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티그룹은 최근 ‘디지털 파괴(digital disruption)’ 보고서에서 핀테크기술 발전으로 은행 인력이 30% 가량 감소하고 역할도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핀테크와 금융사의 주력사업 분야가 일치하지 않으며, 금융사들도 환경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어 핀테크의 위협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13일 '핀테크의 미래에 대한 상반된 시각 공존' 보고서에서 핀테크의 위협은 국가별로 상이할 수 있어 금융환경 변화에 대한 은행들의 기민한 대응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디지털 파괴’에 따르면 핀테크 성장으로 인해 기존 은행인력이 10년 내 170만여명 감소할 전망이다. 또 이미 고점대비 약 12% 감소한 은행업 인력규모가 2025년까지 약 30% 추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이미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한 대형 투자은행보다는 상업은행의 인력, 특히 향후 자동화 전환이 가능한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 위주로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형 투자은행들은 금융위기 이후 약 1만명의 인력을 구조조정하고, 현재 상업은행 인력의 65%가 향후 자동화 전환이 예상되는 업무를 수행 중이다.
은행 인력감축은 지점업무 자동화, 모바일뱅킹 활성화 등으로 인한 지점감소 및 대 핀테크 경쟁 심화에 대응하기 위한 은행조직 슬림화 과정 등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핀테크 투자자금은 대출 및 지급결제 분야에 집중되고 있어 향후 동 부문 경쟁심화로 은행의 역할이 축소될 전망이다.
최근 6년간 핀테크에 유입된 190억 달러 중 대출사업부문(46%), 지급결제부문 (23%) 등 총 73%가 개인과 SME 금융에 집중됐다.
저금리 환경 하에서 기존 은행산업 수입의 절반 이상(56%)을 차지하는 대출부문의 경쟁심화로 시장 점유율이 감소하면 은행 수익성도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아직까지 핀테크 위협에 대한 뚜렷한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고 기존 금융사들도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어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현재 핀테크의 3/4 가량이 지급결제, 대출(소비자금융) 부문에 집중돼 있고, 핀테크가 주력하는 무담보, 고위험 소비자 대출은 은행의 전통 주력사업이 아니라는 것.
또한, 대출부문 대규모 투자에도 현재 P2P대출 규모는 글로벌 총 대출의 약 1%를 차지하는 등 여전히 규모가 작은 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실적이 좋은 핀테크 상장사(PayPal, Worldpay, Markit 등)들은 스타트업이 아닌 대기업에서 파생된 업체이며, 구글, 애플 등의 전자지갑 실적 역시 부진하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최근 9,000여명(전체 인력의 1/4수준)의 기술인력을 고용하는 등 금융환경 변화 대처에 적극적이다.
심윤보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핀테크가 기존 금융회사에 미치는 영향은 국가별로 상이할 수 있어 국내 은행들도 인터넷전문은행, 핀테크 활성화에 기민한 대응이 요구된다”고 전망했다.
핀테크가 소비자금융 부문 수입의 2~3%만을 차지하는 미국, 유럽과 달리 중국의 경우, 전자상거래 판매의 96%가 은행의 중개 없이 이루어지는 등 국가별 환경에 따라 핀테크의 영향은 크게 상이하다는 것.
심 연구원은 “국내에는 P2P 대출업의 법적근거 미비 등 핀테크 활성화에 제약이 많은 환경이지만, 향후 주요국 금융사의 핀테크 대응을 참고해 기술인력 확충, 조직 유연성 제고 등을 통해 금융환경 변화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