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보세요. △△△ 씨 핸드폰 맞죠 저는 OOO 회사의 ㅁㅁㅁ입니다. 채용사이트에서 이력서를 봤는데요. 혹시 스타트업에서 프리로 일해 볼 생각 있으세요" 며칠 전 기자의 친구가, 지인과 벤처기업과 스타트업 회사의 차이점이 뭔지 잘 모르겠다는 대화를 했었는데, 자칭 ‘스타트업’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며 신기해했다.
듣고 보니 어느샌가 벤처라는 말 보다 스타트업이라는 단어가 뉴스 제목에 더 많이 눈에 띄고 있다.
글쓰기 앱에서도 '스타트업 도전기'에 대한 글들이 많이 올라온다. 하지만, 스타트업이라는 단어는 벤처와 같은 뜻으로 들린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나 IT기술을 기반으로 설립한 지 오래되지 않은 신생 벤처기업', 전문가들이야 '척하면 척' 미세한 차이점을 간파 할 수 있겠으나 일반인들에게는 아직 마냥 어렵기만 한 단어다.
<>명칭, 유행만 좆다가는 혼란만 부추겨
'벤처확인·공시시스템' 벤처인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6년 1월 기준 전체 벤처기업 수는 3만1259곳으로 정확한 통계를 금방 알 수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 기업 현황'을 담은 통계자료는 아직까지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17일 K-ICT 본투글로벌센터가 발표한 '2015 대한민국 글로벌 창업백서'에서도 전체 스타트업 기업수를 정확하게 명시하지 않은 채, ICT 분야 글로벌 스타트업 (7년 이내 기업) 707개 기업을 대상으로 스타트업 실태조사를 했다.
때문에 표본 오차가 어느정도인지 신뢰도가 몇 퍼센트 정도인지 짐작할 수 없어 아쉬움이 남았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벤처는 '모험', 그만큼 고된 이미지가 실려 있고, 스타트 업은 시작, '새롭고 희망찬' 이미지가 더 강하게 느껴진다.
특히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구글, 페이스북 등이 전세계적으로 성공가도를 달리면서 '스타트업'이라는 단어가 팔팔한 생명력을 얻은 듯하다.
국내에서는 골드만삭스의 배달의 민족·직방 투자, 소프트뱅크의 쿠팡 투자는 스타트업으로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 사례다.
또 국가를 불문하고 들려오는 유명 회사의 스타트업 투자나 인수가 '스타트업'이라는 용어를 IT 분야의 핫이슈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독자적인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을 인수하면 경쟁력이 생기고 돈이 되기 때문일 거다.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한 고군분투, 눈에 띄는 국내외 스타트업 인수·투자 사례를 정리해봤다.
<>MS·애플 등 ‘IT공룡’ 스타트업 사냥에 열심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1년여 년 동안 스타트업 인수를 통해 생산성 향상과 수익성 높은 기업용 서비스로의 전환을 꾀했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이메일 스타트업 어컴플리(acompli), 안드로이드 캘린더 앱 스타트업인 선라이즈(Sunrise), 일정관리 앱 분더킨더(Wunderkinder), 협업 툴 스타트업 라이브루프(LiveLoop)를 인수했고, 기업용 클라우드 강화를 위해 빅데이터 스타트업인 메타너닉스를 지난해 말 인수했다. 올해 첫 인수 대상은 인공지능(AI) 앱이었다.
지난 3일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는 MS가 2억5000만 달러에 그동안 MS 주도 윈도 기반의 모바일 플랫폼에서는 사용할 수 없었던 인공지능 스타트업 스위프트키(SwiftKey)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스위프트키는 사용자가 쓰고 싶어하는 입력 예상 단어를 미리 제시해 글을 빨리 쓸 수 있게 돕는 키보드 앱이다. 앞서 인수했던 분더리스트, 분더리스트의 To-Do 리스트, 선라이즈, 선라이즈의 달력 등 MS가 지닌 다른 앱과도 호환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MS, 페이스북, 구글을 상대로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장악력을 높이려 하고 있다. AR 기업인 메타이오(Metaio)와 플라이바이미디어, 모션 캡쳐 스타트업인 페이스 시프트(Faceshift), 얼굴 표정 인식기업인 이모션트(Emotient), 까지 6개월간 4개의 스타트업을 인수했다.
애플은 이를 통해 아이폰 판매 부진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듯하다. 또한 애플은 보컬IQ(VocalIQ에 이어 퍼센티코 같은 AI 스타트업 인수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이폰 가상 비서 시리(Siri) '장난감' 수준이라고 혹평했던 보컬IQ를 인수한 것으로 미뤄볼 때, 시리의 음성인식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데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은 지난해 동영상 편집 스타트업인 '플라이랩스'를 인수했다. 인수 당시 구글포토스는 사진을 짧은 동영상으로 바꿔주는 수준 밖에 되지 않았다.
구글은 또 처음으로 동남아시아 스타트업인 파이(Pie)를 인수했다. 파이는 업무용 메신저로 보안기능을 강화한 메신저 앱이다. 또한 구글이 지난해 VR 사업부를 신설하고 스타트업인 매직립을 인수하는 등 적극적인 시장 진출 모습을 보이자, "스마트폰 연결이 필요 없는 VR 기기를 개발 중"이라는 외신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네이버·카카오 스타트업 M&A시장 ‘큰손’으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의 모바일결제 전문 스타트업인 루프페이(LoopPay)를 인수해 마그네틱 보안시스템(MST)을 확보했다. 이로써 지금의 '삼성페이'라는 미래 먹거리를 탄생 시켰다.
주목할 점은 삼성이 21일 (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 갤럭시 언팩 2016'에서 "올해 호주, 브라질, 중국 등 전 세계 7개국에 삼성페이를 출시한다"며 글로벌 진출을 공식화 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또 최근 미국 서버용 반도체·클라우드 서비스 '스텔러스테크놀로지'와 일본 반도체 설계 '퓨처테크놀로지&서비스'라는 스타트업을 인수해 클라우드 서비스와 등 기업간 거래(B2B) 시장까지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카카오도 '다음청년투자조합펀드' 운영을 통해 누벤트, 레드테이블, 메쉬코리아 등 O2O 서비스·콘텐츠·IoT 분야의 스타트업 21곳에 투자했다. 케이큐브벤처스는 3년 동안 61개 업체에 356억원을 투자하는 등 사업 확장의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머신러닝으로 오타를 줄여주는 소프트키보드 개발업체 노타 등 8개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네이버는 LG전자·SK플래닛과 함께 '퓨처플레이'에 30억원을 투자하며 VR, 사물인터넷(IoT), 머신러닝 분야 지원 확대를 알렸다.
<>국내 M&A 건 소수... 기술, 인력 빼가기가 악영향
한편,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달 27일 현재 10위권인 우리나라를 스타트업 7대 강국에 진입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핵심 원천기술 확보 및 미래 성장동력 창출, ICT 성과 창출 및 신산업 경쟁력 조기확보, 과학기술·ICT 글로벌 확산 4대 전략과 세부계획을 세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스타트업 미디어 플래텀에서 발표한 2015년 국내 스타트업 투자 동향을 보면, 아직 갈 길은 멀다. 대내적으로 공표된 스타트업 투자소식은 233건, 인수합병은 40건 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대기업의 스마트업 인수는 드물다.
순다 피차이 구글 CEO는 말한다. "한국 대기업은 잘 하고 있지만, 스타트업은 한국 대기업에 혁신과 지속가능한 기회를 줄 것"이라고. 세계적인 IT 회사들이 스타트업 구매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래 먹거리 경쟁에 뒤처지지 않도록 국내 대기업들도 스타트업의 옥석을 가려내, 적극적인 자세도 투자·인수합병 소식을 전하길 바란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스타트업과 대기업간 M&A가 활발하지 못한 이유는 여럿 있을 것”이라면서도 “지금도 만연하고 있는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및 인력 빼가기 풍토가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