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이 자사의 지도 서비스에 대한 우리 정부의 규제에 반발했다. 일부 레터링 처리된 한국 지도는 북한 지도 보다 유용하지 않다고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구글은 우리나라 국가보안법이 한국 지도 전체를 서비스하려는 자사의 정책에 발목을 잡고 있다고 불평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현재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 군 기지와 정부의 주요 시설 등을 흐리게 하거나 숲으로 위장하는 등 편집한 위성 이미지를 포함한 경우에만 지도 정보 수출을 승인하고 있다.
실제로 빙, 애플 등 글로벌 지도 검색 서비스에서 청와대가 분명하게 보이지만, 네이버나 카카오등 국내 기업의 지도검색 서비스에선 청와대는 숲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구글맵스는 국내 서비스에선 흐리게 가려져 보이지 않고, 글로벌 버전에서는 잘 보인다.
뿐만 아니라, 구글 맵스에서 자동차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길을 검색하면 “경로를 찾을 수 없다”고 나오는 반면, 평양에서 영변핵과학발전센터까지 검색하면 교통체증이 없을 때 1시간 8분이라는 결과가 나온다고 WSJ는 덧붙였다.
구글은 네이버나 카카오와 달리 한국 정부의 승인을 받지 못해 지도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전세계 검색 엔진 분야에서 구글이 1위를 놓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 중국, 러시아 뿐. 현재 한국에서 구글맵스는 3D 지도, 자동차 주행정보, 도보방향, 자전거이동방향, 실시간 교통정보, 자동차 네비게이션, 내부지도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중국과 러시아보다 제한이 더 많은 수준이다. 2008년부터 한국에서 지도 서비스를 시작한 구글이 다양한 서비스를 시도하고자 했지만, 8년째 성공하지 못했다.
때문에 구글은 국가보안법이 불공평하게도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구글의 경쟁사에게만 이익을 준다며, 한국에서의 구글 맵스의 서비스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
그러나 해외 지도정책을 책임지는 김통일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 공간영상과 연구원은 “네이버와 카카오는 정부가 제공하는 민감한 시설은 블러 처리나 위장된 지도만을 사용한다”며 “국가안보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했다고 WSJ는 전했다.
<>미국기업인 구글의 한국 내 영향력 확대를 경계
하지만, 구글의 주장이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비공개 회의인 규제개혁 장관회의를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달 유럽연합이 구글에 모바일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의 반독점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30억 유로(약 4조원)의 벌금을 부과하며 구글의 영향력을 줄이려 했다는 의혹처럼 미국 IT 기업인 구글이 한국 정부의 규제로 영향력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목소리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이번 회의에서 우리 정부는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드론과 관련해 세계 최고수준으로 규제를 정비하고, 적어도 선진국과 동일한 수준으로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사물인터넷과 자율주행차, 그리고 드론은 구글의 미래 먹거리이기도 하다. 구글맵스를 통해 얻은 우리나라의 지도 정보는 특히 자율주행차나 드론 사업에 큰 역할을 할 것은 자명하다. 자율주행차도 정확한 지도가 있어야 잘 달릴 수 있고, 위험 예측이 가능하다. 자율주행트럭을 특허출원하고, 드론 택배 서비스인 윙프로젝트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구글로선 답답한 노릇일 게다.
구글맵스의 정확도가 높을수록 구글의 미래 사업도 번창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나라 정부 입장에선 한참 뒤떨어진 미래 기술력에 대한 ‘수비’, 구글 입장에선 ‘이유 있는 발끈’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