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하는 대로, 바라는 대로. ‘온디맨드(on demand)’, 영어 표현이라 언뜻 이해하기 쉽지는 않지만, 말뜻을 풀어보면, 디맨드는 ‘수요’ ‘요구’를 뜻하므로, 우리말로 풀이해보면 ‘수요(요구)대로’라고 해석할 수 있다.
즉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바라는 대로 즉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나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2002년 10월 IBM의 CEO인 샘 팔미사노가 IBM의 새로운 차세대 비즈니스 전략으로 '온디맨드'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사용했는데, 사용자 편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온디맨드가 다시 각광 받고 있다.
스마트폰 앱으로 음식을 배달해 먹거나, 택시를 부르고, 잘 곳을 예약하고, 물건을 사서 집까지 배송시키는 등 원래는 직접 가서 하거나, 전화로 해야 했던 일들을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온라인을 통해 해결하는 생활방식이 자리잡게 됐는데, 이게 바로 온디맨드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다.
이렇게 새로운 온디맨드 서비스 시장이 탄생하면서, 이에 따라 새로운 직업형태도 나타나고 있다. 쉽게 말하면 우버 택시 기사들이 대표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우버 등 고객이 필요로 하는 능력과 프리랜서들을 연결해 주는 디지털 플랫폼의 등장이 노동 시장에서 비주류였던 프리랜서들이 새로운 기회를 얻게 한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온디맨드 시대의 새로운 고용형태가 ‘정규직’을 꿈꿀 희망조차 빼앗는 듯 하다. 반복적인 일들이 있다가 없다가 하고, 정확한 예측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윤을 최대한 남기려고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정규직 채용을 기피하려고 할게 뻔하기 때문. 일각에서 온디맨드 서비스 업체들이 ‘공유경제’라는 그럴 듯한 표현으로 고용안전성을 해치고 있다는 주장하기도 한다.
<>온디맨드, 비정규직 양산 ‘긱 이코노미’ 초래
실제로 온디맨드 서비스를 선도해나가고 있는 미국은 현재 ‘긱 이코노미(Gig economy)’가 진행 중이다. 필요에 따라 기업들이 단기 계약직이나 임시직으로 인력을 충원하고 대가를 지불하고 고용형태가 늘고 있는 것이다. 원래 긱(Gig)의 유래는 1920년대 미국 재즈공연장 주변에서 필요에 따라 연주자를 섭외해 단기로 공연한 데서 비롯됐는데, 처음에는 IT 업계의 비정규직을 일컬었지만, 현재는 온디맨드 시대에 노동시장을 변화시킬 핵심요소로 손꼽히고 있다.
실제로 우버의 택시기사, 에어비엔비의 숙박 제공 호스트 등은 정규직이 아닌 독립계약자 형태로 고용되고 있는 상황. 2014년 우버의 계약직 기사는 16만명, 매달 4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새롭게 뛰어들고 있다.

<>알고리즘 노동자의 빛과 그림자
온디맨드 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고용되는 노동자를 팀 오라일리(Tim O'Reilly) 오라일리 미디어 CEO는 ‘알고리즘 노동자’라고 처음으로 일컬었다. 긱 이코노미 상황에서 발생한 노동 형태라는 측면에서 일부에선 ‘긱 노동자’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는 ‘온디맨드 서비스 활성화와 노동환경의 새로운 변화’에서 “대부분의 알고리즘 노동자들은 개별적인 독립계약자들이 될 가능성이 많다”며 “온디맨드 서비스 플랫폼이 확산되면서 새로운 알고리즘 노동자가 늘어나는 경우에 노동환경은 천편일률적인 8시간 또는 3교대 근무 둥은 사라질 것이고 휴가는 자유롭게 쓸 수 있고, 급한 일이 생겼을 때에는 언제든지 개점휴업이 가능한 장점이 있는 반면, 보장된 안전망이 없고, 장기적인 안정성이나 좋은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도 환영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고 밝혔다.
문제는 온디맨드 시대, 긱 이코노미 상황에서 임시직·단기 계약직인 알고리즘 노동자들이 증가한다면, 가시적으로 실업률을 낮추지만, 궁극적으로는 고용의 질이 낮아지고, 임금 상승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통령 경선 후보가 "긱 이코노미는 혁신적이고 고용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고 있지만, 이런 임시 노동직이 '좋은 일자리'인지 의문이다"고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