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변화협약 같은 새로운 기업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12월 15일 열린 SK그룹 계열사 및 협력사 CEO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최 회장의 기후협약 발언은 같은 달 1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진통 끝에 ‘파리 기후협정’이 체결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대통령도 파리총회 특별 연설에서 한국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및 온실가스 감축 개획을 세계 정상들에게 소개했다.
박 대통령은 “기후변화 문제는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 되는 시급한 과제다. 한국은 이미 에너지 효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고 제조업 비중이 크지만 203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온실가스 37% 감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 달성을 위해서는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사업장에서 줄여야 하는데, 에너지·화학·철강업종이 이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에너지·화학 계열사가 많은 SK그룹의 온실가스 관리능력 및 투명성은 어느 정도일까.
<>SK그룹 온실가스 배출량 국내 3위
CDP(Carbon Disclosure Project)한국위원회에 따르면 SK그룹의 '탄소경영' 투명성은 최 회장의 바람과는 한참 거리가 있다. CDP한국위원회가 2014년 발표한 ‘기후변화 보고서’를 보면 SK그룹은 한전과 포스코에 이어 국내에서 3번째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다.
CDP한국위원회는 "SK그룹 전체 온실가스 배출총량 2099만 9000톤 중 1667만 4000톤의 관리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 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배출권 거래제 대상기업이자 CDP정보공개대상인 SK이노베이션, SKC, SK네트웍스가 탄소경영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SK그룹은 당시 10개 계열사 중 SK텔레콤, SK케미칼, SK브로드밴드 3개사만이 탄소경영정보를 공개해 빈축을 샀다.
CDP는 2003년 영국에서 출범한 프로젝트다. 전 세계 금융기관들의 위임을 받아 각국의 주요 기업들에게 기후변화 대응전략 정보를 요청하고, 그 결과를 분석해 전세계 투자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CDP한국위원회는 2008년부터 국내 주요기업들과 금융권으로부터 탄소경영 정보를 제공 받아 분석, 발표하고 있다.
한 기후변화 전문가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전세계 금융기관들은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에 대한 투자를 꺼리는 추세”라며 “이번에 파리 기후협정이 체결됨으로써 기업들의 온실가스 관리능력 및 투명성이 투자자들이 의사결정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그룹사 정보공개 응답률 50% 그쳐
이처럼 탄소경영 정보의 투명성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이에 대한 SK그룹의 인식은 나아지고 있을까. SK그룹은 여전해 에너지·화학업종을 중심으로 탄소경영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CDP한국위원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SK그룹의 정보공개 응답률은 50%에 그쳤다.
더구나 SK(주) SKC SK가스 SK이노베이션 등은 정부의 온실가스 목표관리제 대상 및 배출권 거래제 대상기업임에도, 3년 연속으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F-리스트에 올랐다.
특히 SK이노베이션과 SK가스는 2008년부터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안일한 대응능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CDP보고서는 “SK그룹은 에너지·반도체 등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과 기회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산업군으로, 그룹차원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BP, 쉘, 토탈 등 글로벌 에너지기업들이 파리기후협약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는 것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