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영방송 KBS가 자사의 건강관련 리포트에서 부적절한 취재원을 섭외, 뉴스를 제작 출고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 전망이다. ‘KBS 9시 뉴스’는 지난 21일자 방송에서 ‘도심 속 직장인 걷기 열풍.. 효과적인 운동법은’이라는 제목으로 점심시간을 이용한 직장인들의 걷기 열풍을 소개했다.
9시 뉴스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구두를 신고 걷기운동을 하는데, 실제 운동효과는 어떨까”라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시민’으로 소개된 두 명의 남녀에게 열량소비량이 측정되는 스마트워치를 채우고 걷기 실험을 진행한다.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진행된 것으로 보이는 실험에서 두 남녀는 한번은 구두를 신고 아스팔트를, 한번은 운동화를 신고 우레탄 길을 걷는다.
서울시 동작구 시민으로 자막 처리된 참가자 A씨(남성)는 KBS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구두를 신고 하니까 아무래도 좀 딱딱하고 불편했던 느낌 때문에 운동을 했다는 느낌은 크게 들지 않았다”고 말한다.
또 다른 참가자인 B씨(여성·서울 성북구)는 “속도에 변화를 주면서 운동을 하다보니까 몸에 열도 많이 나고 땀도 흐르고 훨씬 운동한 효과가 큰 것 같다”고 인터뷰 한다.
그런데 본지 취재결과 실험 참가자인 A씨와 B씨는 일반시민이 아닌 각각 LG전자 홍보실의 과장, 차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A과장은 ‘LG전자 홍보실 직원이 어떻게 시민으로 소개됐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KBS 기자는) LG전자를 출입했던 기자로 평소에 친분이 있었다. 내가 평소에 운동을 많이 한다는 걸 알고….(출연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B차장의 실험 참여 사실에 대해서는 “B차장도 평소에 운동을 좋아해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A과장의 말을 종합해 보면 과거 LG전자를 출입했던 KBS 기자는 자신의 리포트 실험 참가자로 평소 친분이 있던 A과장을 섭외 했고, A과장은 ‘시민’의 자격으로 상사인 B차장과 함께 실험에 참가했다는 것.
이에 대해 KBS 기자의 취재원 섭외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은 “본인들이나 회사(LG전자)측이 동의를 했다면 갑질이라고 하기는 애매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전 출입기자로부터 출연요청을 받았다는 사실 차체만으로도 거부하기 힘든, 불편한 상황임은 분명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LG전자 유사제품 생산, ‘친분관계’ 해명 설득력 잃어
김 사무처장은 또 “표본에 대한 설명도 없이 전 출입처 직원을 그냥 시민으로 소개하고 실험을 진행한 부분도 취재윤리 차원에서 편안한 구도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또 있다. 방송에서는 스마트워치 제품이 두 차례 노출되는데, LG전자는 지난해 6월 헬스케어 기능을 최적화한 스마트워치를 출시, 판매중이다. 만보계처럼 걷는 횟수와 달리기를 하면 이동한 거리를 표시한다. 특히 이번 방송에서 소개된 제품처럼 운동 후 칼로리 소모량도 표시해 주는 제품.
A과장은 “(방송에 나온 제품은) 우리회사 제품이 아니다”며 “중소기업 제품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김언경 사무처장은 “LG전자가 비슷한 기능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면 친분 때문에 출연했다는 직원의 해명은 순수성을 잃는다”며 “방송 보도가 직간접적으로 자사 제품 판매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재계 한 인사는 “출입처 직원들에 대한 기자들의 갑질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며 “대기업 홍보실 직원들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건은 언론사의 취재 편의주의와 기업의 이해관계가 절충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