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은 살기 위한 기계다.” 근대 건축의 거장 르꼬르뷔제의 명제다. 르꼬르뷔제는 5대 건축거장으로, 공업기술의 산물들은 다른 건축가에 비해 그에게 특별한 영감을 주는 요소가 됐다.
그리고 그에게 기계미학은 새로운 건축을 위한 보기가 됐다. 르꼬르뷔제는 기계미학을 통해 집의 개념을 ‘거주공간’에서 ‘더 많은 사람이 효율적으로 살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꾼 것이다. 그는 과거의 주택들이 조적식 공법을 통해 지어졌던 방식에서 탈피하며 철근콘크리트의 기술적인 사용을 통해 자유로운 평면을 가져오게 만들었다.
또한 르꼬르뷔제는 새로운 기술의 사용을 통해 인간이 효율적으로 살 수 있는 집을 꾸준히 연구했고, 그러한 노력들을 통해 현대 건축의 5원칙도 확립했다.
또한 르꼬르뷔제는 1:1.618의 황금비를 건축적 비례에 적용해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공간의 크기를 계량하는 기본을 인간의 신체를 분석했고, 수학적 원리와 기하학적 원리에 근거하여 건축을 위한 인간척도체계인 모듈러를 창안했다. 또한 이 모듈러는 어떠한 디자인에도 적용할 수 있는 척도라고 했다.
이러한 르꼬르뷔제의 주장이 돌고 돌아 최근 산업계에서 변화로 일어나고 있다. 특히 주택 분야와 IT업계에 있어 그 변화의 바람을 엿볼 수 있다.
변화의 핵심은 사용자의 입장에서 효율적인 자유라는 것이다. 주택과 IT업계 모두 과거에는 한 공간이나 한 기기에 다양한 기능과 멋을 갖출 수 있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었다면, 지금은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 얼마나 효율적으로 그 공간이나 기기를 지배하여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변화하고, 관리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 됐다.
그리고 그 결과물들은 모듈이라는 형태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물론 여기서의 모듈은 르꼬르뷔제가 주장한 모듈러의 개념과는 다르다. 하지만 르꼬르뷔제가 주장한 기계미학을 통해 공간을 효율적으로 지배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측면에서 유사하다.
과거의 주택 공간들은 변화를 주기 어려운 상황에서 최대한의 효율적인 내부공간을 구성하며 외형적으로 아름다운 측면을 강조했다.
물론 IT업계에서도 휴대폰 등을 통해 더 많은 기능을 갖추고 더 얇게, 아름답게 라는 외형적인 측면이 강조됐다. 하지만 이제는 건축과 IT 업계에서 변화의 핵심은 모듈이라는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모듈 형태가 건축업계에서는 모듈러 주택 및 타이니 하우스라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에서는 1인가구의 증가와 심플한 생활 방식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증가하며 이러한 주거 형태가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인 건물로는 나카긴 캡슐 타워(Nakagin Capsule Tower)를 예로 들 수 있다.
이 건물은 1972년 지어진 건물로 이 건물을 모티브로 한 다양한 타이니 하우스의 건물들이 현재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건축물의 핵심은 원하는 대로 이동과 조립을 편리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 공간 안에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SK D&D와 포스코 A&C를 모듈러 하우스의 형태가 시도됐지만 각종 법적 규제와 인허가 절차로 인해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듀칸, 모스인큐브 등 스타트업 기업들이 컨테이너를 활용한 모듈러 하우스의 형태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으며, 점차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다음으로 이러한 모듈 형태가 IT업계에서는 스마트폰에서 나타나고 있다. 내년 출시를 앞두고 있는 구글의 ‘프로젝트 아라’ 제품이다.
특징은 과거에는 소비자가 만들어진 스마트폰 제품들을 선택하는 것에 그쳤다면, 이제는 자기의 의도에 맞게 부품을 선택해 자신에게 맞는 스마트폰을 구성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르꼬르뷔제가 기술을 통해 건축물에 자유를 부여했듯이 스마트폰에 자율성을 갖게 만든 것이다. 소비자는 스마트폰의 바디를 구매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부품을 구매하여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구성할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원할 때 필요한 부품을 구매해 업그레이드 혹은 구성을 변경할 수 있다. 소비자의 선택의 자율성이 부여된 것이다.
최근 산업계에 불어 닥치고 있는 모듈과 관련된 기술의 의의는 소비자가 더 이상 만들어진 제품들을 고르는 것이 아닌 자신에게 맞는 것을 선택하여 효율적으로 구성할 수 있는 자유를 갖게 됐다.
물론 구글의 아라폰의 경우 초기의 콘셉트에 맞지 않게 현재의 기술적 한계에 부딪히며 모든 것을 구성할 수 형태가 아닌 일부 부품의 선택만 가능한 모습으로 변화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은 언젠가 이 경계를 허물 것이라 생각한다. 애플 또한 스마트 워치에 있어 밴드에 모듈 교환식 내용을 담은 특허를 출원했다고 한다.
이렇듯 기술의 발전과 함께 여러 분야에서 모듈 형태의 제품 개발 및 발전은 계속될 것이다. 이는 앞으로 소비자가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구성하고 만들어갈 수 있는 자유와 선택범위를 넓혀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