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는 ABCD 알파벳을 중학교 때, 구구단을 초등학교에서, 제2외국어 프랑스어는 고등학교 때 처음 배웠다. 대학에서 국어를 전공했고, 교양으로 일본어 수업을 들었다. 그런데 국어를 빼곤, 자신 없다. 단지 노력 부족일까.
공교육은 당연히 배워야 했던 과정이었지만, 신뢰감이 들지 않았다. 실제로 주변의 친구들도 대부분 학원을 다니고 있었고, 뉴스에선 사교육 열풍, 호화 과외 적발 같은 상대적 박탈감을 부추기는 소식이 자주 들렸다. 그래서 그런지 적은 비용이라도 사교육을 받지 않으면, 성적을 올리지 못할 것 같다는 이상한 불안감에 휩싸였다.
그렇다고 해서 사교육이 기자를 대학에 보내고, 취직 시켰느냐 묻는다면, 또 그것도 아니다. 기자는 초등학교 때부터 수학, 영어, 국어 단과학원도 다니고, 과외도 했었고, 재수학원도 다녔다. 대학생 때는 취업을 위해 토익학원도 다녔다. 하지만, 지금 기자는 글을 쓰며 그냥저냥 산다. 여러 과목을 배웠지만,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든 건 거의 없다.
이쯤에서 떠오르는 말이 있다. 서울대 합격자들이나 수능 만점자들의 인터뷰다. “혼자 공부했어요” “과외 안했어요” 들을수록 심사가 뒤틀리는 말이다. 곧이곧대로 믿기야 어렵지만, 어쨌거나 왜 그네들은, 왜 나와 달랐을까.
최근, 컴퓨터 언어 ‘코딩’ 사교육 바람이 거세다. 한달에 200만원짜리 코딩유치원, 일주일에 800만원짜리 미 명문대 코딩 캠프까지 생겼다. 우리 공교육은 2018년에나 코딩수업을 초중고교 정규과정에 넣기로 했는데 말이다.
우리나라 코딩 교육 열풍의 시발점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연설인 듯하다. 오바마는 2013년 12월 9일부터 13일을 컴퓨터과학교육주간으로 정하고, 코드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컴퓨터 과학을 배우는 것은 단지 당신의 미래에만 중요한 일이 아니라, 미국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새 비디오 게임을 구입만 하지 말고, 직접 만들고, 새로 나온 앱을 다운로드만 말고 함께 디자인하며, 핸드폰을 가지고 놀지만 말고 프로그램을 만들라”고 강조했다.
처음부터 컴퓨터 과학자로 타고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약간의 수학, 과학과 조금의 노력이 함께 하면 누구나 컴퓨터 과학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하면서 말이다.
미국은 코드닷오알지(code.org)가 ‘아워 오브 코드(Hour of code)’라는 온라인 프로그래밍 교육을 주도하고,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등이 이를 지원하며 힘을 실었다.
코드닷오알지는 미국에 있는 모든 학교에서 코딩을 가르쳐야 하고, 프로그래밍 수업을 학점으로 인정해 줄 것을 주장하는 비영리단체다.
빌게이츠, 마크 주커버그, 수잔 보이치키 등 IT 유명인사들과 샤키라, 애쉬튼 커처 등의 연예인과 크리스 보쉬 등 농구선수에 국회의원들까지 코드 교육의 중요성을 피력하며 군불을 지폈다. 오바마 대통령은 코드 교육 현장을 방문하는 영상을 백악관 공식 유튜브 채널(https://www.youtube.com/watchv=EJEBGf_uS_M)에 공개하며, 전방위 홍보에 매진했다.
노력 끝에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1월, 모든 초중고 학생들에게 소프트웨어를 가르치겠다는 ‘모두를 위한 컴퓨터 과학(‘모두를 위한 컴퓨터 과학(Computer Science for All)’ 사업 추진 담화문’을 발표하게 된다.
향후 3년간 초중고 컴퓨터과학 교육 예산 40억불(약 4.8조원) 확보 추진, 국가과학재단(NSF), 국가지역사회봉사단(CNCS)의 자원 135만불(약 16억원)로 교사 양성, 주지사•시장•기업가•교육계 리더•기술 전문가 등 참여 유도가 골자다.
오바마 대통령이 코드 교육을 강조한 이유는 현재 IT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미국의 경쟁력을 이어가고, 그것이 미래의 미국뿐만 아니라, 자국민의 미래를 살릴 먹거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 교육부와 미래창조과학부도 미국과 같이 지난해 12월 1일부터 7일까지 ‘2015소프트웨어교육 체험주간’을 개최했다.
같은 기간 동안 11만5690명의 학생들이 ‘온라인코딩파티(www.play-entry.com/codingparty)’에 참여 했다고 한다. 관련 동영상 자료는 ‘SW중심사회포털(www.software.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미국과 달리 코딩 공교육에 대한 홍보가 미흡한 듯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코딩에 대해 어떤 관심을 갖고 있으며, 교육부나 미래부에서는 어떻게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지, 인력은 어떻게 선발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충실한 리포트는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월 200만원짜리 코드 유치원처럼 사교육의 문제점에 대한 기사와 리포트가 먼저 쏟아지면서 시선을 먼저 가로채고 있다.
사교육 시장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미래의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마크 주커버그를 코드 학원에서 만들 수 있을까 공교육으로 영어를 처음으로 익히고 평생 배웠음에도 영어학원을 찾아, 다시 회화와 토익 공부를 또다시 해야만 했던 기자의 비애를 후대는 느끼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