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까마귀 날자 배 떨어 졌나, 경쟁사와의 비교가 두려웠나. 대한항공이 2012년 12월을 마지막으로 세계 여행사들이 주는 ‘트래블러상’ 수상 소식을 발표하지 않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의 관련성을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대한항공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대한항공은 2012년 12월 ‘비즈니스 트래블러 4개 부문 수상’ 발표를 끝으로 3년째 수상 소식을 전하지 않고 있다.
당시 대한항공은 “세계적인 여행전문지인 ‘비즈니스 트래블러'로부터 최고 아시아 항공사, 최고 비즈니스클래스 기내식 항공사, 최고 기내엔터테인먼트 항공사 등 4개 부문에서 수상했다”고 밝혔다.
2011년 12월에도 “아시아 최고 항공사, 최고 광고캠페인 항공사 등 2개 부문을 수상했다”고 전하고 2010년과 2009년 역시 수상 소식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2012년 12월 ‘비즈니스 트래블러’와 ‘월드 트래블러’ 수상을 끝으로 수상 소식을 전하지 않아 그 배경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는 것.
<>5년 연속 ‘광고 캠페인상’ 수상하고 갑자기 공신력 없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홍보실 관계자는 “트래블러상은 수많은 여행전문지들이 선정하는 상으로 권위와 신뢰성, 공신력에서 큰 의미가 없다”며 “주로 광고주를 대상으로 선정하고, 상을 받으면 추가협찬을 요구하는 등의 부담도 있어 2~3년 전부터 참여를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지난 10월에 '2015 러시아 비즈니스 관광 & 마이스 어워드'에서 '비즈니스 여행객 최고 항공사' 부문 2위에 선정, 수상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연치 않게도 이번 수상은 지난해 12월 조현아 전 부사장이 물러난 뒤 받은 것이다. 대한항공은 “(여행전문지에서) 협찬을 요구하지 않아 수상했다”고 해명했다
여기서 수년간 받아 왔던 상을 공신력, 경제적 이유 등으로 아예 참가하지 않고 있다는 해명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항공은 2012년 미국 여행전문지인 비즈니스 트래블러가 주는 '최고 광고캠페인 항공사'상을 5년 연속 수상한 바 있다. 대한항공은 당시 “세련된 이미지의 글로벌 광고가 높이 평가 받았다”고 밝혔다.

<>‘최고 기내식 서비스’ 제공 적임자라더니 분란만...
공교롭게도 사실상 ‘트래블러상’ 수상 소식이 끊긴 기간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재임 기간과 겹친다.
조 전 부사장은 2006년 대한항공 기내식사업본부 부본부장을 거쳐 2013년 1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지난해 12월 물러나기까지 ‘기내서비스’ 총괄 부사장으로 활동했다.
조 전 부사장 승진 당시 대한항공은 “세계 최고의 객실 기내식 서비스를 구현하는데 초점을 뒀다. 대고객 서비스에 대한 여성 관리자들의 섬세한 전문성을 제고했다"고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때문에 항공업계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기내서비스를 총괄하게 되면서 ‘트래블러상’에 부담을 갖게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한공은 2012년과 2009년 등을 제외하면 기내서비스 분야에서 이렇다 할 실적을 못 내고 있는 상황.
경쟁 국적 항공사의 경우는 ‘글로벌 트래블러’로부터 ‘최고 기내서비스’ ‘최고승무원’상을 12년 연속으로 받았다. ‘프리미어 트래블러’에서는 3년 연속 ‘세계 최고 기내서비스’, 4년 연속 ‘세계 최고 승무원’상을 수상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기내서비스와 승무원은 항공사의 얼굴로 항공사의 이미지를 좌지우지 한다”며 “때문에 항공사들이 가장 신경 쓰는 분야가 바로 승무원 교육과 기내식 등 기내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상 받아봐야 ‘본전’... 대한항공 “우연일 뿐” 해명
경쟁사와의 비교를 우려해 조 전 부사장 취임부터 아예 ‘트래블러’상에 참여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는 이유다.
오래전부터 기내서비스를 담당해 왔지만, 최고 책임자 자리에 오르면서 큰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12월 대한항공 스스로도 ‘땅콩 회항’ 관련 공식 사과문에서 “조현아 부사장은 기내 서비스와 기내식을 책임지고 있는 임원으로서 문제 제기 및 지적은 당연한 일”이라고 밝혀 악화된 여론에 기름을 부은 바 있다. ‘권한’을 강조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조양호 회장의 맏딸이 기내서비스를 총괄하는 부사장으로 취임함에 따라 대한항공으로서는 수상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상을 받으면 본전이고 못 받으면 경쟁사와 비교가 돼 조 전 부사장 본인이나 기내서비스 파트 임직원들의 부담이 상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홍보실 관계자는 “무리한 연결 짖기다, 우연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6월 "(자식) 세명 각자의 전문성이 있으니 전문성을 최대로 살리겠다"고 말해 조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를 시사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