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의 ‘웨어러블 기기’ 특허출원 내용에 애플워치와 비슷한 디자인이 포함됐다면 괜찮은걸까 지난 4일 비즈니스인사이더, 데일리메일, 패이턴틀리 애플 등 다수매체는 삼성이 특허 출원을 신청한 웨어러블 기기의 도면에서 그동안 삼성 갤럭시 기어 콜렉션에서 볼 수 없었던, 숙적 애플의 스마트워치와 비슷해 보인다고 보도했다.
애플의 사각 디스플레이, 디지털 크라운, 쇠사슬처럼 꼬여있는 밴드는 애플워치를 상징하는 디자인이지 삼성 기어를 상징하지는 않는다는 것. 또 삼성의 발명가들이 애플 제품에서 영감을 받았을 것이라는 의구심도 담겼다.
디지털크라운이란, 과거 기계식 시계에서 시간이나 날짜를 맞추거나 태엽을 맞추는 용도로 사용했던 '크라운'을 애플이 다기능 장치로 고안해 만든 것이다. 디지털크라운을 돌려 사진을 확대 및 축소하거나 스크롤, 데이터 입력 등을 한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기어 콜렉션에서 고유의 원형 디자인을 고수해왔다.
삼성의 ‘의문의 특허’는 지난 1월 29일 제출됐으며, 지난 4일 미국 특허상표청 사이트에 공개됐다.
특허출원 신청서에는 “웨어러블 기기의 첫번째 스트랩 또는 두번째 스트랩의 다양한 형태와 구조, 소재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나와 있다.
특히 패이턴틀리 애플은 이에 대해 강력히 비판했다. 패이턴틀리 애플은 “또다시 삼성은 애플의 아이디어를 애플의 특허 디자인 이미지를 이용해 복제했으며, 또 그것이 애플의 것이라고 명시하지도 않았다”며 “그것은 비록 부끄럽고 부도덕한 일이지만 그다지 놀랄만한 것은 아니다”라고 비아냥거렸다.
이와 관련, 국내보도는 현재 이데일리 뿐이다. 이데일리는 “해당 이미지는 ‘웨어러블 기기’ 중에서도 스마트워치 기기의 밴드 스트랩 부착 방식을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특허출원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국내 한 변리사의 의견을 통해 “단순히 설명을 위한 부분이기 때문에 산업재산권적인 부분에서는 문제될 게 없지만, 자사 제품이 있는 상황에서 경쟁사 제품 묘사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은 일반적이지는 않다”고 전했다.
문제는, 2011년 4월부터 촉발된 애플과 삼성의 특허 분쟁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당시 애플은 삼성전자 갤럭시S 등이 아이폰 디자인 등을 베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법원은 2014년 3월 삼성에 9억3천만달러(약 1조800억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고, 이후 항소심에서 벌금은 5억4천800만달러(6천400억원)로 줄었다. 삼성은 이 배상금을 작년 말 애플에 일단 줬지만, 3억9천900만달러(4천600억원)를 되돌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 21일 미국 연방대법원은 2011년 4월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1차 특허 소송에 대해 상고소송을 수용했다. 미국 대법원이 디자인 특허 사건을 다루는 것은 약 120년 만의 일이라 큰 화제가 됐다.
지난달 미국 연방대법원은 10월11일 삼성전자와 애플의 디자인특허침해 손해배상 사건에 대한 구두변론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최종판결은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에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삼성과 애플 양측은 이번 일과 관련된 아무런 의견표명도 하지 않은 상태다. 미국 연방대법원 심리를 앞두고 벌어진 사안인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트렌치 코트하면 버버리를 떠올리듯이, 삼성도 “웨어러블 기기”하면 애플워치를 떠올린 걸까. 굳이 웨어러블 기기의 스트랩을 설명하기 위해 경쟁사와 비슷한 이미지(혹은 같은 이미지)를 끌어다 넣은 의도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