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교육청이 자율형사립고인 하나고가 입학성적을 조작한 사실을 확인하고 김승유 하나학원 이사장 등 학교 및 법인 관계자 9명을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16일 밝혔다. 지난 8월 하나고 소속 한 교사가 입시부정을 폭로한 지 3달만에 교육청의 특별감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교육시민단체들은 하나고의 내부 고발자의 징계절차를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있어 논란은 가중될 전망이다.
서울시교육청의 특별감사 결과에 따르면 하나고는 지난 2011학년도부터 2013학년도까지 서류전형과 면접 이후 합격자들에게 가산점(보정점수)를 주는 식으로 남녀학생의 성비를 맞춰 왔다.
이를 통해 합격 여부가 바뀐 학생은 매년 30여명씩 총 90명에 달한다고 서울시교육청은 밝혔다. 하나고는 지난 5년간 신규 교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공개채용 절차를 지키지 않고도 절차를 거친 것처럼 허위보고했다.
또 학교에 근무하던 기간제 교사 중 일부를 근무성적 평가와 면담만으로 정교사로 전환했다.
하나고는 국가계약법을 위반하면서 수의계약도 일삼았다. 지난 5년 간 공개경쟁입찰 규정을 어기고 수의계약한 금액이 총 140억원에 이른다. 특히 하나금융그룹 임직원이 출자한 인력파견업체에 90억여원의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교육청은 김승유 하나학원 이사장을 비롯 하나고 교감·교장·행정실장 등을 9명을 사립학교 법 위반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하나고는 “신입생 선발은 집단협의를 통해 공정하게 이뤄졌다”며 “남녀 학생의 성비 균형을 위한 것이며, 성적 조작은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하나고가 내부 고발자인 전모 교사에 대한 징계절차에 들어가자 시민단체들은 이를 중단하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나고는 전모 교사에 대해 비밀 엄수와 품위유지의무 위반 및 학생·학부모·교직원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0일 오전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등 2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서울교육단체협의회는 서울 은평구 하나고 앞에서 "공익제보 교사에 대한 보복징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사학비리 근절차원서 강력한 징계 필요
당시 이들은 "서울시교육청의 특별감사 결과 발표가 17일로 예정된 상황에서 학교 측이 갑작스레 징계를 서두르고 있다"며 "징계 강행은 공익 제보에 따른 불이익을 받지 않을 권리를 명시한 서울시교육청의 '공익제보 지원 및 보호에 관한 조례'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또 "학교 입시부정 의혹을 증언한 교사에게 괘씸죄를 적용한 것"이라며 "눈엣가시 같은 공익제보 교사를 어떻게든 범법자로 몰아 자신의 잘못을 숨기겠다는 의미"라고 학교측을 질타했다.
교육시민사회단체 한 관계자는 “하나고가 교육청 감사 결과가 드러나면 전모 교사를 징계하기에 여론의 부담을 느낀 것”이라며 “학교측으로서는 재발방지를 위해 일벌백계 차원에서 꼼수를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하나고와 재단측은 대국민 사과를 하기에도 부족한 상황에서 성정조작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사학비리를 근절하기 위한 차원에서라도 강력한 징계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학비 1년 1200만원, 하나금융 임직원 자녀 전형도 논란
한편 하나고는 서울의 첫 자립형 사립고로 하나금융그룹이 출연, 2010년 3월 개교했다. 1년 학비가 1200만원에 달하고, 학생 중 40명(20%)을 하나금융 임직원 자녀 전형을 통해 선발해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겸 하나고 이사장은 입학식에서 "학교가 그 역할을 다하고 위상을 세우는 일이 가장 중요하고 값진 일이기에 하나금융그룹은 선진교육의 모델이 될 하나고등학교를 세우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대한민국의 장래는 젊은이들에게 있고, 그 맨 앞줄에 여러분이 있다"며 "하나고의 주인공이자 역사적인 첫 신입생들은 꿈꾸는 목표를 향해 한발 한발 힘차게 나아가길 바란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