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 매각에 극렬 반대하던 대우증권 노조가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 대우증권 노동조합은 지난 19일 경기도 모처에서 2500여명의 조합원이 모인 가운데 결의대회를 열고 “KB금융지주의 대우증권 인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날 결의문에서 “고용안정 협약 체결, 독립 경영 보장등 전 직원의 요구 사항 수용을 전제로 (KB금융지주의) 대우증권 인수에 대해 지지를 선언한다”며 특히 “인력 구조조정 등 인적 피해와 인수 금융 상환 부담 등 재무적 피해로 인해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대우증권 인수를 결사 반대한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대우증권 인수 후 전 직원 고용 보장, 현 경영진 체제 유지, 우리사주조합의 등기 이사 선임권 보장 등을 요구했다.
노조는 그러나 “우리사주조합은 대우증권 매각 본입찰에 예정대로 참여한다. 다른 주체가 우선협상대상자가 된다는 전제하에 오늘 결의문을 채택했다”고 덧붙였다.
대우증권 노조의 이날 결의문은 상대적으로 인력수가 적은 KB투자증권에 합병됨으로써 자신들의 고용승계가 용이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KB투자증권의 직원 수는 500여명으로 대우증권과 합치면 3580여명이다.
그러나 미래에셋증권에 흡수되면 4800여명, 한국투자증권과 합치면 5400여명까지 늘어나 구조조정으로 인한 대규모 인력감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로 NH농협증권과 우리투자증권 합병 때 600명가량이 자리를 비워야 했다.
대우증권 노조가 갑자기 KB금융지주를 지지하면서 애초에 대우증권의 인수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른바 ‘염불 보다 젯밥론’이다.
투자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처음부터 금융업계에서는 대우증권 우리사주조합의 대우증권 인수 가능성을 점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며 “대부분 정부와 산업은행에 모종의 압력을 행사하기 위한 행보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대우증권 노조가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이번 인수전에서 캐스팅보트의 역할을 하려고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정치판으로 따지면 현역후보가 현역후보를 지지하는 꼴이다. 후보직을 사퇴하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게 관례이자 예의”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