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겸손이 미덕’이라고 하지만 애초부터 기업 홍보실에는 해당사항 없다. LG전자의 시대를 역행하는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홍보전략()에 소비자들이 애증을 보내고 있다.
한 만화가는 "마케팅팀의 인터뷰(고집스러운 장인정신으로 이해해 주세요: 경향비즈)가 너무 웃겨서 그려봤다"며 '어떤 전자기업 만화' (니기맛 作)를 게시하기도 했다.
각각의 에피소드를 요지만 콕 짚어 그린 이 만화는 SNS와 각종 게시판으로 옮겨지며,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LG전자는 “장인정신으로 이해해 달라”고 했다는데 과공비례(過恭非禮), 겸손도 과하면 예가 아니라고 했다. 하물며 LG전자가 마케팅 능력 부재를 겸양으로 여유부릴 처지는 아니질 않은가.
<>왜 가벼워졌다고 말 못하나
최근 LG전자는 노트북 PC 신제품 '그램 15'을 미디어에 공개했고, 주요 카피로 '15.6 더 커진 화면에도 여전히 980그램'을 내세웠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실제로는 963그램으로 더 가볍다'며 사진을 공개하는가 하면, 'lg는 가끔가다 말도 안 되는 스펙의 괴물을 만들어 내는데…자기들은 모른다'라며 애정 어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홍보팀은 도료와 저울 무게 오차까지 감안해서 신중하게 책정했다고 해명했다. 기존 13~14인치 제품에서 크기를 1인치 이상 늘리고 키우고 무게를 10그램이라도 줄였다고 마케팅 했다면 어땠을까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신제품은 그야말로 새로움의 싸움이다. '여전히'라는 문구가 매력적이지 않은 건 과연 기자뿐일까.
<>대박 정보라고 왜 말 못하나.
"대박 정보 가져왔지!!!" 지난해 11월, 실제 수백만 원대의 고가 모니터에만 지원하던 '하드웨어 캘리브레이션' 기능을 20만원대 모니터에 넣은 것을 보고, 한 네티즌이 쓴 표현이다. 또다른 이는 그 비싼 하드웨어 캘리브레이션 기능을 저가 모니터에 넣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 실제로 제품을 구입하고, 해당 설명을 찾아보기도 했다.
그는 숨바꼭질 하듯 꼭꼭 숨어버린 기능과 설명을 우여곡절 끝에 확인할 수 있었던 경험을 적어내며, "진짜 된다…그러나 서비스센터에선 그게 뭐에요 할거다"라며 조롱 섞인 소회를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홍보팀은 느긋하다. 일반인들 수요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시범적으로 넣었을 뿐이고, 홈페이지와 제품 카탈로그에는 설명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러한 기능이 있는 줄도 모르는데, 니즈는 어떻게 파악할 것 인가. 이런 ‘대박 기능’은 오히려 한정판매 아이템으로 홍보하고 판매했다면, 더 많은 매출을 올리지 않았을까 단종된 제품이라는 게 아쉬움이 남을 뿐이다.
<>왜 귀한 걸 넣었다고 말 못하나

이뿐만이 아니다. LG전자 홍보팀의 '헛다리'는 전략 스마트폰 'V10'에서도 드러났다. 화이트와 베이지 색상의 제품에 진짜 '20K 금도금'하고도 설명서에 일절 언급도 하지 않았다는 점, 국내최초로 DSD 재생 기능 넣었고, 세계적인 음향기기 제조사인 AKG가 튜닝을 해준 쿼드비트3를 이어폰에 적용했으면서도 적극적인 마케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빈축을 샀다.
V10은 음향의 우수성과 디자인을 강조한 제품이었다. 당시 V10의 카피는 디자인 '단단함으로 완성된 아름다움'이었는데, '20K 금' 도금 한 단어만 넣었더라면, 소비자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금을 좋아하는 중국인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글로벌 LG는 한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좋은 일 했다고 왜 말 못하나
요즘 인터넷에선 LG 창업주가 독립운동에 재벌기업 중 유일하게 기여하고, 마지막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복원하는 등 독립유적지킴이 후원도 하고 있으며, 지난해 발생한 목함지뢰 폭발 사고 때 부상 장병들에게 가장 먼저 10억 원의 위로금을 전달하기도 했다는 등 미담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복지시설에 무기한 무상 서비스를 10년 동안 하고도 입도 뻥긋 하지 않은 LG의 선행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 이런 선행이나 미담들이 그 동안에 LG 홍보팀의 마케팅 미숙 이미지와 겹쳐지면서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홍보, 마케팅 의미 곱씹는 계기 됐으면
훈훈한 미담, 겸손도 좋지만, 현실을 보자. LG전자의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56조5090억원으로, 전년 대비 4.3% 줄었다.
영업이익도 1조1천923억 원으로 34.8%나 감소했다. 홍보 (public relations : 널리 알림), 마케팅(marketing : 상품을 생산자로부터 소비자에게 원활하게 이전하기 위한 기획 활동. 시장 조사, 상품화 계획, 선전, 판매 촉진 따위)의 뜻을 되돌아보자.
'착한 바보', '겸손' '헛발질'이라는 꼬리표가 LG 홍보팀엔 부끄러운 말이라는 얘기다. 2016년에는 착한 기업 LG 홍보팀의 능력이 빛을 발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