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닥을 친다’,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삶이 나를 휩쓸고 가고 있는 느낌이 들 때, 우리는 ‘바닥을 친다’고 말을 하곤 한다. 영화 ‘인턴십’은 인생에 있어 쓰나미 같은 삶의 재해를 마주해야만 했던 두 중년의 남성을 그린다. 시계팔이를 해서 연명해야 했던 두 남자 닉(오웬 윌슨)과 빌리(빈스 본). 스마트폰이 시계의 역할도 빼앗아버린, 그리고 아날로그 영업맨의 직장도 빼앗아버린 이 시대. 정리해고를 맞이한 닉과 빌리의 디지털 시대를 향한 발악()이 시작된다.
“쉬운 길을 찾아 열심히 살아왔을 뿐”인데, 순식간에 시대에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죄로, 실업자가 돼 버린 두 남자, 닉은 가혹한 현실은 인정하고 침대 메트리스를 팔며 타협하고자 한다. 하지만, 빌리는 달랐다. 심사가 뒤틀렸다. 직업을 찾아 이리저리 구글링을 하던 빌리는 자신의 직업을 앗아간 디지털시대의 한 가운데에 서 있는 구글 인턴십에 지원하려 하는데.
우리식으로 치면 ‘아재개그’와 영업으로 다져진 말빨만이 젊은 명문대생이나 천재들과 겨뤄 이길 수 있는 무기. 빌리는 닉을 설득해 인터십 면접을 보게 된다. 물론 학위나 경험들은 진실과 거짓 그 중간의 어디쯤인 대답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100명의 인턴 안에 들게 되는데, 물론 구글 임직들도 바보가 아닐 테니, “다름”에 초점을 둔 결과, 이 영화가 ‘코미디’라는 장르임을 인식하게 하는 장면이다.
여하튼, 우여곡절 끝에 구글 인턴십에 합류한 닉과 빌리는 스튜어트, 라일, 요요, 네하 등과 함께 팀을 이뤄 정직원이 되기 위한 치열한 경쟁에 뛰어들게 된다. 물론, 이들은 ‘비주류의 결정체, 모두에게 외면받은 마마보이, 입만 산 음탕녀, 자기를 3인칭으로 부르는 괴짜들로 구성됐다.
이런 류의 영화들의 대부분의 결론은 영화를 보기 전부터 예측 가능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들은 분명, 다른 뛰어난 사람들을 제치고 훌륭하게도 ‘정직원’ 자리를 따낸다. 솔직히 결론은 뻔하니, 과정에 대한 공감이 필요하다. 조악하지 않은 설정만이 비웃음이 아닌 공감을 자아낼 수 있다.
이 영화를 보기로 결심하고 댓글을 먼저 봤다. “면접에 떨어지고 난후 본 영화, 힘이 됐다” 간단하지만, 이 영화가 존재하는 이유를 명확히 설명해준다.
N포세대, 아프니까 청춘이다(혹자는 아프니까 더 아프다), 흙수저, 헬조선, 편의점 창업하는 베이비부머, 경단녀, 은퇴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를 지칭하는 말들은 간단한 홑따옴표, 즉 수식을 거쳐 보통 아프고 시리게 표현되곤 한다. 특히, 디지털에 밀려난 아날로그, 경쟁에서 밀려난 사람들을 패배자로 치부해버리는 사회는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영화 인턴십에 나오는 인물들은 우리와 투영될 수 있다. 물론, 꼭 같이 매칭되진 않지만, 닮은 구석이 있다. 어떤 점에서는 특화돼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어수룩하다. 한 곳에서는 가치를 인정 받기도 있지만, 다른 곳에서는 차가운 냉대를 받기도 한다.
특히, 빌리가 겪는 에피소드는 더욱 마음을 울린다. 경쟁이나 사회는 열심히 공부하거나 최선을 다했다고 해서 좋은 결과로 귀결되지 않는다.
절차나 무엇인가를 놓치고 말면, 노력은 공중분해될 수 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건, 그 동안에 나도 모르게 ‘다져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말빨로 중무장한 빌리는, 그 안에 따듯한 말을 할 줄 아는 연금술사 같은 인물이었다. 한마디 한마디가 좌충우돌 제멋대로인 팀원들을 하나로 뭉칠 수 있게 했다. 그런 그가 팀을 위기로 내몰았다. 그리고 방황하기 시작했다.
이 장면은, 우리 직장생활을 보는 듯하다. 이런 상황에 내몰리면, 자신의 위치를 실감할 수 있다. 실수를 감싸주는 포용력 있는 사람도 있고, 자신의 이익을 따라 앞질러 가는 사람도 있다. 또 누구는 외면하고 싶어 떠난다. 또 어떤이는 책임감을 느끼고 자리를 박찰 수도 있다. 그게 옳은 선택인지는 미지수다. 한때는 빌리가 되어, 다른 때는 팀원들이 되어, 같은 상황이 되었을 때, 나의 선택을 생각해 보기도 했다.
빌리는 어떻게 슬럼프를 극복해 낼까. 팀원들은 수많은 사람들 보다 어떻게 뛰어난 실력을 보여줄 수 있었을까. 미리 힌트를 조금 준다면 ‘일탈’ ‘다름’ ‘경험’이라는 단어를 꼽겠다.
기분이 바닥을 쳤을 때, 그리고, 희망을 꿈꾸고 싶다면 이 영화를 보기 추천한다. 물론, 미리 알려주자면, 아재개그는 본인과 꽤 안맞을 수 있다. 러브 스토리도 안에 녹아 있다. 다르게 생각하고 싶은가. 세상을 바꾸고 싶은가. 그리고 바닥을 치고 올라올 스프링이 필요한가. 그렇다면 인턴십을 보길 권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