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씨는 지난해 11월2일에 발화했다. 국내 최대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이하 SKT)가 알뜰폰 점유율 1위, 케이블TV 가입자 420만 여명을 보유한 CJ 헬로비전을 인수 합병하겠다고 발표하면서다.
지금은 전면전이다. 통신 3사는 물론이고 전문가들까지 찬반논쟁에 가세한 가운데, KT에 이어 이례적으로 권영수 LG유플러스(이하 LGU+) 신임 부회장이 나서 공개적으로 SKT를 강하게 비판했다. SKT도 즉각 반격에 나서는 등 반박, 재반박이 이어지면서 2:1 신경전이 불꽃을 튀기고 있다.
급기야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미래부가 ‘신중론’을 견지하면서 당분간 여론전 양상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관전 포인트는 두 말할 것도 없이 소비자 권익. 양측의 주장을 살펴보자. -편집자 주-
<>미래부·방통위, “면밀한 검토” 입장에 SKT 초긴장
지난해 11월2일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전격 발표한 SKT는 한 달 후 미래창조과학부에 인수 및 합병 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인가 여부는 공정거래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의 협의를 거쳐 결정된다. 통상 90일 가량 소요되고 승인이 늦어질 경우 1회(90일) 연장도 가능하다.
SKT는 오는 3월 인수합병을 마무리하고 4월1일에 합병법인을 출범시킨다는 포석이다. 하지만 외부 상황은 그다지 순조롭지 못하다. 방송·통신 간의 융합을 이끄는 선도적인 역할을 하게 될지, 이동통신사의 알력이 방송시장까지 넘어가면서 공정경쟁을 저해하게 될지에 의견이 뜨겁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KT와 LGU+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최근 미래부와 방통위는 ‘면밀한 검토’를 강조하며 최종 승인 여부 연장 가능성을 내비쳤다. 돌발 상황 발생에 SKT는 답답함과 초조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LGU+, “소비자 피해” 주장.. SKT·정부 싸잡아 비난
선방은 KT가 날렸다. KT의 임헌문 신임 사장이 작년 말, SKT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이어 지난 14일, LGU+의 권영수 부회장 가세했다. 취임 후 첫 공식 자리인 신년 기자단 만찬에서 SKT의 CJ헬로비전 인수의 부당함을 작심하고 비판했다.
권 부회장은 SKT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이 “땅 짚고 헤엄치겠다는 격"이라며 "이동통신 시장에서 업계 1위 사업자가 5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고, 통신은 규제산업이므로 정부가 합병을 허가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IPTV 사업자의 SO(종합유선사업자) 지분 소유를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된 통합방송법이 개정 중이므로 확정된 후 인수합병 심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 주식을 100%가진 SKT가 CJ헬로비전 지분을 일정 수준 이상 보유하는 것은 법률에 위배될 수 있다”며 “개정된 법에 위배될 가능성이 큰 안을 그냥 추진하는 것 자체가 황당하기 그지없다”고 강조했다. SKT는 물론이고 정부까지 싸잡아 비판하면서 선전을 넓히고 나선 것이다.
권 부회장은 경제학 교수진에 의뢰한 용역보고서를 인용, “인수합병이 되면 유료방송 요금이 인상될 가능성이 높고, SKT가 3년 내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을 최대 54.8%까지 확대해 이동통신과 초고속인터넷, IPTV의 결합상품 등으로 전 시장을 독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SKT의 지배력이 커져 이동통신과 방송 시장에서의 독과점 현상을 초래해 시장 건전성을 해칠 수 있으며, 결국 소비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이라는 논지다.
<>SKT, ‘아전인수’ ‘발목잡기’ ‘곡해’ 표현 써가며 격앙
논란이 야기되면서 각계 전문가들도 관련 규제에 대한 정책 방안에 대해 강력한 의견을 내세우고 있다. 이들은 업계 1위 이통사의 IPTV와 케이블TV 시장으로의 지배력 확대는 물론, 몸집 키우기로 인해 이동통신 경쟁을 활성화하는 것이 목표인 알뜰폰의 의미마저 퇴색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해왔다.
반면, 빠른 기술 발전에 따라 긍정적인 혁신을 기대한다는 지지 의견도 적지 않다. 통신과 미디어의 영역이 통폐합됨으로써 신개념 서비스로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방송과 통신의 융복합화는 거스를 수 없는 추세며 우려와 달리 소비자 편의성과 통신비 절감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SKT는 지난 15일 긴급 기자설명회를 열고 LGU+의 주장에 대한 반격에 나섰다. SKT는 LGU+의 주장이 “아전인수격 해석이며, 발목잡기 식 비방”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권 회장의 요금인상 우려에 대해 “자사의 이익을 위해 억지로 꿰맞춘 일방적 주장”이라며 “요금은 정부승인 사항이므로 사업자가 임의적으로 인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SKT의 점유율이 54.8%로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매우 자의적”이며, “우려대로 CJ헬로비전 KT망 알뜰폰 가입자를 SKT가 흡수하는 것은 막대한 비용 부담으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통합방송법 개정 전 인수합병 지적에 대해서는 “법 취지를 곡해한 주장”이라며 “통합방송법은 방송법과 IPTV 법을 일원화·체계화하는 과정으로 추가적인 규제 도입 목적이 아닌 시장 변화에 발을 맞추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한 이동통신·초고속인터넷·방송결합상품 가입률의 증가는 최근 3년 간 오히려 LGU+가 더 높은 증가세를 보였으며, 인수합병 후에도 해당 시장의 1위 업체인 KT의 영향력을 꺾기는 사실상 힘들다고 주장했다.
SKT 관계자는 “이동통신은 가입자 보급률이 포화 수준에 달해 성장 정체가 심각하다. 생활가치·미디어·사물인터넷(IoT) 분야에서 차세대 플랫폼 사업자로 발전하기 위해 이번 인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 시도는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로 현재로서는 그 결과에 대해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양측 모두 소비자 권익을 내세우고 있지만, 분명한 건 각자 자사 이기주의가 내재해 있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그 결정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며, 어떤 쪽으로 결론이 나든 항간의 우려를 불식하고, 방송 및 통신시장의 발전과 나아가 소비자들의 권익 보장을 최우선 하는 방향이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