초기 재원으로 두산그룹이 100억원, 박 회장이 사재 100억원 등 모두 200억원을 출연했다고 밝혔다.
박용만 회장은 이 자리에서 특유의 솔직함을 드러냈다. 박 회장은 “면세점 유치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롯데그룹도 같은 날 청년창업 지원을 위한 투자법인 '롯데 액셀러레이터(가칭)‘를 설립한다고 26일 밝혔다. 신동빈 회장이 사재 100억원을 출연하고, 10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신 회장은 ‘청년 고용’과 ‘창조경제 활성화’를 언급하고 따로 면세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12월 특허가 만료되는 롯데월드타워점은 기존의 롯데면세점 외에 두산, SK네트웍스, 신세계디에프가 모두 특허를 신청한 상태다.
그룹총수들의 이같은 움직임을 두고 재계에서는 면세점 심사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재를 출연해 ‘기업이익의 사회 환원’ 정도에서 높은 점수를 얻겠다는 계산이다.
8.15 광복절 특사에서 뜨거운 논란 끝에 최태원 SK그룹이 사면되고, 현재 진행형인 롯데그룹의 ‘형제의 난’으로 국민들에게 ‘반기업’ 정서가 강하게 뿌리 내리고 있어 정부 입장에서는 ‘사회 환원’에 높은 점수를 매길 수밖에 없다.
주요그룹의 경우도 반기업 정서가 강한 자신들이 낙점될 경우 특혜 논란에 휩싸일 것을 우려하고 있는 분위기다.
한편 SK네트웍스는 지난 19일 면세 특허를 받으면 2400억원을 지역 및 중소상인과의 상생을 위해 내놓겠다고 밝혔다. 다만 ‘면세 특허를 받으면’이라는 ‘조건’를 달았다. 이날 계획은 SK네트웍스 명의로 발표됐으며, 최태원 회장의 언급이나 사재 출연 계획은 따로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