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미래연구원(원장 김광두)은 9일 박근혜정부 장관 26명을 대상으로 자질과 능력을 평가한 결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10점 만점에 5.59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그 다음으로 최경환 기재부 장관(5.43점),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5.28점), 정채찬 공정거래위원장(5.25점) 순(順으)로 나타났다.
반면 최하위는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3.46점)이 차지했으며, 한민구 국방부 장관(4.09점), 황우여 교육부 장관(4.20점), 이근면 인사혁신처장(4.33점), 최성준 방통위원장(4.42점) 순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국가미래연구원의 ‘장관평가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장관들의 평가점수 분포는 단 한명도 ▲‘아주 잘함’과 ▲‘잘 함’ 평가를 받지 못했다. ▲‘보통’(5.0-5.99점) 8명, ▲‘못함’(3.0점-4.99점) 18명으로 나타나 박근혜정부 장관들의 자질과 능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미래연구원은 ▲대통령이 약속한 ‘책임 장관제’를 전면적으로 실시해야 하고, ▲장관 임명 시 관료에만 치중하기보다 국민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 입지전적인 인물의 발탁해야 하며, 특히 ▲대통령에게 쓴 소리를 할 수 있는 인물을 과감히 영입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평가는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IFS 평가단을 구성해 ‘장관 평가 지수’(Index for Evaluating Ministers)를 개발하면서 시작됐다.
국가미래연구원은 이 같은 지수산출을 위해 평가 설문지를 만들어 자질은 전문성·개혁성·도덕성 등 3개로, 능력은 비전제시·업무 소신 수행·조직 장악능력·국정 핵심 과제와의 일체성 여부·국민 소통·국회와의 조정·위기관리 능력 등 총 7개로 세분화해 모두 10개 평가 분야를 조사했다.
조사결과는 중요도에서 자질(37.6%)과 능력(62.4%)에 대한 가중치를 부여해서 최종 평가 점수를 모두 0점에서 10점 만점으로 산정했다. 이런 가중치 방식을 적용해서 만든 장관 평가 점수는 10점 만점을 토대로 ‘아주 잘함(8.0-10점), ’잘 함‘(6.0-7.99점), ’보통‘(5.0-5.99점), ’못함‘(3.0-4.99점). ’아주 못함(0-2.99점) 등 5개 집단으로 분류했다고 연구원측은 설명했다.
이번 설문조사에는 정치, 경제, 사회 분야 관계 전문가(교수·연구원·기업체 대표·기자) 202명이 참여했다.
조사는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베스트 사이트에서 2015년 11월 18~29일까지 구조화된 질문지를 통한 온라인 조사로 실시됐다.
국가미래연구원은 “장관평가를 통해 공직자의 책임성과 국민요구에 신속히 반응하는 반응성 제고에 기여할 수 있고, 특히 장관들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평가를 받음으로써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성찰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임명권자인 대통령도 간접적으로 인사 정책에 대한 평가를 받게 되는데 향후 장관을 임명할 때 국민들이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를 파악해 이를 인사에 반영할 수 있고, 보다 정교한 기준을 앞으로의 장관 임명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치장관’ 자질, 경제·사회 분야 보다 낮아
우선 정치 분야 장관들의 평균 평가점수는 4.28점으로 경제 분야(5.18점)와 사회 분야(4.75점)보다 훨씬 낮았다.
정치 분야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김현웅 법무부 장관의 전체 수위는 17위에 불과하고 나머지 장관들은 모두 최하위권에 속했다. 반면, 경제 분야는 전체 9명 장관 중 8명이 최상위 10위에 포진되었다.
장관들의 전문성이 개혁성보다 높게 평가받고 있다. 이것은 장관들이 전문성을 갖고 있지만 이를 개혁으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그 이유는 대통령이 장관에게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거나 처음부터 장관 임명 시 개혁성보다는 대통령과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을 선정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평가에서 상위 그룹에 포진된 장관들에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주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자질에서는 ‘전문성’, 능력에서는 ‘국민 소통’으로 나타났다.
<>여성장관들 상위권에 포진
출신 성분별로 보면 정치인 장관에 대한 평가는 극 과 극으로 5명의 정치인 출신 중 3명 (최경환 장관 2위, 유일호 장관 9위, 김희정 장관 10위)은 상위 평가를 받았으나 여당 대표를 역임한 황우여 장관은 24위로 최하위 등급에 포진됐다.
교수 출신 장관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
서울대 교수 출신인 정종섭 장관은 최하위 평가를 받았다. 특히, 정 장관은 26명의 평가대상 장관 중 유일하게 3점대의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홍익대 미대 교수 출신인 김종덕 문체부 장관은 18위에 머물렀다.
여성 장관들의 활약이 눈에 띠었다. 여성 장관(급)은 26명중 2명으로 7.7%에 불과했지만 두 사람 모두 상위 그룹에 포진해 있다. 김희정 장관은 10위, 김승희 식품안전처장은 13위를 차지했다.
<>외교·통일·국방안보 장관 평가 낮게 나타나
외교, 통일, 국방, 안보 분야 장관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에서 가장 높은 긍정평가를 받는 것이 '외교·국제 관계'인 것과 비교해 보면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소신 수행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처 장관들의 평가가 아주 낮게 나타났다. 장관 능력 중 소신 수행 능력 점수에서 김현웅 법무부 장관 3.94점, 이근면 인사 처장은 3.88점. 한민구 국방부 장관 3.44점으로 모두 3점대의 낮은 점수를 받았다.

<>대통령 ‘민기친람’... 장관들 소신 부족
국가미래연구원은 “대통령이 약속한 ‘책임 장관제’를 전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모든 것을 처리하는 ‘만기친람식’ 리더십에서 벗어나 장관들에게 책임을 주어야 한다는 것.
청와대가 모든 것을 주도하면 장관들이 역량을 발휘하기 힘들기 때문에 개혁을 주도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26명의 장관 중 단 한명의 장관도 ‘잘 함’ 이상의 평가를 받지 못 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관료출신의 장관들은 양날의 칼이라고 평가됐다. 해당 부처에서 오래 근무한 경험이 있는 인사들이라 전문성이 있다는 점과 국회 인사 청문회 통과와 공직사회의 안정을 동시에 꾀할 수 있다.
연구원은 “하지만 청와대 눈치를 보면서 소신 있게 행동하지 못하는 한계도 상존한다. 그렇게 때문에 향후 장관을 임명할 때 관료에만 치중하기 보다는 입지전적인 인물로 국민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 인사를 발탁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에게 쓴 소리를 할 수 있는 인물을 과감히 영입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교수 출신 영입시 철저한 검증 요구
정치 분야 장관들을 임명할 때는 능력보다 자질에 더 많은 비중을 둬야 한다고 연구원은 밝혔다.
특히 교수 출신 영입 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고, 막연하게 전문성을 기대해 교수 출신을 영입하면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수 있고, 전문성뿐만 아니라 조직 장악력까지 평가해야 한다는 것.
장관들에 대한 평가는 일회성으로 반짝하는 평가를 위한 평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정 기간(약 6개월)을 주기로 지속적으로 평가해 추이를 분석해야 평가의 타당성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함께 장관 평가는 평가를 통해 대통령 인사 정책의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고, IFS 평가에서와 같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영입해서 정치, 경제, 사회 등 분야별로 총체적인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