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의 눈으로 보고 느끼는 모든 풍경을 화면 속에 그대로 담아내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빛의 변화를 더 뚜렷하고 더 찬란하게, 박진감 넘치는 장면을 더 생생하고 실감나게, 마치 실제로 눈앞에 펼쳐진 듯한 영상미를 TV와 스마트폰으로 즐길 수 있는 HDR 시대가 활짝 열렸기 때문이다.
하이 다이내믹 레인지(HDR: High Dynamic Range)의 약자인 HDR은 화면의 색상과 명암을 세밀하게 표현해 실감나는 영상을 제공하는, 차세대 초고화질의 핵심 기술을 뜻한다. 기존 TV, 모니터가 8비트 컬러(약 1,677만 색상)를 표현할 수 있었던 데 반해 HDR은 색상 표현범위를 10비트 컬러(10억 7,000만 색상)로 확장했다.
TV처럼 크기가 한정된 화면에서 인간의 눈으로 식별할 수 있는 화소 수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화질을 더 끌어 올릴 수 있는 또 다른 차별화 포인트가 색감과 명암이고 그래서 등장한 것이 HDR이다.
과거 스탠더드 다이내믹 레인지(SDR: Standard Dynamic Range) 시대에는 빛 재현도가 낮아100니트가 넘는 자연의 빛은 표현할 수 없었다. 인간의 눈이 0니트(암흑)에서 4만 니트까지 풍경의 밝기를 볼 수 있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미미한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HDR 기술을 적용하면 1000니트까지 표현이 가능해진다.
명암비를 대폭 향상시킨 덕분에 HDR은 기존 TV에서 볼 수 없었던 어두운 곳과 밝은 곳의 미세한 차이까지도 보여준다. 밝고 어두운 부분의 대조가 더 눈에 띄고, 밝은 부분은 더욱 밝게 어두운 부분은 더욱 어둡게 표현할 수 있다.
명암의 표현은 10배 더 커지고 색감은 2배 더 풍부해진다. 강렬한 태양빛과 불빛, 노을과 밤하늘의 구름까지 실물에 가깝게 표현하는 등 현실의 빛을 그대로 담아낼 수 있다.
주로 TV에 적용되던 HDR 기술의 대중화에 포문을 연 것은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이다. 그간 다양한 스마트폰 기종이 HDR 사진 촬영을 지원해 왔지만 비디오 스트리밍까지 지원, 실제 보는 것처럼 생생한 HDR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스마트폰은 갤럭시노트7이 처음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향후 TV를 구매할 때 HDR 기능 지원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스마트폰이나 플랫폼을 선택하는 데에도 HDR서비스가 하나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지난 7월 ‘세계 최초 IPTV HDR 서비스 상용화’를 발표하고 유료방송 플랫폼을 통해 HDR 콘텐츠를 송출하고 있다. 유료방송으로 HDR 콘텐츠를 감상하기 위해서는 HDR 콘텐츠와 이를 전송할 수 있는 인코딩 기술, HDR 콘텐츠를 지원하는 셋톱박스와 TV가 필요하다.
KT는 삼성전자 등과 협업해 개발한 HDR 셋톱박스에 HDR 전송 기술을 적용하고 기존 셋톱박스 업그레이드와 교체를 무상 제공중이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도 HDR 셋톱박스를 연내 도입할 예정이다.
동영상 인터넷 스트리밍 기술을 선도하는 넷플릭스, 유튜브 등의 업체도 HDR 콘텐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시판 중인 최고급 TV는 대부분 HDR을 지원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콘텐츠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
이에 넷플릭스는 올해 초부터 HDR을 이용해 촬영한 콘텐츠를 제공중이다. 사용자의 TV가 HDR을 지원하면 넷플릭스의 HDR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으며 넷플릭스는 8월까지 100시간 분량의 HDR 콘텐츠를 확보한 상태다.
HDR을 지원하는 UHD TV도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글로벌 TV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출시한 2015년형 UHD TV는 대부분 HDR을 지원하고 있다. 나아가 LG전자는 ‘IFA 2016’에서 영국 방송사 BBC, 유럽방송연합, 유럽 최대 위성방송 사업자 아스트라 등과 협업해 HFR(High Frame Rate)를 적용한 HLG(Hybrid Log Gamma) 방송을 실시간으로 시연한다는 계획이다.
HLG는 영국 BBC와 일본 NHK 등이 공동으로 개발한 차세대 HDR 방송 규격으로 HDR 기능이 없는 일반 TV에서도 HDR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