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국 토니 파델(Tony Fadell)이 둥지인 구글 네스트를 떠났다. 최고경영자였던 그가 갑자기 웹사이트를 통해 사임한다고 밝혔지만 구체적 사유를 드러내지 않아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
토니 파델은 2014년 당시 32억 달러(3조3800억원)를 받고 2011년 공동창업한 가정용 온도조절기 등 스마트홈 기기 제조업체인 네스트를 구글에 매각했다. 2001년부터 2008년까지는 스티브 잡스와 함께 아이팟과 아이폰의 설계와 개발을 이끌었던 그는 ‘아이팟 아버지’로 불리는 혁신적인 인물이다.
<>잡스와 닮은 리더십이 원인
미국 언론들은 크게 두가지 측면에서 토니 파델의 사임 원인을 짚었다. 첫 번째로 애플에 몸 담으며 스티브 잡스를 존경하고 그의 작업 방식에 익숙해졌던 그가, 구글의 자유로운 업무 방식과 마찰을 일으키며 개발자들과 갈등을 빚어왔다는 것과, 두 번째로는 지난해 구글이 알파벳 위주로 회사가 재편되면서 네스트의 혁신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던 일부에 의해 금전적 압박이 가해진 것이 토니 파델을 자신이 세운 회사를 제 발로 떠나게 한 원인이라고 유추했다.
실제로 토니 파델은 잇단 폭로와 마찰로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스마트홈 사업을 함께 했던 전 드롭캡(가정용 CCTV업체) CEO 그렉 더피는 토니 파델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그는 “극단적인 (토니 파델의) 경영 스타일은 자신과 맞지 않는다”며 “거의 무제한에 가까운 예산이 들어가고 1200명 넘는 팀원들이 움직였음에도 결과물이 부족했다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고 일침했다.
그리고 네스트에 자신의 회사를 판 것을 후회한다고까지 말했다. 2014년 드롭캠은 5억5000만 달러에 회사를 네스트에 매각했다.
뿐만 아니라 SNS를 통해 네스트에 대한 불만을 폭로했던 전 직원을 해고하고 “토니 파델이 오고 나서 구글 네스트에 공포분위기가 조성됐다”는 전 네스트 직원의 비즈니스 인사이더 인터뷰가 공개되자, 사내 분위기는 더욱 험악해졌다. 회사에 대한 불만을 폭로하는 이들을 ‘내부 고발자’로 여기고 'go/stopleaks'라는 웹사이트에 신고까지 하게 했다.
온갖 폭로로 얼룩진 네스트는 결국, 심각한 인력유출을 겪어야만 했다. 그렉 더피 드롭캠 공동창업자, 네스트의 하드웨어 담당 총괄인 시게 혼조, 요키 미즈오카 구글 기술부문 부사장이 구글 네스트를 떠났다.
<>혁신 아닌 수익 압박하는 알파벳에 실망
토니 파델은 원래 지난해 네스트를 떠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 12월 그가 알파벳의 CEO 래리 페이지에게 이를 말하기 전까지 치열한 고민을 했다고. 알파벳으로 재편된 구글의 네스에 가한 수익 압박은 리더인 토니 파델의 역할론까지 뒤흔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년 동안 토니 파델은 네스트의 최고경영자로서 구글의 미래 비전을 형성하는 역할을 해왔으나, 변한 환경에서는 안정적인 수익을 내야하는 업무 매니저로 변해야만 했다.
IT정보 매체 더 버지(The Verge)에 따르면, 토니 파델은 왜 네스트를 떠날 결심을 했는지 말하지 않았지만, 그가 스마트 카트 업체인 액티브 모터스 등 100곳의 스타트업(신생 벤처 기업)에 투자를 한 것을 보면, 우리는 유추해볼 수 있다.
이 매체는 또 토니 파델의 지금은 목표는 "다른 회사들이 시작할 수 있게 더 파괴적인 기술과 기업을 찾아 시간과 돈, 그리고 자신의 네트워크 및 경험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혁신 대신 당장의 이윤을 바라는 알파벳에 실망한 토니 파델이 또 다른 혁신을 탄생시킬 회사를 찾아 자신이 튼 둥지를 떠나게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그의 생각이 단순히 리더십에 치명타를 입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 수장의 변명이 될지, 아니면 새로운 혁신을 참고 기다리지 못한 알파벳의 실수일지는 앞으로 토니 파델의 몫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