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후 세일', 구혼자는 정해졌다. 검색•뉴스•이메일 등 인터넷 핵심사업 부문을 매각하기로 결정한 야후가 지난 18일까지 구혼자를 모집했다. 당초 40여개 업체가 과거 '인터넷 공룡'이었던 야후를 눈독을 들였다. 하지만 해외 다수 언론에 따르면, 경쟁 업체였던 구글을 포함해 타임, 컴캐스트는 중간에 발을 뺐고, 버라이즌과 YP 홀딩스, 데일리메일, 사모펀드 3곳 정도가 유력한 구혼자로 추려졌다.
특히 버라이즌은 지난해 AOL를 인수를 경험 삼아 야후 매각에도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디지털 광고 회사답게 자사의 1억1200만명의 이용자와 AOL 가입자 200만명을 야후의 사이트·이메일 이용자 같은 자산과 흡수·결합하는 복안을 강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동영상 광고'를 만들어, 모바일 광고, 모바일 비디오 부문에서 구글의 유튜브, 페이스북과 경쟁하고자 하는 것이다.

<>매각까지 '가시밭길'… 모호한 정체성•실적부진 악재
하지만, 매각과정은 순조롭지 못할 것으로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내다봤다. 사업의 정체성이 모호해진 것이 매각과정에서 악재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야후는 1994년 대만 출신 유학생인 제리 양과 스탠퍼드대 동료였던 데이비드 필로가 창업한 회사다.
인터넷붐 시대 다양한 정보제공으로 인기를 얻었으나, 신흥강자 구글이 검색 시장을 장악하면서 쇠퇴의 길에 들어섰다. 후에 구글은 야후를 제치고 '구글링'이라는 단어를 사전에 올릴 정도로 검색 시장을 집어삼켰다. 또한 야후는 역행적으로 PC용 서비스에 몰두하며 경쟁사인 페이스북이나 구글처럼 모바일 환경을 구축하는 걸 거부했다. 야후의 '뼈아픈 실수'라 할 수 있다.
더구나 최근 발표된 2016년 1분기 핵심 사업의 부진한 성적표는 '야후 몸값 불리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야후의 1분기 매출액은 10억9000만달러(11% 감소)로 집계됐고, 핵심사업인 디스플레이광고 매출액도 0.8% 감소한 4억6300만달러, 검색광고 매출도 9.3%나 떨어진 4억9109만달러로 나타났다.
<>몸부림에도 마리사 메이어 '유리절벽' 가시화
학력파문, 실적부진 등으로 임시 CEO를 포함하면 5번의 최고경영자를 1년 사이 마구 갈아치웠던 야후를 살리기 위해 경쟁사 구글의 마리사 메이어가 구원등판 했지만, 결국 포브스가 예견한대로 '유리절벽(Glass cliff)'에 부딪힌 듯 하다. 실패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가 있으면 일부러 여성에게 이를 맡기고,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결국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 유리절벽이라 한다.
마리사 메이어는 야후를 미디어•테크 기업으로 탈바꿈 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효과는 없었다. 2013년에는 텀블러를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에 인수했고, 2014년에는 브라이트롤을 6억4000만달러(7280억원)에 샀다. 미디어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시트콤과 영화도 제작했으나 손해만 봤다.
지난 3년 동안 전체 직원의 42%를 감축하고, 출산 휴가도 없이 업무복귀를 하는 등 성과없이 몰아세우는 '괴팍한 리더십'은 마리사 메이어를 더욱 궁지로 내몰았다. 실제로 제프리 스미스 스타보드 밸류 등 야후의 주주들은 마리사 메이어를 비롯한 경영진의 개편을 주장한 바 있다.
<>'뒷방 늙은이' 신세... '노익장'으로 버텨
'뒷방 늙은이' 신세가 되긴 했지만, 아직 '노익장'은 살아있다. 미국 야후의 월간 방문자는 2억명을 넘어설 정도로 다수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인수 기업의 눈으로 봤을 때 여전히 구미가 당기는 먹잇감이라는 말이다.
오는 6월 매각절차를 마무리하면, 포털로 명성을 드높였던 야후는 22년만에 사라진다. 일본 야후재팬과 중국 알리바바의 지분을 가진 투자회사로만 남게 되는 것이다.
공룡이 지구상에 사라진 이유로 소행성과 지구의 충돌, 차단된 햇빛을 들곤 한다. 덩치가 크고 피부를 드러낸 공룡은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반면, 작고 털로 뒤덮인 포유류는 뒤바뀐 환경에 치열하게 적응하며 지구에 살아남았다. IT 환경도 마찬가지다. 시시각각 변하는 생태계에 대응하지 못한 'IT 공룡' 야후의 멸종이 남기는 메시지를 우리도 귀기울여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