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와 SNS에서 아침부터 대판 싸운 남편 흉을 보고, 기분 전환 겸 동네 미용실에 가서 파마를 했다. 머리를 하면서 짬짬이 인터넷 쇼핑으로 장도 봤다.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는 것 같아 근처에서 네일아트를 화려하게 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그 동안 ‘뚜벅이 생활’을 하면서 아껴놓은 돈, 무슨 소용이냐는 심정으로 콜택시를 불러 집까지 타고 왔다. 총 비용은 14만 3700원, 그렇게 나는 하루 동안 돈을 마구 써댔다. 후회가 밀려왔다.
정도 차이야 있겠지만 누구나 한번쯤은 홧김에 ‘분풀이 소비’로 자기 위로를 한 적이 있을 거다. 그런데, 누군가 내가 화가 날 때 푸는 법을 '미리 알고'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어떨까.
최근 카카오의 행보를 보고 있노라면 그런 생각이 든다. 카카오는 택시, 대리운전, 게임, 인터넷 은행, SNS, 뷰티, 콘텐츠(음악, 엔터테인먼트) 등 애초 검색 등 포털로 한정 돼 있던 사업 분야에서 ‘일탈’을 일삼고 있다.
카카오의 이런 야심찬 포부는 일찍이 드러났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는 "이용자가 원하는 모든 것을 언제든 제공하는 온-디맨드(On-Demand)를 통해, 스마트폰으로 모든 실물경제 활동이 가능해지는 진정한 모바일 시대를 꾀하겠다“고 밝힌 것. 여기서 온-디맨드란 '모바일과 사람의 연결고리' 이고, 실물경제는 '돈'이다. 쉽게 정리해 보면, 사람들의 일상생활(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해서 모바일을 통해 소비를 이끌겠다는 의미일 거다.
카카오의 속내를 자세히 들여다보자. 한국의 대표적 미래학자인 최윤식 교수는 저서 '미래학자의 통찰법'에서 "고객이 스마트 기기 사용이나 인터넷 활동 등을 통해 양산하는 데이터를 분석하면 어떤 곳을 자주 가는지,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를 선호하는지 등의 패턴과 습관을 간파할 수 있다"며 "빅데이터는 세상을 설명하는 또 다른 매개체이며 이를 꿰뚫어 봤을 때 미래가 보인다"고 설명했다.
기업 입장에서 '모바일'은 자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받는 개인의 일상 정보를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는 핵심 매개체다. 즉, 카카오는 각각 흩어져서 발생하는 사람들의 소비패턴을 '모바일'이라는 수단을 통해 일원화 하고 각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얻게 되는 정보들, '빅데이터'를 소유하면서 '미래의 먹거리'를 찾고 있는 것.
각 서비스를 제공할 때마다 회원 가입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래서 지금의 카카오 '업종 허물기'는 당장의 수익 창출 측면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새 먹잇감을 찾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실제로 카카오는 당장의 수익성에 연연해하지 않는 모양새다. 카카오는 신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인수합병과 O2O (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등 신사업 마케팅에 비용을 쏟아 부었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헤어샵', '카카오뷰티샵' 등의 서비스는 혁신적이긴 하나 안정적인 수익을 담보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아직 물음표다.

탄탄한 기반을 잡고 있던 게임사업도 대형 게임업체의 독자 출시로 돌아서면서 실적에 먹구름이 끼었다. 결국 2015년도 영업이익은 전년 보다 57.8% 줄어 884억 원으로 반토막 났다. 더욱이 9000억원을 외부 조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2조원에 음원사이트 '멜론'을 인수했다는 점이다. 콘텐츠를 통해 수익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하지만, 수익 모델이 아직 불투명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경제민주화’와 프라이버시권을 끌어다 붙이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생활 전반으로 침투하고 있는 카카오 서비스가 개인정보의 침해, 골목상권 위협이라는 큰 해결과제들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대리운전, 미용업계 등 상대적으로 영세한 시장에 ‘인터넷 공룡’이 고객과 상인 간의 플랫폼 역할을 하면서 예약서비스 수수료를 챙긴다는 점에서 소상공인들의 반발은 불 보듯 뻔하다.
최근 카카오는 이용자의 동의도 없이 유명온라인쇼핑몰에 개인 정보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A씨가 B 온라인쇼핑몰과 카톡 친구를 맺지 않았는데, B 온라인쇼핑몰이 A씨에게 일방적 알림 메시지인 '알림톡'을 전송했다는 것.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5조(개인정보의 취급위탁)'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카카오측은 알림톡은 고객사의 위탁을 받아 광고가 아닌 정보, 예를 들어 회원 가입 내지 주문 완료 안내, 배송 현황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이는 현재 많은 기업에서 사용하고 있는 이통사의 SMS를 통한 정보 전송과 동일한 서비스 형태라고 밝혔다.
카카오는 “정통망법 제25조 제2항에서는 이러한 경우 고지 및 동의절차를 거치지 않을 수 있다고 명기돼 있다”며 “이 과정에서 카카오는 고객사에게 카카오가 보유하고 있는 개인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며, 고객사의 위탁을 받아 가입자에게 발송하는 업무만을 수행하고 있다”고 전해왔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지난 1일 빅데이터 활성화 조치로 국민생활과 밀접하고 산업 파급 효과가 큰 22개 분야의 공공데이터를 조기에 개방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빅데이터로 창업 활성화 기대한다”고 밝혔지만 ‘인터넷 공룡’의 먹잇감만 되는 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지 오웰은 소설 '1984년'에서 독재자 빅브라더(Big brother)를 통해 정보독점 사회의 폐해를 일찌감치 간파했다. 카카오의 행보가 향후 국가 빅데이터 개방 및 활용정책의 바로미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억측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