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는 지난 5년간 남다른 사명감으로 태양광사업에 매진해 왔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 장기적인 시각으로 고민하고 육성해야 할 사업이다. 장차 대한민국을 대표할 미래산업으로 키워보자는 큰 비전을 실천해 왔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지난 7월 충북 진천에 준공된 한화큐셀 태양광 전지공장을 방문해 한 말이다. 김 회장의 태양광 설비 방문은 당시가 처음이다. 김 회장의 전례 없던 행보에 시장은 한화큐셀이 2분기에 ‘깜짝 실적’을 낼 것이라고 예측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한화큐셀은 2분기에 94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2011년부터 4년 연속 적자를 봤던 회사가 역대 최고 기록을 달성한 것이다. 언론은 앞을 다퉈 김 회장과 한화큐셀의 김동관 전무를 ‘상찬(賞讚)’하는 기사를 쏟아 냈다. 김 전무는 김승연 회장의 장남으로 한화큐셀의 실세로 통한다.
김 전무를 치켜세우는 기사에는 ‘승승장구’, ‘입지강화’, ‘전략적중’ 등의 수식어가 따라 붙었다.
그렇다면 한화큐셀의 ‘깜짝 실적’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김 전무일까 한화큐셀의 실적 개선세는 한화그룹 주력 계열사의 ‘희생’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나왔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한화그룹에 대한 보고서에서 “실적의 변곡점에 있는 태양광부문에 대한 실적 모니터링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태양광 법인에 대한 한화케미칼의 재무부담은 지급보증 증가로 과중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한화케미칼은 (주)한화와 함께 한화그룹 전체 신인도의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양사의 재무 안전성을 개선하기 위해서 차입 부담의 경감이 필요하지만, 한화그룹 전체의 행보로 가늠했을 때, 태양광 법인 지원 때문에 증가한 차입 부담이 배당금 등 투자 효과 유입을 통해 경감되기에는 중기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한화큐셀 실적은 개선세... 한화케미칼 채무부담은 가중
한화케미칼의 국내외 태양광 법인에 대한 채무 부담은 과중한 상태로 파악됐다. 2015년말 기준으로 한화케미칼의 지급 보증액(자금보충 포함)은 2조3000억원(자기자본 50% 육박)으로 2014년말 대비 급격히 증가했다.
이는 미국 태양광업체인 넥스트에라(NextEra)와의 대규모 계약 이행 및 한화큐셀, 한화큐셀코리아의 셀 및 모듈 설비 증설 등으로 인해 관련 지급 보증액이 크게 증가한 것이 원인으로 파악됐다.
보고서는 “문제는 지급 보증 규모가 태양광 법인들의 실적 추이와는 반대로 축소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4년부터 태양광법인들의 실적이 ‘개선세’로 전환됐지만 지급 보증액은 2014년 약 3000억원 증가한데 이어 2015년에는 약 1조원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케미칼이 제공한 여타 지급 보증은 태양광 법인 차입금과 연계돼 있는 경우가 대다수로 파악됐다. 해외 태양광 지주회사인 한화솔라홀딩스(HSH) 및 국내 태양광 제조법인인 HQCLKR의 (연결) 차입금이 축소되지 않는 이상 감축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서는 예측했다.
보고서는 “한화솔라홀딩스는 최근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차입금 감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한화솔라홀딩스의 가동률이 빠르게 돌아가면서 매출액이 증가, 운전자본 부담이 확대됐으며, 자본적 지출 부담이 여전히 존재하는데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지급보증 2013년 수준으로 축소되기에는...
보고서는 또 “2016년 매출액의 증가세가 둔화되며, 운전자본 부담이 축소될 경우 자금의 선순환 구조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HSH가 지속적인 영업 및 투자 확대를 계획하고 있어 차입금 감축에 시일이 걸릴 수 있다. 지급 보증 규모가 2013년 수준으로 축소되는 데에는 중기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또 태양광 등 취약 부문에 대한 지원 및 투자로 주열사들의 재무적 완충력은 상당히 소진된 상태로 (주)한화, 한화케미칼, 한화에너지 등 주력 계열사들의 재무부담 확대는 계열의 신인도에 하방압력을 가중시키게 된다고 전망했다.
한국기업평가는 특히 “한화케미칼의 해외 태양광법인 지급보증이 1조원대로 축소되지 않거나 해외 태양광 법인들의 차입금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감소되지 않을 경우 한화케미칼의 실적 개선 효과를 상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LG전자도 ‘포기한’ 사업을 왜...
한편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수년전에 전문경영인을 내세워 태양광사업에 의욕적으로 뛰어 들었지만 삼성전자는 아예 사업을 접고, LG전자는 명맥만 유지한 상태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김승연 회장이 김동관 전무에게 한화그룹을 물려주기 위한 ‘대의명분’을 한화큐셀을 통해 쌓고 있다는 말들이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기업환경에서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기업을 주력 계열사를 동원해 지원한 것은 오너일가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라며 “김 회장의 진천 공장 방문도 김 전무에게 힘을 실어 주기 위한 행보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