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통신실천행동은 3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국민 60.6%가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보도가 사라졌다”며 성명을 발표했다.
방송통신실천행동은 전국언론노동조합, 참여연대,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13개 시민·언론단체로 구성돼 있다. KT와 LG유플러스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강력히 반대하며 여론전을 펴고 있는 가운데 나온 성명이어서 작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이들은 “최근 참여연대가 우리리서치에 의뢰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미디어계 최대현안인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응답자의 다수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조사결과가 발표되자 언론보도가 쏟아졌다. 그런데 그 중 일부가 돌연 삭제되는 일이 벌어졌다. 대체 무슨 이유로 보도가 사라지게 된 걸까”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방송통신실천행동은 “기사들이 돌연 삭제되다보니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며 “아니길 바라지만 SK텔레콤이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미디어오늘은 4일 ‘SK텔레콤 비판 기사 4건, 떴다가 사라진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반대하는 여론이 높다는 내용의 기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삭제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SK텔레콤 홍보팀 관계자는 ‘기사를 쓴 언론사에 기사의 내용에 문제가 있어 이를 설명한 것이지, 내리라고 요구하거나 광고거래 같은 건 없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2일 참여연대는 우리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말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합병한다는 것에 대해 응답자의 60.6%가 '통신 및 방송의 독과점이 특정 대기업으로 심화될 수 있으므로 반대한다'는 의견을 보였다고 밝혔다.
‘인수합병은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일이므로 찬성한다’는 응답은 20.9%로 조사됐고, ‘잘 모름’은 18.5%에 그쳤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문항이 부정적 답변을 유도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방송통신실천행동은 이번에 SK텔레콤이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의혹을 제기한데 대해 “전례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방송통신실천행동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언론학회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와 관련 ‘방송통신플랫폼간 융합과 방송시장의 변화’라는 제목의 세미나를 개최하고, 사전에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러나 SK텔레콤이 “보도자료가 불공정하다”고 항의했고, 언론학회가 보도자료 배포를 취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
그러나 당시 언론학회가 보도자료 배포를 취소한 이유는 방송통신실천행동의 주장과는 차이가 난다.
언론학회는 회장 명의로 기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보도자료에 잘못된 내용이 포함돼 있으니 그 자료를 토대로 한 보도를 자제해 주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당시 발제를 맡은 두 명의 전문가는 의도한 내용과는 다소 다르게 보도자료가 나갔다며 유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종합해보면 언론학회의 보도자료 배포 취소는 SK텔레콤이 영향력을 행사한 결과라기보다는 행사 주최측의 ‘실수’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방송통신실천행동은 성명에서 “언론을 상대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SK재벌이 방송시장까지 지배력을 확대했을 때 여론시장이 어떻게 왜곡될지 위기를 직감하는 것”이라며 “힘으로 인수합병을 밀어붙이겠다는 발상은 제 무덤을 파는 일”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