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연패 후 이세돌이 알파고를 이기는 것이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이세돌은 이번 제 4국에서 첫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이세돌이 인간의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켰다는 평가도 벌써 나오고 있다. 하지만 계산기가 주판을 밀어낸 것처럼 기계가 인간을 밀어내는 것은 이제 피할수 없는 일이라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세돌은 인간을 대표하는 시금석이었고 알파고는 바둑에서 조차 확실히 인간을 넘어설 수 있는 학습과 계산능력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에 이번 대국을 통해 몇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첫째는 바둑의 정석이 새로이 정립되어야 한다는 것. 둘째는 집단지성을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셋째는 이길 확률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 넷째는 한국도 인공지능 연구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것.
기존의 정석은 미리 설정해 놓은 범위 안에서 이루어진 근시안적 행마의 산물임이 밝혀졌다. 즉, 탐욕적 수순(greedy algorithm)에 근거했던 것이다. 일견 악수인 듯 보이지만 결국 정석인 기보가 존재한다는 것이 확인됐다. 바둑 고수들은 그 동안 전역최적(global optimum) 대신 국지최적(local optimum)의 우물 속에서 살았음이 이번에 밝혀졌다.
보통 이상의 두뇌집단을 활용하는 집단지성은 인공지능의 핵심이 됐다. 보통 이상의 두뇌가 다양한 답을 내면 그 답에서 정답을 찾고자 하는 게 부스팅(boosting) 같은 인공지능의 핵심 아이디어다. 퀴즈 대회에서 정확히 답을 모르는 100명의 의견을 보고 정답을 고르면 거의 틀리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딥마인드 엔지니어는 가능성이 있는 수를 다 고려한 후 이길 확률을 최우선 고려한다고 했다. 감으로 싸워 이기기 어렵다.
딥블루, 왓슨이 인간의 한계를 하나씩 넘을 때에도 한국은 인공지능에 냉소적이었고 정부 관리는 연구비 중복투자라며 손사래를 쳤다. 당장 눈에 보이는 이익에 눈이 멀어 기초과학을 소홀히 했다. 인간의 말을 알아듣게 하려면 컴퓨터에게도 좋은 디지털 사전이 있어야 한다. 그런 변변한 사전도 없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인공지능이 만능은 아니다. 알파고의 지능이 뛰어날 거라 여기면 오산이다. 알파고는 인간이 지니지 못한 빠른 계산과 학습능력으로 이세돌을 세 번 연속 이겼다. 여전히 컴퓨터는 사진 속의 사자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답하지 못한다. 비비 꼰 한국 고3 학생들의 수학문제도 제대로 풀지 못한다. 그런데도 이세돌을 세 번이나 이기고 겨우 한차례 패배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비록 인공지능이 완전하지 않지만 그런데도 자율자동차가 대세다. 투자자문용 로보어드바이저가 인간의 일자리를 넘보고 있다. 빅데이터나 핀테크의 핵심기술이 인공지능이다.
알파고도 궁극의 최적 해법은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인간보다 뛰어난 영역이있다 이세돌에게 진것도 그렇다 그만큼 인공지능은 가야 할 길이 멀다.
이세돌이 세 번씩이나 반복해서 지자 그제서야 인공지능 기술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눈 가리고 아웅하는 정부도 우습다. 그래서 한국이 선진국의 풍모를 보이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 선진국은 조용히, 그러나 선제적으로 가야 할 길을 간다.
(김형중 교수/ khj-@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