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 ‘스몸비’를 구하라
공공의 적 ‘스몸비’를 구하라
  • By 김미례 기자 (info@koreaittimes.com)
  • 승인 2016.07.05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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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서울시

지난 2월 독일에서는 철옹성 같은 안전신화에 금이 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바이에른 주 바트아이블링 인근의 단선 곡선 구간을 달리던 통근열차 두 대가 정면으로 충돌해 기관사 4명과 승객 7명이 숨지고 85명이 다치는 사고였다.

이는 철도 신호제어 담당자가 단선 철도의 양쪽에서 달려오던 열차 교행을 위한 신호기를 작동해야 할 시점에 휴대전화 게임에 빠져 있음으로 발생한 인재였다. 그는 뒤늦게 열차 기관사에게 비상 연락을 시도했으나 주의 분산 때문에 잘못된 조합의 무선 기호를 보내 이마저도 실패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에서는 테네시주 멤피스에 거주하는 연쇄 강간 전과자가 스마트폰으로 포르노를 보며 걷다 마주 오는 트레일러를 보지 못해 목숨을 잃는 황당한 사고가 있었다. 중국 저장성 원저우시에서는 스마트폰을 보며 강변을 걷던 여성이 발을 헛디뎌 1.8m 깊이의 강물에 익사하고 말았다.

전 세계가 스몸비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스몸비(smombie)는 ‘스마트폰(smartphone)’과 ‘좀비(zombie)’의 합성어로 길을 걸으면서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않는 이들의 모습을 영혼 없는 좀비에 빗댄 신조어다. 중국에서는 고개를 숙이고 다닌다고 해서 ‘저두족(低頭族)’이라 부르기도 한다.

스몸비가 사회문제로 비화하면서 벌금을 물리는 경우도 생겨났다. 미국 뉴저지주는 도로를 건너면서 문자메시지를 전송하면 벌금 85달러(10만원)를, 아이다호주에선 벌금 50달러(5만9000원)를 물도록 법제화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중국 충칭, 벨기에 앤트워프에서는 스마트폰 보행자들을 위한 전용도로가 생겨났고 미국에선 길모퉁이나 건널목을 지날 때 보행자에게 경고방송을 하는 '말하는 버스'도 운행중이다. 독일에 이어 호주 역시 길바닥에 LED 신호등을 설치, 고개를 들지 않고도 보행 가능 여부를 알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스마트폰 가입자 4,000만 시대, 스마트폰 보급률 88%로 세계 1위인 우리나라 역시 보행 중 스마트폰 이용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현대해상이 접수한 보행자 교통사고 22,522건 중 스마트폰 관련 사고는 1,360건에 달한다.

지난 6년간 보행자 교통사고는 거의 변화가 없는 반면 스마트폰 관련 사고는 3.1배 늘어난 수치다. 본인 과실에 의한 사고는 보험 신청을 안 하거나 하더라도 스마트폰 사용 여부를 명시하는 경우가 없어 실제 사고 건수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현대해상 측은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한 보행자 교통사고가 늘어나자 최근 서울시는 서울경찰청과 대책을 내놨다. 서울시청 앞, 연대 앞, 홍대 앞, 강남역, 잠실역 등 5개 시범지역 길바닥에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의 위험을 알리는 안내부착물을 설치, 사고를 예방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시범 설치하는 교통안전표지는 스마트폰을 보면서 걸어가는 사람이 자동차와 맞닥뜨리는 위험한 상황을 형상화 하고 있다. 설치 시 ‘보행 중 스마트폰 주의’라는 문구의 보조표지가 함께 달리며 보도부착물에는 ‘걸을 때는 안전하게’라는 안내 문구도 표시되어 있다.

스몸비 퇴치를 위한 직장 차원의 움직임도 일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출·퇴근 시를 포함해 보행, 운전, 작업 중 스마트폰·이어폰 사용을 금지하는 등의 '안전 절대수칙'을 마련해 7월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간다.

사진/ 서울시 홈페이지 캡처

철도 운전업무 종사자의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철도안전법 개정안도 올 7월 25일 시행된다. 이에 따라 지하철이나 고속철도 등 철도 운전자는 운전 중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으며 위반 횟수와 사고 여부 등에 따라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운전면허 효력이 정지된다.

이처럼 다양한 예방책과 규제가 마련되고 있지만 무엇보다 급선무인 것은 이용자의 인식 변화다. 20여 년 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또 다른 세상을 만날 땐,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라는 통신사 광고처럼 스몸비의 위험성을 알리는 각종 캠페인과 퍼포먼스 등을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을 걷어낼 필요가 있다.

운전자는 운전중에, 보행자는 보행중에 스마트폰을 내려놓는 것은 호모 모빌리언스(Homo Mobilians)로서의 최소한의 규범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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