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치 ‘읍소’할 땐 언제고 시장 바뀌니까 님비(Not In My Backyard) 한국타이어가 주행시험장 건립 무산과 관련해 경상북도 상주시로부터 손해배상을 받게 됐다.
지자체장이 바뀌면서 기업 유치가 무산된 사례로 향후 전국 각급 자치단체들이 기업 유치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타이어는 새 주행시험장을 부지를 찾아야 함에 따라 사업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은 민사24부는 지난 11일 상주시의 책임이 60%, 한국타이어의 책임이 40%로, 상주시는 60%에 해당하는 13억2400만원의 지연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상주시가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을 주민 반대를 이유로 무산시킨 것은 신의 성실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시했다.
한국타이어는 2013년 9월 경상북도 및 상주시와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하고 2020년까지 총 2535억원을 투자해 국내 최대(약 40만평) 타이어 주행시험장인 ‘한국타이어 테스트 엔지니어링 센터’를 건립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주행시험장 재검토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이정백 후보가 시장에 당선되면서 일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지난해 12월엔 상주시의회는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해 한국타이어를 당혹케 했다.
결국 한국타이어는 지난 4월 사업을 포기하고 손해액 21억7000만원을 배상하라며 경상북도와 상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MOU 체결 후 1년간 사업진행을 재촉했으나 지지부진해 회사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소송을 벌였다"고 말했다.
상주시는 그간 주행시험장 건립으로 인한 실질적 경제 유발효과 담보를 위해 한국타이어 측에 추가로 물류단지 조성과 400여명의 연구인력 상주 거주, 공검면에 건강·복지센터 건립 등을 한국타이어측에 요구해 왔으나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반대하는 주민들을 설득할 명분을 잃었다는 자세를 견지해 왔다.
A 지자체 관계자는 그러나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행정행위는 예측가능성과 연속성이 생명”이라며 “시장이 바뀌었다고 민간 기업과 체결한 MOU 내용에 추가로 옵션을 요구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상주시 주행시험장 반대대책위원회는 상주시가 한국타이어와의 MOU체결 때 공검면민과 상주시의회의 동의를 구하지 않아 원천무효라고 주장해 왔다.
또 주행시험장은 상주시민에 대한 예비적 살인행위라고 규정하고 이정백 시장에게 선거 당시 원점에서 재검토 하겠다는 공약을 지키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한국타이어는 새 후보지 물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제품 개발과 테스트를 위해서는 현재의 금산공장 부지에 있는 주행시험장이 노후하고 좁기 때문. 회사 관계자는 “대전금산 공장과 연구소의 접근성을 고려해 후보지를 물색하고 있다”며 “아직 물망에 오른 지역은 없다”고 말했다.
B 지자체 관계자는 “새 자치단체장이 취임하면 전임자의 이른바 ‘흔적 지우기’를 하는 게 전국에 만연해 있다”며 “매끄럽지 못한 행정으로 숙원사업이 무산된 특이한 사례다. 향후 전국 지자체에 경종을 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의 행정학과 교수는 “당선을 위해 지역현안을 논란거리로 만들어 쟁점화,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시장에 당선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며 “뒷감당 못할 일을 우선 당선만 되고 보자는 속셈으로 주민갈등을 부추기는 행정은 근절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상주시 사례는 부실행정과 주민갈등을 유발해 지자체 스스로 손해를 끼친 대표적인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며 상주시를 겨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