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중 칼럼] 대통령 연설문, 감동도 없고 대처방안도 없고
[김경중 칼럼] 대통령 연설문, 감동도 없고 대처방안도 없고
  • By 김경중 국가혁신포럼 대변인 / 문화평론가
  • 승인 2016.08.22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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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중 국가혁신포럼 대변인, 문화평론가

박근혜 대통령의 광복 71주년 경축사에 대한 반응이 엇갈리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야당은 이번 경축사에 대해 자기성찰은 없고 권위적인 훈시로 '남 탓'만 한다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일제의 억압에서 벗어나 조국의 광복을 맞이 했던 그날의 기쁨과 애국선열들의 독립정신을 기리는 역사적인 기념일임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의 경축사 내용은 거의 대부분을 국민들에게 자신감과 단합을 고취시키고 노동개혁의 중요성과 사드배치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등 주로 국내 현안문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또한 청년세대들을 향해서는 세계가 부러워 하는 대한민국을 살기 힘든 곳으로 자기비하하고 불신, 증오, 비관하는 것은 결코 변화와 발전의 동력이 될 수 없다면서 희망을 갖고 도전과 진취, 긍정의 정신으로 미래를 향해 나가자고 말했다.

얼마 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로 한 단계 상향 조정했던 일과 때마침 브라질 리우에서 열리고 있는 하계 올림픽에서 남녀 양궁이 단체전, 개인전을 모두 석권하고 남자 펜싱의 박상영 선수가 막판 극적인 역전승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쾌거가 이번 대통령 경축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나라 안팎으로 어려운 현재적 상황을 직시해 볼 때 온 국민과 함께 다시 힘을 합쳐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뤄보자는 대통령의 신념에 찬, 그리고 강력하고도 간절한 소망이 담긴 연설문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하고도 시의적절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경축사 초반에 안중근 의사의 순국장소를 뤼순 감옥이 아닌 하얼빈 감옥으로 잘못 언급함에 따라 연설문의 공신력을 떨어뜨렸고, 예상했던 위안부 할머니 관련 12. 28 합의에 대한 언급을 전혀 하지 않았으며 이번 경축사의 핵심 주제인 한일관계에 대한 언급도 단 한 문장에 불과했다.

사드 배치에 대해서도 국가 안보를 위해서 사드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하고, 국민의 생명이 달린 문제는 정쟁의 대상이 아니라면서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다른 방법이 있다면 제시하라고 강하게 야당을 압박했다.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응하고 핵 미사일 위협을 억지하는 등 국방과 안보 분야만큼은 어떤 세력과도 타협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결연한 의지를 그대로 보여준 대목이었다.

박 대통령은 연설문의 대부분을 국민들에게 정신 재무장을 촉구하는 말로 할애함으로써 그 동안 민족해방의 역사적 의의를 강조하고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줄기차게 요구했던 기존의 경축사들에 비해 그 의미가 다소 퇴색됐다는 일부 여론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오늘 날과 같은 최첨단 디지털문명 시대에 특히 젊은세대들은 일방적으로 남의 얘기를 경청하는 문화에 대해 자연스럽게 거부감을 갖게 된다. 더욱이 커뮤니케이션 전략의 측면에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만 전달하는 ‘원 웨이 커뮤니케이션’(one way communication) 화법이 아니라 상대방이 듣고 싶은 얘기가 무엇인지 치밀하게 사전조사 하여 욕구를 충족시키고 감동을 자아내게 하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화법이 훨씬 설득력을 느끼게 한다.

예를 들어 “'할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갖고, '함께 가는' 공동체 의식으로 함께 노력하면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내부의 분열과 반목에서 벗어나 배려와 포용으로 성숙한 시민의식을 키워나가고, 모두가 스스로 가진 것을 조금씩 내려놓고, 어려운 시기에 콩 한쪽도 서로 나누며 이겨내는 건강한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 간다면, 한 차원 높은 도약을 이뤄낼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우리는 해낼 수 있는 저력을 갖고 있습니다. 할 수 있다는 신념과 긍지를 토대로 우리 앞에 놓여있는 변화와 개혁의 과제를 완수해 내고, 다시 한 번 힘차게 도약의 미래로 나아갑시다!”라는 화법보다는 “전 지금 나라 안팎의 상황이 너무나 어렵고 그에 따라 대다수 국민들의 삶 또한 한여름의 무더위만큼 지치고 힘들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대통령으로서 뼈저리게 책임감을 통감하며 국민과 함께 이 난관을 극복해 나가고자 합니다. 국민 여러분 다시 한 번‘할 수 있다.’라는 긍지와 자신감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주십시오.”라고 했더라면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더 효과적인 화법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사상 최고의 청년실업 등으로 인한 ‘헬조선’ ‘N포세대’같은 신조어도 단지 자기비하적인 사회현상으로만 폄하할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을 인정하고, 그 대처 방안에 대한 실질적인 언급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요즘 마케팅 전략을 봐도 장황하고 지루한 연설보다 짧고 간결하며 문제의 핵심을 찌르는 카피 한 줄이 더 큰 설득력을 갖게 한다. 청와대 연설비서진은 이러한 정치마케팅 감각과 시대정신을 담은 커뮤니케이션 기법으로 국민중심의 연설문을 작성해 대통령과 국민이 하나가 되는 열린 소통의 장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연설문은 단순히 의례적인 치사가 아니라 국민들과 함께 뜻과 마음을 나누는 의미 있는 도구가 돼야 한다. 이왕 하는 연설이라면 피를 끓게 하는 명연설은 아닐지라도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 주고, 통치권자로서의 권위 뿐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의 인성과 품격을 진솔하게 담아낸다면 더 만족스런 결과를 얻지 않겠는가

최근 계속되는 대통령의 말실수와 일방통행의 의사전달 방식으로는 비록 그 내용이 아무리 훌륭하고 대통령의 의지가 아무리 빛나더라도 일반국민들은 물론 디지털 정신으로 무장된 미래세대들에게 감동과 신뢰를 주기 어렵다는 것을 명심하자.
대통령의 말과 글은 영원히 역사의 기록물로 남게 됨으로 치밀한 사전계획과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입각하여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비전, 그리고 현실인식을 잘 담아 내어 국민들로부터 존경 받고 사랑 받는 지도자상을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것은 감성의 힘만이 아닌 진실의 힘에 의해 이루어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경중 국가혁신포럼 대변인,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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