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에게 스마트폰의 활용 범위라곤 전화와 메시지, 그리고 가끔 핫딜 알림에 허겁지겁 결제부터 하고 보는 모바일쇼핑이 전부지만 2년마다 최신 폰으로 교체하는 엔드유저로 통신사에 충성을 다해왔다.
약정기한이 24개월이라는 걸 알기라도 하는지 그맘때면 폰이 스스로 치명적 결함을 보이며 더 이상의 공생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교체한다는 건 기자 같은 귀차니즘 환자에겐 무척 고달픈 일이다. 2년 동안 비약적으로 발전한 모바일 기술이 새로운 디바이스에 익숙해지기까지 무수한 시행착오를 안겨주기 때문이다. 더욱이 삭제 불능의 선 탑재 앱들은 그 어렵다는 루팅을 고민하게 만들기까지 한다.
제조사나 통신사, OS 개발사 등이 스마트폰에 기본적으로 탑재, 출시한 앱을 선(先)탑재 앱이라고 한다. 이달 1일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스마트폰 이용자의 선택권 강화를 위해 스마트폰 운용에 필수적이지 않은 앱을 이용자가 삭제할 수 있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함으로써 앱 ‘끼워 팔기’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유튜브, 구글행아웃, 구글드라이브 등 구글앱도 퇴출될지 주목
선탑재 앱 문제는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래창조과학부는 ‘스마트폰 앱 선탑재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통신사에게 선탑재 앱을 줄일 것을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이다 보니 강제성은 없었고 안드로이드 개발사인 구글은 유튜브, 구글행아웃, 구글드라이브 등이 스마트폰 가동을 위한 필수적인 앱이라며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지 않았다.
2013년 박대출 전 국회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통신사와 제조사 등이 갤럭시S4에 탑재한 기본 앱은 69개, 그리고 지난달 말 현재 갤럭시S7에 탑재된 전체 기본 앱 역시 61개로 3년 전과 별 차이가 없다. 물론 안드로이드 폰에서 제조사나 이동통신사의 선탑재 앱은 대부분 삭제할 수 있도록 바뀌었지만, 구글이 주장하는 필수 앱은 여전히 10여개 이상 남아 있는 상황이다.
최근 조사된 리서치 결과만 봐도 구글의 횡포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올 3월 한 달 간 국내 안드로이드 폰에 가장 많이 설치된 앱 상위 20개 중 무려 16개가 구글 앱이었다. 국내 안드로이드계 스마트폰 OS시장을 90% 장악한 구글의 막강한 지배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구글의 이런 ‘갑질’에 최근 유럽연합(EU)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OS 탑재 스마트폰 제조사에 구글 검색과 크롬 웹 브라우저 등을 사전에 설치토록 하는 계약을 맺었으며 이러한 앱 끼워 팔기는 반(反)독점법 위반 행위라고 결론 내린 것이다. 구글이 우월한 플랫폼 사업자의 지위를 이용해 안드로이드 폰에 구글 검색엔진을 사전 탑재하고, 제조사의 경쟁 운영체제 설치를 제한함으로 경쟁 서비스의 출현을 제한했다는 판단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구글을 대상으로 앱 서비스를 부당 차별했는지 이로 인한 이용자 선택권에 제약이 있는지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 등 모바일 플랫폼 기업이 자사 제품을 기본적으로 탑재하고 이를 이용자 스마트폰에서 삭제할 수 없도록 하는 행위가 시장 경쟁을 막고 이용자의 권익을 침해했는지 여부를 집중 점검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정부가 보다 실효성 있는 규제에 나선 만큼 이번에는 선탑재 앱의 퇴출이 가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방통위 관계자는 “업계와 소비자의 의견 조율을 통해 개인마다 천차만별인 필수 앱의 범주를 명확히 정하고 공감대를 형성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입법예고, 규제심사, 국무회의 등을 거쳐 시행될 예정이며 의견 수렴과 규제 심사 과정에서 개정안 내용이 일부 수정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