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디지털교과서 상용화 방안이 발표된 이후 11년 만에 본격적인 디지털교과서 시대가 열린다. 교육부는 지난 17일 현재 일부 학교에서 시범 사용중인 디지털교과서를 2018년 3월부터 모든 초·중학교로 확대하는 내용의 ‘초·중등학교 디지털교과서 국·검정 구분(안)'을 지난달 행정예고하고 관련기관·전문가들에 대한 의견수렴중이라고 밝혔다.
텍스트와 이미지 위주의 종이교과서를 디지털화한 디지털교과서는 동영상과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를 학습 자료로 활용할 수 있고 문제집과 참고서의 기능을 탑재할 수도 있다. 수업 흥미도를 높여 학생과 교사 간 상호작용이 활발해지는 효과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협력학습도 기대할 수 있다.
디지털교과서는 2015년 개정된 교육과정에 맞춰 2018년 초등3∼4학년과 중1, 고1부터 순차 적용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내년이 적용 첫해로, 첫해에는 초등1∼2, 2018년에는 초등 3∼4 및 중1, 고1, 2019년 초등5∼6 및 중2, 고2, 2020년 중3, 고3으로 순차 적용된다.
현재 사회, 과학 두 과목에 한정돼 있던 적용 교과도 늘어나 초등3∼6학년은 사회·과학·수학·영어로, 중1∼3학년은 사회·과학·영어로 확대되고 고등학교는 영어 과목에서 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하게 된다. 다만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된다고 해서 종이교과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각 학교가 자율적으로 두 종류의 교과서를 병행 사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2007년 '디지털교과서 상용화 추진계획' 발표 후 시범적용에 본격 착수한 건 2013년이다. 당초 2015년까지 디지털교과서를 전면 도입하기로 했으나 효과에 대한 이견과 인터넷 중독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도입 시기가 계속 미뤄져 왔다.
그러나 교육부는 2015년 디지털교과서 연구학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학생들의 스마트기기 중독 수준은 11.3%로, 2014년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인터넷 활용 실태조사에서 드러난 청소년 인터넷 중독 비율(29.2%)보다 낮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시력 및 뇌기능 저하 관련 조사에서도 직접적인 관련성은 드러나지 않았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2015년 발간한 ‘디지털교과서 활용이 인터넷 이용시간 및 중독에 미치는 영향’에서도 디지털교과서를 1년 이상 활용하고 있는 연구학교의 학생(89.35시간)들보다 일반학교 학생(183.1시간)의 인터넷 이용시간이 오히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디지털교과서는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디지털 기기를 통해 습득한 정보를 이해하는 능력)’가 필수적인 시대에 종이교과서의 단점을 보완할 대안으로 합격점을 얻고는 있지만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그동안 디지털교과서 연구학교에서 제기해 온 ‘컨텐츠의 한계’가 그 중 하나다. 디지털교과서의 방향성은 인정하나 현 수준의 컨텐츠는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사실 대다수의 학교에선 이미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수업이 진행되고 있어 디지털교과서가 변별력을 갖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한 연구학교 교사는 “쉽게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정보를 굳이 디지털교과서 안에서만 찾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인터넷의 다양한 정보를 오히려 가두는 느낌“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2013년 144개교였던 2015년 134개교, 2016년 128개교로 감소해 왔다.

또한 교사 역량에 따라 학습 효과의 차이가 크다는 의견도 상당수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디지털교과서 학습자 역량 변화에 따르면 총 10가지 항목 중 4항목은 향상됐지만, 5항목은 오히려 학습교과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해결, 의사소통, 협업, 학습동기, 수업태도 등으로 교수자의 역량에 따라 결과가 크게 좌우되는 분야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디지털교과서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한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지만 스마트러닝은 피할 수 없는 대세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시대에 자기주도적 학습을 지원하고 즉각적인 상호작용을 가능케 하는 디지털교과서의 전면 도입은 필수불가결한 사안이다.
다만 종이교과서를 디지털로 전환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원화된 컨텐츠를 개발하는 것은 물론 그에 걸맞은 교수법의 전환도 함께 연구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