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객이 찾아오는 방식에서 고객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창구 중심이었던 은행의 전통적인 영업 방식에 변화가 일고 있다. 레드오션이 된 금융시장에서 고객과의 접점을 확보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뛰는 아웃도어 세일즈(ODS)가 늘고 있는 것.
은행권이 아웃바운드 영업의 중요성에 주목하게 된 것은 급변하고 있는 금융환경에 기인한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 되면서 예대마진의 수익 구조로는 은행의 생존이 어려워졌으며 특히 수수료 수익 비중이 높았던 펀드나 방카슈랑스의 판매 수수료 등이 감소하면서 이를 만회할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계좌이동제를 통해 500만여 건의 주거래 계좌가 변경되는 등 ISA(Individual Savings Account,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와 계좌이동제 도입은 기존 주거래 고객 수성은 물론 신규 주거래 고객 창출까지 업무 비중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고객을 직접 찾아 나서는 ‘태블릿 브랜치’가 확대일로에 있다. 태블릿 브랜치는 은행 직원이 금융회사의 전산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는 태블릿PC를 들고 직접 소비자를 찾아가 은행 업무를 처리하는 서비스다.
태블릿 브랜치의 확대는 대화면 스마트폰과 날로 슬림해지는 노트북에 밀려 하락세를 면치 못하던 태블릿PC 시장에도 모처럼 활기를 불어 넣고 있다. 한때 차세대 스마트 기기로 인기를 끌며 디지털 혁신의 상징으로 군림하던 태블릿PC는 시장 1위인 애플의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200만 대나 줄고 삼성도 230만 대 줄어든 상태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태블릿PC '서피스3'를 단종했고 델, HP 등도 잇따라 태블릿PC 출시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갈수록 설 자리를 잃어가던 태블릿PC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아웃바운딩 영업을 가능케 하며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첨병으로 활약하고 있다. 2014년 국내 은행 최초로 태블릿 브랜치를 도입한 KEB하나은행은 지난 4월부터 ‘태블릿 은퇴서비스’를 추가했다. 로보어드바이저 기술을 이용해 은퇴자 개인에 적합한 상품이나 자산관리 방법을 설명해 주는 프로그램을 개발, 이를 태블릿PC에 설치해 상담에 활용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태블릿PC를 통해 금융 상담과 은행 업무가 가능한 ‘KB 태블릿 브랜치’를 시행중이다. 수신, 여신, 카드뿐만 아니라 외환, 퇴직연금 등의 업무 처리가 가능하다. 전국 117개 영업점에서 태블릿 브랜치를 도입한 우리은행은 25·45인승 버스를 개조한 이동점포 '위(We)버스'를 운영, 택지개발지구 등 영업점이 설치되지 않은 지역이나 금융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을 공략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태블릿PC를 활용해 현장에서 즉시 통장과 인터넷뱅킹 신규가 가능한 ‘S-TB(Shinhan-Tablet Branch) 즉시 신규’ 서비스를 전국 점포로 확대 실시중이며, SC제일은행은 신세계백화점 등에 직원이 상주하면서 금융상품 가입 등 태블릿PC로 업무를 처리하는 ‘뱅크샵’을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태블릿PC를 앞세운 포터블 브랜치가 늘고 있지만 아직은 사업체를 운영하거나 은행 거래가 많은 소비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거래 금액이 많거나 다양한 상품 등에 가입하는 이들에게 우선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아직은 태블릿 브랜치 담당 인력이 많지 않아 일반 금융 소비자들까지 폭넓게 이용하기엔 한계가 따른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은행권은 태블릿 브랜치의 시스템을 정비하고 모바일 뱅킹처럼 연계 금융상품 판매 등에도 나서면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 넘는 새로운 수익 창출의 교두보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금융거래 서식 및 이용절차 합리화 추진 방안’ 역시 태블릿 브랜치의 확산을 가속화 시킬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태블릿PC 기반 영업점 거래절차를 구현, 추진해 나갈 계획을 밝히며 △개인정보 동의서식 간소화와 행정정보 공동이용 확대 △금융거래 서식 및 절차 효율화 △고객정보 공동이용 활성화 등 금융소비자 중심의 채널환경 구현 및 금융서비스 편의 제고를 주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