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지, 옥수수. 먼 미래를 담는 두 단어가 매우 생경하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미래는 지금의 삶보다 윤택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깬다. 도입부는, 기대감의 파괴가 이뤄지는 시간이다. 사람들의 행색, 거주지, 환경 등이 그렇다. 물론, 영화 월-E에서도 폐허가 된 지구를 그리지만, 인터스텔라가 그리는 먼지 낀 세상은, 조금 다르다. 여전히 지구에 사람들이 있고 야구도 한다. 다만, 말끔하지 않다. 과거 농경 시대와 닮아있다. 농사가 인간을 구원할 뿐. 우리가 우러러보는 직업들은 형편이 없어졌다. 인류는 먼지 폭풍 같은 환경 파괴로, 식량을 잃고 생명을 위협 받고 있는 상황. 물론 첨단 로봇도 있지만 세련되지 않다. 투박하고, 녹이 슬어 있다. 이상하게도 미래를 대표하는 거의 모든 것들이 오히려 ‘퇴행적’이다.
먼지 폭풍이 주변을 휩쓴 어느 날, 주인공 쿠퍼(매튜 맥커너히)는 열어둔 집 창문으로 들어와 서재 바닥에 쌓인 먼지를 보며, 평소 서재에서 유령이 나온다던 딸 머피(아역 매켄지 포이)에게 “이건 유령이 아니라, 중력”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쌓여 있는 먼지의 넓고 좁은 모양을 보며 이진법과의 연관성을 밝힌다. 이를 통해 알아낸 좌표로, 의문의 장소로 쿠퍼 부녀는 향하게 되는데….
오래전 해체 된 줄 알았던 나사(NASA)를 쿠퍼 부녀가 찾아낸 것이다. 알고보니 쿠퍼는 나사의 전 직원이자 조종사였다. 쿠퍼는 극비 단체 나사에서 브랜드 박사 부녀(마이클 케인-앤 해서웨이)를 만나게 된다. 또 머지 않아, 거의 유일한 식량인 옥수수가 멸종될 것임을 알게 되고, 인류를 구할 나사의 계획을 마주한다. 브랜드 교수는 이 계획을 실현시킬 우주선 조종사가 될 것을 쿠퍼에게 제안한다. 쿠퍼는 딸 쿠퍼의 만류에도 결국 우주선에 오른다.
인터스텔라를 더욱 재밌게 보기 위해서는, 몇 가지 알아야 할 게 있다. 영화를 집중하면 이해하기 쉽겠지만, 단어 하나하나를 곱씹어 염두에 두고 있지 않으면, 놓치게 되는 것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
① 플랜 A. 지구에 남아 있는 사람들을 모두 살리는 방법, 새로운 행성에 인류를 모두 옮기는 것.
② 플랜 B. 지구에 있는 인류를 포기하고, 새로운 행성에 배양된 새 인류를 남기는 것.
③ 웜 홀 : 토성 주변에 관측된 웜 홀을 통하면, 몇 백만 광년이 걸리는 먼 은하계도 빨리 갈 수 있다. (이 부분은 영화에서 사각 종이 양끝에 두 행성을 마주 보게 표시하고, 종이를 반으로 접어 설명한다. 이에 따르면, 웜 홀은 두 행성간의 지름길을 내어주는 매개체이고, 모양은 2차원에서는 원, 3차원에서는 구이다.)
④ 블랙홀 : 블랙홀은 영화에서 ‘가르강튀아’라고도 불린다. 블랙홀에 가까워질수록, 강해지는 중력파 때문에,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⑤ 상대성이론 : 아인슈타인이 주장한 이론으로, 자연법칙이 관성계에 대해 불변하고, 시간과 공간이 관측자에 따라 상대적이라는 이론이다.
인터스텔라는 저명한 천체 물리학자 킵 손 교수의 철저한 자문을 통해 만들어졌다. 아마도, 브랜드 교수와 성인이 된 머피는 킵 손 교수를 투영한 인물인 듯 싶다.
미래의 지구의 모습, 인물들이 자리한 우주선조차 녹과 먼지, 흠집마저 고스란히 보여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상대적으로는 우주의 신비로움을 화면에 가득 채웠다.
과연, 플랜 A, B 중 어떤 계획이 성공하고 실패할까. 인류 구원은 가능할까. 그리고, 대안으로 찾아간 3개의 행성에서는 어떤 이가 있으며, 무슨 일이 벌어질까. 그리고 그 사이에서 지구에 남아 있는 인물들과, 우주로 떠나간 인물들의 ‘인간성’ 내지 ‘욕망’들은 어떻게 분출 될까. 도대체 맷 데이먼은 언제 나오는 건지. 물론, 플랜 A, B서 보여주는 미국인들의 개척 혹은 식민지 전략이 아니꼬울 수도 있다. 이런 호기심, 반감 등 여러 가지 감정과 세 시간에 가까운 긴 러닝타임을 자신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면, 꼭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